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나에게 대하기를 바라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라."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요즘 자주 떠올리는 말입니다. 물론 아무 이슈가 없는 평범한 때라면 보통 상냥하고 친절하게 상대방을 대하겠지만 상대방이 뭔가 잘못하거나 실수를 하거나 내가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일 때 저 말을 떠올린 후 행동하려 합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실천을 쉽지 않더라고요.
카페 직원
아침마다 운동 후 가는 카페가 있습니다. 카페에서는 노트북으로 전날 미증시 현황을 보고 블로그 업로드 등의 활동을 하는데요. 아침 7시라는 이른 시간임에도 카페의 직원은 엄청나게 큰 사운드로 걸그룹 노래를 연달아 틀고는 합니다. 노래를 바꿔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 항상 헤드셋을 가져가서 크게 클래식이나 전날 미증시 현황에 대한 뉴스를 듣습니다.
그 직원은 손님들에게도 항상 불친절했어요. 입이 삐쭉 나온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인사는 물론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손님들이 묻는 질문에도 틱틱거리며 불만 가득한 대답을 하곤 했어요. 얼마 전에는 어떤 아주머니께서 어떤 메뉴의 핫을 주문하자 "손님! 그 제품은 아이스 밖에 안되거든요!"하고 소리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다 민망하고 그 아주머니께서 주눅 든 모습을 보니 뭔가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제가 매일 가는 크로스핏 헬스장의 직원과 회원들 사이에서도 그 카페 직원의 불친절함에 대해서는 유명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보고 겪으면서 그 직원에 대한 불호의 감정이 커지고 있었어요.
사건
저의 남편은 운동을 더 하고 저보다 늦게 카페에 항상 도착하는데요. 아이스 카페라테와 베이글 메뉴를 매일 똑같이 주문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두 가지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직원이 '커피 나왔어요.'하고 외쳐서 남편이 가져온 뒤 한 10초 뒤에 또 '베이글 나왔어요.'라고 외쳤습니다. 그렇게 금방 나올 거면 같이 나왔을 때 부르면 되지 사람을 두 번씩 일어나게 하다니 의도된 못됨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베이글을 받아온 남편이 갸우뚱 거리는 거예요. 베이글을 보니 겉에 하얀 거품이 지저분하게 묻어 있었고 접시에까지 묻어 있었습니다. 보자마자 저는 어이가 없다며 이게 안 보여서 그냥 준거냐면서 씩씩대며 가져가서 따질 기세로 일어서려 했습니다. 그때 남편이 저를 앉히며 본인이 물어본다며 카운터로 갔어요. 그러더니 말했습니다. '여기 뭐가 묻어서요. 먹어도 되는 건가요?' 직원은 본인이 모르고 커피 거품을 묻힌 거 같다며 죄송하다고 의외로 사과를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원하시면 바꿔준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아니에요. 먹어도 되는 거면 그냥 먹을게요.'하고 가져와서 베이글을 먹었습니다.
다 먹고 카페를 나서는데 갑자기 그 직원이 다가와서 판매용 캐러멜을 건네면서 남편에게 죄송하다고 다음에 오면 확인하고 드리겠다고 말하는 거예요.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태도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저였다면 가서 따지듯이 물어 새로 달라고 했을 것이고 그 직원은 본인이 잘못하긴 했지만 불친절한 태도로 응대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잘못에 대해 채근하거나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태도로 그저 먹을 수 있는 건지만 물어보고 가자 그 직원도 미안한 마음에 사과까지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저로서는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평소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감성적인 사람인 저에 반해 남편은 평소에도 주로 평온한 마음 상태로 이성적이며 화를 내는 법이 없는 성향입니다.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상대방의 반응에도 영향을 주며 내 행동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온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화낼 일이 아닌 일에 화내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고 나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인생에서 크게 중요한 일인지, 내가 화낼만한 일인지를 생각하고 내가 상대방의 입장일 때 이런 나의 태도가 맞는 것일지를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훌륭한 인성으로 오늘도 제가 더 성숙할 수 있도록 깨달음을 준 남편에게 감사하며 더 아름답게 성장할 저의 모습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