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님의 건강한 부부관계 유지 방법
[남편의 은밀한 시간]
남편은 제가 원할 때는 항상 곁에 있어 줍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최소 두 번 정도 반드시 본인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주로 주말 저녁에 함께하는 일과가 끝난 후 남편만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바로 PC방 입니다. 저는 마치 불문율처럼 주말 저녁에 시작되는 남편의 시간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PC방에 가기 전부터 설레고 신난 남편의 표정을 보면 어서 가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게임이 뭐가 재밌다는 건지. 게임하면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상대와 키보드 워리어가 되어 아웅다웅 하는 모습을 보면 평소 남편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웃음이 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남편의 PC방 나들이는 제가 이해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게임은 개인의 취미이자 남편의 재미난 시간이기에 그저 '그렇구나' 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남편은 항상 말합니다. '남편들 취미 중에 게임이 제일 좋은 거래. 돈도 안 들고, 어딨는지도 알고, 안전하고!'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되니까 가서 재밌게 놀고 오라고 말하곤 합니다.
평소 일이나 본인이 맡은 바에 항상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남편에게 PC방 나들이와 게임은 재충전을 위한 동굴 같은 곳인 것 같습니다. 현대 사람들은 텔레비전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멍 때리며 머리를 쉬게 하는데요. 원시시대에는 밤에 불을 피어놓고 그 불을 보면서 휴식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남편에게는 PC방 게임이 그런 역할을 하나 봅니다.
부부 사이에 각자의 시간을 간섭하지 않고,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심리학적 근거]
심리학에 의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세 가지 기본 심리적 욕구(자율성, 유능감, 관계성)가 충족될 때 심리적 안녕감과 내적 동기가 높아집니다. 여기서 '자율성'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느낌으로, 부부 관계에서 각자의 시간을 갖고 취미를 즐기는 행위가 이 자율성 욕구를 충족시켜 줍니다.
배우자가 나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때, 그 사람은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관계에 복귀하게 됩니다. 이는 관계 자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만족도를 높입니다.
[오은영 박사님의 조언]
오은영 박사님은 부부 관계에서 '각자의 방' 혹은 '혼자만의 시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심리적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부부 관계를 오래 유지하려면 '혼자 잘 지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각자의 취미 생활이나 시간을 갖는 것은 배우자에게 의존하는 것을 줄이고, 스스로 에너지를 채우는 건강한 방법입니다.
혼자 바로설 줄 알아야 사랑하는 사람과도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필요로 하는 시간이 있다면 인정하고 존중해 주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감도 쌓일 것 입니다.
여보가 PC방에 가서 행복하다면
저도 행복해요.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