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식이 같은 내 남편.
애순이의 남편 관식이를 보고 있으면 자꾸 저의 남편이 떠올랐습니다. 착하고 순하고 마음이 곱고 바르고 책임감 있고 무엇보다 든든한 모습이요. 어젯밤에도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줄게.'라고 말하는 남편을 째리기만 했는데 그 순간과 그 말이 얼마나 아름답고 귀한 것인지 다시 느껴졌습니다.
애순이와 관식이가 부산으로 사랑의 도피를 하고 여관에서 털려 다시 자기들 짐을 찾기 위해 밤에 몰래 들어가기 전 나쁜 짓을 하려니 떨려서 잔뜩 긴장한 관식이와 정신 차리라며 다그치는 애순이를 보니 영락없는 저와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누군가 남편에게 해를 끼치면 감정적인 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당장 따지러 가자며 방방 뛰는데 남편은 차분한 모습으로 저를 달래며 괜찮다고 합니다. 운전을 할 때 다른 차가 끼어들면 '끼어주지 마! 끼어주지 마! 바짝 붙어!!'라고 흥분해 소리치는 저에게 남편은 양보하며 '내가 지금 양보하면 다음에 저 사람이 당신한테 양보해 줄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남편입니다.
어제는 출근길에 반대편 의자 빈자리에 500원 동전이 떨어져 있었는데요. 제가 장난처럼 '저 동전 주워가자.'라고 말했는데 남편은 내리기 전 그 동전을 주어 옆 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주었습니다. 그 아저씨 동전이 아닐 수도 있는데 그래도 본인이 아닌 것을 갖기보다 주는 것을 선택한 남편의 모습에 왜 그러지라고 생각했었는데요.
어제 애순이의 딸이 대리시험 제안을 받고 '저는 커닝할 거면 차라리 꼴찌 하라고, 철봉 밑에 떨어진 10원짜리 하나도 줍지 말라고 했어요.'라고 하는 장면을 보고 갑자기 남편에게 미안해졌어요. 그리고 그 동전을 줍지 않은 남편에게 고마웠습니다. 제가 시키는 대로 그걸 주었으면 제가 너무 미안했을 거예요.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거 같을 때 으르렁 거리며 화부터 내는 저에게 남편은 늘 말합니다. '조금 손해 봐도 괜찮아요.' 그 말에 바보냐며 따졌지만 그 말대로 생각하니 마음이 더 여유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남편은 엄마의 말처럼 진짜 조선시대에서 내려온 성인군자일까요. 남편이랑 살면서 저의 모습이 점점 더 동그래지는 걸 느낍니다. 제가 점점 더 좋은 사람, 멋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걸 느껴요. 그럴수록 저의 마음은 더 편안해지고 더 행복해집니다.
여보는 최고의 남편이에요.
영원히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
고마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