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5일. 유도분만을 앞두고.
12월 8일부터 출산휴가를 내고 12월 24일까지 2주 4일 동안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 동안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 회사에 안 가는 거 너무 좋다.
2주 4일 동안 직장생활 10년 넘게 해오며 처음 쉬면서 회사 안 가는게 너무 좋았습니다. 요즘 회사에서의 바쁜 일 때문에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루종일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내가 스스로 통제력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러한 시간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물론 지금 보내는 시간들과 나에게 주어진 일이 호두가 나오기 전에 가족들과 매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미션이라서 그럴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회사에 안 가는 거. 너무 좋습니다.
# 매일 열심히 놀기.
호두가 태어나기 전까지 최대한 시간을 즐기는 것이 제가 할 일이었습니다. 남편과 데이트도 많이 하고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고 외출, 나들이도 많이 했어요. 엄마, 시어머니와 다 같이 김장도 해보고 성수, 종로, 타임스퀘어, 더현대 등 각종 쇼핑몰 나들이도 많이 했습니다. 아바타 영화, 빨래 뮤지컬 등 공연도 많이 봤어요. 마키노차야 부페에 가서 역대급으로 많이 먹기도 하고 집에서 셀프 만산촬영도 했어요. 사랑하는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무척 많이 보내서 이제는 호두와의 시간을 더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하루에 녹여져있던 나의 루틴.
새롭게 변화하는 일상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루틴은 운동, 독서, 공부였어요.
운동 : 임산부 요가를 꾸준히 했고 매일 산 둘레길로 공원으로 산책도 열심히 했습니다. 매일 아침부터 틈틈이 스트레칭도 많이하면서 오히려 전에 없던 좋은 습관도 생겼습니다. 특히 산을 오르면서 체력이 늘어가는게 느껴졌어요. 처음에는 30분만 올라도 힘들었었는데 이제는 2시간이 넘게 다녀와도 힘들지 않은 제 모습을 보면서 출산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역시 노력과 경험으로 얻어지는 자신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공부 : 2주 동안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침대에 누워 남편과 함께한 영어 대화 암기는 새로운 루틴이었습니다. 이 루틴으로 하루 시작을 성취감으로 시작할 수 있었고 하루종일 그 날의 대화를 외우며 남편과 재미나게 보낼 수 있는 요소가 되어주기도 했어요. 어느새 습관이 되어 눈만뜨면 영어 대화부터 암기하게 됩니다. 2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으로 그 날 하루의 시작을 이토록 기분좋게 시작할 수 있다니 정말 큰 발견입니다.
독서 : 처음 맞이하는 임신과 출산을 앞둔 불안한 상황 속에서 독서는 안정을 찾는 위로의 활동이었습니다. 새벽에 잠을 깨거나 집에서 뭘 해야할지 모르겠을 때마다 책을 들었어요. 혼란하던 정신이 바로 책의 내용으로 빠져들면서 마음이 안정되고 뭔가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가장 쉽게 나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활동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 미국주식과 절세 목적의 매매.
12월 말이 되면 1년 동안 투자한 결과 리뷰와 절세를 위한 매매를 진행합니다. 호두가 태어나고 나면 여러가지로 바쁠 것 같아서 그 전에 해야하는 일 중에 하나였어요.
올해는 감사하게도 투자 수익이 작년보다 많아서 절세 목적의 매매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어제 24일까지 아래 단계를 거쳐 계획한 매매를 모두 진행했습니다.
1. 올해 미국주식 투자 총 수익금 파악
2. 세금 최소화를 위해 필요한 손절 재매수 금액 점검
3. 현재 마이너스 종목 중 손절, 손절 후 재매수 할 종목 선정
4. 24일까지 매매 완료 (25일 미국주식 휴장, 26일 영국주식 휴장)
투자는 평생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경험을 쌓으며 자산 확대라는 목표를 이뤄갈 예정입니다. 특히 회사를 가지 않게 된다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에 투자에 집중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더 확대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 고맙고 감사한 분들.
원래 출산예정일은 23일이었습니다. 24일이 되자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어요. 회사 동료부터 주변 친구들과 요가 선생님까지.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직전까지 선물을 보내주는 동료들과 추가 요금내지 않아도 되니 수련이 필요하면 출산 전까지 언제든 오라는 요가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까지.
엄마는 저를 위해 맛있는 음식과 여러가지 준비를 도와주셨고, 시어머니께서는 남편에게 오늘 밤 제가 떨릴테니 꼭 제 손을 잡고 자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정말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에 뭉클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 유도분만을 앞두고.
우리 호두를 기다리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 호두는 엄마 배속에서 평화운 시간을 즐기고 있네요. 예정일이 지나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3.6kg으로 조금 큰 우리 호두. 결국 25일 유도분만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연분만을 계획하고 있던 저에게는 무척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어요.
사전 계획과 목표 설정으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던 저에게는 더욱 크게 느껴지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상황들이었습니다. 남편은 저보다 더 떨려하면서 호두와의 만남, 저의 출산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저 자신과 호두를 믿고 임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침 8시 병원 입원 후 오후 5시면 유도분만으로 우리 호두가 태어나서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상상을 계속 했습니다.
막달부터 강해진 태동과 만삭의 배가 이제 오늘이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아쉬움에 집에서 셀프 만삭촬영도 했어요.
자기 직전에는 오늘 아침 외웠던 영어 대화를 남편과 나누며 평소와 같이 잠들었어요. 새벽 5시에 화장실 가며서 깨어나 잠이 오지 않아서 어제 걸어둔 매매를 확인하고 바로 책을 읽었습니다. '멍청해지기 전에 읽는 뇌과학'이라는 책이었는데 글쓰기가 왜 뇌에게 좋은 활동인지도 나와서 매우 흥미로웠어요.
엄마가 사랑으로 끓여주신 소화와 영양을 고려한 계란국과 야채샐러드를 먹고 곧 출발하려 합니다.
오늘 저녁에 저는 어떤 상황일까요.
우리 호두는 언제 나올까요.
오늘 저녁에는 세상에 태어난 호두와 마주하고 있을까요.
여러가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저 자신을 믿고 잘 다녀오겠습니다.
호두야, 곧 만나자.
엄마도 열심히 수축할테니까,
호두도 3.6kg인만큼 힘내주길 바래.
우리의 첫 협업.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