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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6년차가 말하는 부부

by 애지

올해로 결혼한지 6년차 입니다. 같은 회사 선후배사이였던 남편과 저는 동갑이라서 편하게 친구처럼 지냈어요. 12년 전 입사 후 부서마다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남편을 처음 본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던 남편의 얼굴과 남편이 입고 있던 하얀 옷의 디자인 디테일까지. 큰 키와 큰 덩치, 그와는 상반되는 따듯하고 순수해보이던 환한 웃음이 인상깊었나 봅니다.


운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던 남편과 저는 그 뒤로 친구처럼 지내며 사내 농구동호회, 골프동호회를 함께하며 점점 더 가까워졌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 같이 어울려 놀다가 점차 둘이 노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평소에 친구들과의 약속이나 모임이 많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던 남편과 저는 회사 헬스장에서 금요일에도 퇴근 후 운동하는 유일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같이 운동도 하고 끝난 뒤에는 샐러드도 먹으면서 더욱 가까워졌어요. 그렇게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3년여의 연애 후 결혼했습니다.


부부의 의미가 평소에 평온하고 행복할 때는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저 역시 평소에는 그저 행복하고 함께 많이 웃고 재밌게 놀고 동화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어두운 표정으로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더라고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상사에게 크게 질책을 당한 것이었습니다.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고 평온하고 평화로운 호수 같았던 사람으로 회사에서의 일을 사사건건 전하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걱정됐습니다. 남편은 본인 일에 애착도 많고 실력도 우수해서 회사에서도 빠르게 팀장이 되었고 직무 관련 수상도 여러차례 했어요. 그만큼 실력도 있고 성실하고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인데 속상해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평소 자기개발 독서를 즐기던 저는 제가 아는 온갖 명언을 꺼내며 남편에게 전했어요. '이런 모든 과정이 당신을 더 성장시켜줄 것이다. 이 정도 일은 회사에서 아무것도 아니다.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한 성장 경험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알고 더 보완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은 결국 더 좋은 일을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등등. 하지만 저도 10년이 넘는 회사 생활을 해봤으니 그런 일을 겪었을 때 감정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고 결국 시간이 지나야 해결된 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은 여전히 좋지 않았습니다.


남편을 그렇게 힘들게 한 상사가 막 원망스럽기도 하고 마음같아서는 가서 뒷통수 한 대 팍 처주고 싶더라구요. 그래도 남편에게는 그런 상사가 있기에 결국은 남편이 더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위로의 말을 전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난 항상 여보 편이야. 누구든 괴롭히는 사람있으면 나한테 다 말해. 내가 전부다 뒷통수 한대씩 다 때려줄게! 회사 다니기 싫으면 언제든지 그만둬. 내가 먹여살려줄테니까 다니기 싫으면 다니지마!'라고 말하며 남편의 얼굴을 살폈습니다.


오늘, 내일 남편 회사에 큰 행사가 있거든요. 그 행사에도 행여나 상한 마음으로 처져있게 될까봐 두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여보 자 따라해봐. 나는 최고야. 나는 대단해' 남편은 저의 손을 마주잡고 고맙게도 저의 말을 바로 따라해 주었습니다. 말을 반복하는 남편의 굳은 얼굴에 점점 화사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의 얼굴에도 또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 순간 '이게 부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다가 마주치는 크고 작은 일들 앞에서

서로 두 손 꼭 잡고 당신 잘 해낼 수 있다며 서로 응원해주면서

눈 똥그랗게 뜨고 굳은 마음으로

앞으로 한발자국씩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그게 부부구나.


상대방이 안 좋은 상황에 처했을 때 옆에서 두 손 꽉 잡고 같은 편이 되어 힘을 줄 수 있고 어두운 터널 안에서 앞에 보이는 빛도 보지 못한 채 헤매일 때 따뜻하게 손 잡고 빛이 비춰지는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것.


앞으로도 언제든 남편이 힘들어 할 때면 바로 꺼내서 전할 수 있는 힘이 되는 명언을 많이 저장해 놓기 위해 자기개발서를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남편, 힘내. 세상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난 항상 당신 옆에 서 있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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