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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엄마에게 보내는 고백 ep1

by 애지

얼마 전 아이유 배우님과 박보검 배우님이 나오는 폭싹 속았어요라는 드라마를 알게 되었습니다. 예고편을 봤을 때 왠지 뻔해 보이고 별로 흥미로워 보이지 않아서 볼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유튜브 쇼츠에서 드라마 일부분이 반복해서 등장하면서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해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를 본 후 들려온 많은 후기들이 그렇듯 저 또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울다 웃다 설레다 화나다를 반복했습니다. 특히 어제 올라온 에피소드에서 관식이가 아들을 잃고 사망신고를 하러 가서 서류 작성하다가 울면서 무너진 모습에서는 아무리 입술을 꾹 다물고 애를 써봐도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잔뜩 부어있는 눈의 붓기를 보며 어제 11시에 야식을 먹어서 그런 건지, 드라마 보며 울어서 그런 건지 잠시 생각에 빠집니다.


폭싹 속았수다라는 말은 제주도 방언으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제까지 보고 나니 왜 드라마 제목이 수고하셨습니다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 제 주변 사람들과 꽤나 닮아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가 그들에게도 직접 보지 못했던 장면들을 시청자라는 제삼자의 시선에서 보니 인물들이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엄마.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은 나이 드신 엄마의 모습이지만 엄마에게도 저런 6살 어린 꼬마 시절이 있었겠구나, 저런 시대를 배경으로 살아오셨겠구나, 엄마한테 자식이란 존재는 저런 거구나.


' 엄마가 벌써 몇 번씩이나 들려주셨던 엄마의 옛 시절 이야기를 또 시작하실 때면 '아, 또 그 이야기야! 벌써 몇 번째잖아!'라고 듣지 않으려 했던 저의 모습이 떠오르며 반성하게 되었어요.


애순이의 엄마가 애순이를 키우는 모습, 애순이가 딸을 키우는 모습을 보며 저런 애틋하고 사랑 넘치는 마음으로 저를 키우셨을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집니다.

예전에 밥 먹다가 엄마에게 소리치듯 말한 적이 있어요. 밥 먹다가 먹기 좋은 생선 살 부분, 맛있는 고기 부위만 골라 다 큰 딸내미 그릇에 놓아주는 엄마에게. '엄마, 이런 거 나 좀 주지 마! 엄마 먹어! 왜 엄마는 좋은 거 안 먹고 다 나만 줘. 난 엄마가 좋은 거 엄마가 먹는 게 그게 더 좋아! 나만 챙기지 말고 엄마는 이제 엄마 챙겨! 내가 알아서 먹을 수 있으니까!' 저에게만 자꾸 좋은 걸 주려는 엄마의 모습에 괜히 속상했나 봐요. 자식들은 엄마한테 고마우면 고맙다고 하면 되는데 왜 그렇게 짜증을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주말에 엄마와 두물머리에 놀러 갔다가 근처 장어 맛집에 갔습니다. 장어를 먹고 후식으로 국수 대신 참게메기고추장수제비 메뉴를 먹어보자는 제 말에 엄마는 양이 너무 많다며 국수 먹자고 하시더니 잠시 후 다시 '그래, 먹어보자.' 하는 것입니다.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었냐는 제 말에 엄마는 대답했어요. '우리 엄마가 해주던 고추장 수제비 생각나서.' 그 말을 듣고 '그래.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구나. 엄마도 엄마가 그립겠구나. 애순이처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나온 고추장 수제비를 한 술 뜨시더니 정말 맛있다는 말을 연거푸 하셨어요. 엄마가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할머니가 해준 맛이랑 똑같아? 맛있어? 우리 여기 자주 오자, 엄마.'

엄마와 두물머리 데이트

우리는 영원히 7살이다.

어제 관식이가 서울 사는 딸을 보고 싶어 올라왔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 버스 안에서 딸을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장면을 보며 엄마가 왜 그러시는지 알 것 같았어요. 관식이가 버스 창문 너머 딸에게 손을 흔드는데 그 딸의 모습이 다 큰 딸의 모습이 아닌 7살 어린 딸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엄마에게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보이나 보다.' 앞으로는 엄마 앞에서 다 큰 어른처럼 행동하려 하지 말고 마음껏 응석 부리고 애교도 부리고 투정도 부리고 7살 어릴 때처럼 재롱도 부리고 주시는 음식도 맛있게 잘 받아먹어야겠습니다.




엄마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김영애 씨는 여전히 꽃 같고, 소녀 같고, 빛나고, 아름답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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