상대를 바꾸려 하지 마라, 나를 바꿔라
결혼 초기 엄마가 저희 집에 놀러오셨을 때 였습니다. 남편이 1.5리터 페트병 물을 다 마시고 그대로 재활용 통에 넣었어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제가 소리쳤어요.
"여보! 그렇게 부피가 큰 거를 그냥 넣으면 어떻게 해요! 구겨서 부피 줄여서 버려야죠!"
남편은 "알겠어요."하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뭔가 풀죽은 모습이었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신 엄마는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남편한테 시키지 말고 너가해. 남편이 페트병 그냥 버리면 그냥 버리게 둬.
구겨서 버리고 싶으면 너가 가서 구겨서 버리고.
남편이 양말을 뒤집어서 놓는게 싫으면 너가 가서 뒤집어."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입을 쭉 내밀며 뚱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엄마의 말씀이 저에게 전해준 깨달음은 컸습니다. 이후로도 갈등의 순간마다 엄마의 말씀을 떠올리며 남편을 향한 잔소리를 멈출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을 내 입맛대로 고치려 하지 마라.
본인이 할 수 있는 거라면 그냥 본인이 하라.
30년 넘게 다르게 살아왔고 성격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에게 나에게 맞추기만을 요구하고 생활 습관을 고치기를 바라는 것은 상대방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행동 입니다. 그렇게 할수록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대로 통제하려고 하는 나의 마음 또한 괴로워질 것입니다.
남편과 아내 모두가 행복한 방법은 상대방을 고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대로 상대방이 바뀌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 입니다. 그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내가 하면 됩니다. 이것은 상대방을 위한 것과 동시에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만약 다른 해결 방법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 같이 살고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게 되면서 치약을 짜는 것도 달랐습니다. 남편은 입구 윗 부분을 짰고 저는 맨 끝에서부터 눌렀습니다. 처음에는 뒤에서부터 짜두면 자꾸 앞으로 짜는 남편의 행동에 윽박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치약 두개를 준비해서 각자의 치약을 사용하면서 갈등을 해결했습니다.
만약 남편에게 계속해서 치약을 끝에서부터 짜라고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저는 남편이 치약을 중간부터 짤 때 마다 짜증을 냈을 것이고 남편은 남편대로 속이 상했을 것 입니다. 주변을 보면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일들이 쌓이고 쌓여 부부 사이에 큰 산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 속에서 서로 배려하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상황을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입니다.
부부의 얼굴이 닮아가는 이유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상대방과 상호작용할 때 얼굴 표정, 목소리 톤 등을 무의식적으로 흉내내게 된다고 합니다. 배우자에게 뭔가를 시키고 요구할 때는 내 얼굴이 찡그려집니다. 가슴 속에서는 분노와 짜증이 올라오죠.
반면 남편을 위해 뭔가를 하려하고 나를 변화하려고 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따뜻한 미소로 배우자를 바라보게 되면 배우자도 나를 향해 미소를 띄웁니다. 부부가 닮아가는 이유가 아닐까요.
페트병, 치약 문제처럼 사소한 갈등을 잔소리 대신 배려와 존중으로 해결할 때, 부부의 얼굴 근육은 긍정적인 패턴을 학습하게 됩니다. 결국 부부가 닮아간다는 것은 매 순간 서로에게 어떤 감정을 전염시켰는지에 대한 결과입니다. 잔소리를 멈추고 미소를 선택하는 것은 선택의 순간에 싸움이 아닌 사이가 더 좋아지게 되는 아름다운 기술입니다.
오늘은 잔소리 대신
내가 해주는 선택을 해보세요.
사랑하는 배우자에게
찡그린 얼굴 대신
미소 띈 얼굴을 전해 보세요.
여러분 마음도
더 행복해 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