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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숨은 마음 알아주기

2가지 실천 TIP

by 애지

"여보, 우리 호두 낳으면 다양한 경험시켜주자! 스포츠 같은 거 축구? 발레?"

"야구 가르쳐주자! 야구!"

"어, 그리고 러닝이랑 수상스키?"

"야구 어때! 야구, 야구!"


남편이 두 번이나 저렇게 두 눈을 부릅뜨고 말하는 건 분명히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신호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물었습니다.


"그래, 좋아! 야구! 근데 야구는 왜?"

"연예인들 야구 시구 많이 하니까! 우리 호두도 연예인 되면 시구해야하니까 미리 가르쳐주자!"

"하하하"


마침내 남편은 하고 싶은 유머를 던지고 뿌듯한 표정으로 마주 보며 웃었습니다. 남편은 그 유머를 하고 싶어서 신이 나서 야구를 외쳤던 것입니다. 제가 남편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야구는 무슨 야구냐고 핀잔을 줬거나 이유를 묻지 않았다면 남편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남편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끔 해서 함께 웃을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엄마, 남편과 셋이 산책을 했습니다. 퇴근 후 바로 공원 산책을 온 것이라서 남편에게 물었어요.


"여보, 배고파요?"

"아니, 괜찮아요."

"엄마, 사위 배고픈 것 같아요. 지금 밥 먹으러 가요!"


억양을 들어보니 배가 고픈 억양이었습니다.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사실 남편은 배가 고팠던 것입니다. 아마 자신이 배고프다고 하면 산책을 마치기도 전에 밥 먹으러 갈까 봐 배려해서 한 말이었습니다.


물론, 그 마음을 제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간다고 해서 남편이 서운해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그 마음을 알아채고 대응해 주는 저를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무의식적인 정서 공유는 곧 "우리는 통한다"는 강한 신뢰감을 형성하며, 이는 말로 주고받는 정보보다 훨씬 강력한 친밀감을 생성하여 관계의 안정성을 높입니다.




배우자에게 관심을 갖고 살펴보다 보면 작은 표정의 변화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게 됩니다. 배우자에 대해 작은 것 하나도 캐치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죠.


말과 행동 뒤에 숨겨진 상대방의 의도와 감정을 읽어내는 것은 싸움을 예방하고 친밀감을 극대화하는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그런 사소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배우자가 나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신뢰가 쌓이면 서로를 더욱 배려하고 존중하는 부부관계가 될 거예요.




배우자에 대해 작은 것도 캐치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한 2가지 실전 TIP


TIP 1. 비언어 제스처, 태도, 표정을 관찰해 보세요.

배우자의 표정이나 말을 들을 때, 평소의 차분함인지, 지금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흥분된 표정인 건지 관찰해 보세요. 배우자가 말로는 "괜찮다"라고 하지만, 듣는 순간 눈썹이 아주 잠깐 찡그려지거나 입꼬리가 순간적으로 내려갔다면, 그것이 바로 배우자의 숨겨진 진심입니다.


배우자와 대화할 때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 보세요. 이 짧은 순간의 비언어적 신호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TIP 2. 배우자의 말과 표정이 일치하는지 살펴보세요.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표정이 시무룩하거나 기운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세요. 배우자의 말이 아닌 '목소리가 풍기는 감정'에 먼저 반응해 보세요.


배우자는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을 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따뜻한 관심으로 차분하게 물어보다 보면 배우자도 솔직한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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