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말 아침 루틴.
# 미국주식과 독서
눈을 뜨면 전일 미국주식 마감 현황을 한 번 본다.
'팔 껄 그랬나, 살 껄 그랬나. 이 때 이거는 왜 산거지.' 껄무새가 되어 본다.
다음은 전자책을 켜서 전날 밤 준비해둔 책을 읽는다.
이 모든 것은 누운 채 그대로 한 시간 가량 진행된다.
세상 편안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순간이다.
# 남편 관찰
그러다 남편을 본다.
폰을 잠시 들여다보던 남편은 이내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그런 남편에게 다가가 남편의 팔을 쭈욱 잡아 펴고 베고 눕는다.
남편의 고개는 벽을 향하고 있다.
남편을 보기 위해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린다.
남편이 다시 고개를 벽으로 돌린다.
내가 다시 돌리려 하자 이번엔 힘을 주며 버틴다.
싫다는 억양의 '으으으~!!' 소리도 낸다.
이 정도의 반응은 진짜 싫다는 거다.
이 때는 강요하면 안 된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남편이 편했으면 하는 마음에
바로 손을 뗀다.
잠시 후 남편이 팔을 꿈틀댄다.
"불편해요?"
"응"
남편의 대답에 바로 팔을 뺀다.
제대로 2차 수면을 취하려는지 남편은 단호하게 옆으로 돌아눕는다.
돌아선 남편의 뒷목을 바라본다.
목살이 두개로 겹쳐져 햄버거 같아서
저 햄버거 사이에 어떤 토핑을 넣을지 상상하며
한참을 바라본다.
그러다 남편의 등에 볼록 나온 나의 배를 슬며시 가져다 대본다.
남편의 따스한 온기가 나의 배로
내 배의 온기가 남편의 등으로 전해진다.
가끔 모기가 '위이잉'하며 어디선가 무서운 소리를 내면
행여 남편을 물까 싶어
손으로 남편의 머리 주변을 휘휘 내젓는다.
남편을 위해
내가 모기를 쫓아줄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
의기양양해진 표정도 지어본다.
할머니들이 여름 날 대청마루에 앉아
무릎에 손주를 눕히고
소중한 손주를 모기가 물까봐
부채를 끊임없이 부처주시던 마음이 이런걸까 싶다.
남편이 편히 잘 수 있도록 이불을 덮어주고 나온다.
# 글쓰기
푸른 나무로 가득한 아침 풍경을 바라보며
노트북을 켜고 감미로운 음악을 튼다.
밤새 머리 속에 돌아다니던 생각을 글로 써내려가 본다.
나 자신에게 온전히 몰입하는 소중한 시간.
정말 평화롭다.
행복한 순간이다.
# 아침식사 준비
주말 아침은 남편이 좋아하는 미국식 식사를 준비하곤 한다.
평일에 애써주는 남편에게 전하고 싶은 나의 고마운 마음 표시다.
남편이 좋아하는 토스트도 굽고
영양 밸런스를 고려해서 단백질이 풍부한 계란,
샐러드, 토마토 등 있는 재료를 모아 이쁘게 상을 차려본다.
엊그제 새벽에 늦게 잠든 탓인지
오늘은 왠지 남편이 더 늦잠을 잘 것 같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다시 남편에게 가서
남편 등에 배를 대고 누워야지.
남편이 일어날 때 까지
깨우지 말고 책 읽으며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