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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00% 불행하게 살 수 있는 3가지 확실한 방법

by 애지

김 부장을 보고 정말 놀랐다. '저런 환경에서 저렇게 좁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니.', 어려서부터 본인이 자라온 주변 환경에 의해 저렇게 될 수도 있구나.'싶었다.


김 부장의 어린 시절 장면이 짧게 나온다. 초등학생 시절 부반장이 되고 신이 나서 엄마에게 자랑하기 위해 숨차게 뛰어 집으로 온다. 하지만 어린 시절 김 부장을 보며 형이 말한다. '부반장? 너 겨우 그거 자랑하려고 그렇게 뛰어 온 거야?" 초등학생 김 부장은 등 뒤로 숨긴 부반장 임명장을 손으로 구긴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나 보다. 무조건 남보다 조금이라도 낫게 살아야만 자신이 옳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렇게만 살면 100% 확실하게 불행하게 살 수 있겠다.' 김 부장이 변하지 않는 한 남은 생은 확실하게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3가지다.



첫 번째, 그는 끊임없이 주변 사람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한다.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부장까지 오르고 서울에 집도 샀다. 이 정도면 매우 잘 살고 있는 인생이라고 말할만하지 않을까. 하지만 김 부장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볼 줄 모른다. 옆 팀 라이벌 부장이 가지고 다니는 가방보다 20만 원이라도 더 비싼 가방을 사고 만족감을 느낀다. 자신의 경쟁자가 본인보다 훨씬 더 비싼 집에 살고 있고 전세가 아닌 자가라는 사실에 실의에 빠져 어깨가 축 늘어진다. 본인보다 비싼 차를 구매한 대리에게는 비아냥 거리며 눈치를 준다.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들은 전혀 들여다보지 못한 채 오로지 남이 자신보다 무엇을 얼마나 더 가지고 있는지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피로하고 불행한 시간을 보낸다.



두 번째,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믿는다.

김 부장은 회사에서 팀원들의 말을 전혀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팀원들의 사적인 일에도 관심이 없다. 팀원들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왜 갑자기 오후 반차를 내는 일이 많아지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임원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 경쟁자보다 내가 앞설 수 있을까 그것에만 집중한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만 필요할 때만 팀원들을 불러 일장 연설을 퍼붓는다. 팀원들이 의견이라도 말하려 할 때면 늘 말을 잘라먹는다.


김 부장의 이런 태도는 집에서도 이어진다.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을 하며 살고 싶은지 관심이 없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가기만을 강요하며 거기에 어긋나면 잘못된 것으로 간주해 버린다. 그리고 비난한다. 결국 아들도 아내도 그런 그의 곁에 머물지 못한다.



세 번째, 자신의 주관도 신념도 없이 주변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린다.

김 부장은 늘 남의 말에 휘둘린다. 150만 원짜리 홀인원 기념볼을 하겠냐는 골프장 직원의 말에 뒤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의식해 사고 싶지 않지만 결제해 버린다. 건물주가 되었다는 친구 소식에 속으로는 엄청 부러워하면서 아들 앞에서는 건물주는 백수나 마찬가지라면서 깎아내린다. 옆팀 부장이 팀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갑자기 본인 팀원들에게 커피 타임을 갖자고 억지를 부린다.


일에 있어서도 뚜렷한 기준 없이 진행시키는 바람에 큰 사고가 터지기도 한다. 이런 태도로 인해 부장이라는 직급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존경할만한 멋있는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 아버지 세대가 그런 태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김 부장이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보며 저렇게 살지만 않아도 행복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들었다. 아직 결말은 모르겠지만 부디 김 부장이 자신의 잘못된 행보를 깨닫고 새로운 시각과 태도로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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