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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차, 아침을 보내는 법

by 애지

오늘은 연차를 낸 기분 좋은 금요일 아침이에요. 화장실에 가는 남편의 인기척에 일찍 잠에서 깼어요.


시간은 7시. 연차나 주말에는 평소와 달리 너무 늦게 일어나고 리듬이 달라져서 더 피곤했었는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게 되다니 오히려 럭키비키 프라이데이 모닝이예요.


가장 먼저 폰을 켜고 미국주식 와치 리스트 마감 데이터를 확인해요. 8월은 매년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수익 중이거나 특히 래버리지 종목은 매도를 고려해보라는 엄마의 말씀이 떠올랐어요. 아니나 다를까 어제 8%나 오르던 래버리지 종목의 절반을 매도 했는데 오늘 아침 마감은 마이너스였어요. 역시 엄마는 위대합니다.


자산의 대부분은 장기투자이지만 최근 더 적극적으로 자산을 불리기 위해 일부 단타를 시작했어요. 그 중 저랑 잘 맞아 수익 확률이 높은 종목을 어제 매도 했는데 마침 종가는 마이너스라서 비장한 미소를 띄며 추가 매수를 했습니다.


다음으로 블로그, 쿠팡파트너스, 브런치 등의 전일 마감 데이터를 확인하고 폰을 내려놨어요. 오전 폰 사용은 여기까지. 아침은 하루 중 머리가 가장 맑고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에요. 매일 주어지는 소중한 이 시간을 최대한 저를 위한 시간에 집중하고 싶어서 폰 사용은 최소화해요.


화장실을 다녀와 다시 잠이 든 남편의 등 뒤로 책을 하나 펼쳐 기댔어요. 한 두페이지를 읽자마자 책에서 본 문장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아이디어와 인사이트가 떠올랐어요. 아침에는 조금만 책을 읽거나 생각에 잠겨도 다양한 생각이 마구마구 떠올라서 정말 신기해요.

누워있을까 일어날까 잠시 고민하다가 '지금 이 순간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하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켜 노트북과 책, 일기를 들고 거실로 나와 앉았습니다.


방문을 열고 나오니 활짝 열린 창 밖에서 시원한 바람이 잘 잤냐며 인사를 건네 줍니다. 이제야 여름을 알아차렸는지 얼마 전부터 울기 시작한 매미는 몇 마리인지도 모를 정도로 리듬을 맞춰 떼창을 부릅니다. 부지런한 까치는 어제 밤에 올려둔 새밥을 먹으러 찾아와서 '깍!깍!깍깍!!'하고 이따금씩 친구를 보며 소리치며 열심히 아침 식사를 먹습니다. 뒤에서 기다리던 친구가 한 친구가 가자마자 와서 식사를 또 시작해요. 먼저 먹은 친구가 뒤에 친구를 위해 남겨줬을 거에요.


까치가 떠난 뒤 노트북을 켜고 떠오른 아이디어를 글로 적다가 시계를 보니 7시 30분. 시어머니가 일어나셔서 아마 요리하고 계실 것 같은 시간이었어요. 오늘은 남편의 생일입니다. 그래서 연차를 내기도 했는데요.


남편의 생일을 맞아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시어머니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아침 일찍 전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옷을 입고 근처에 사시는 시어머니께 찾아가 남편을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며 편지를 전해드렸어요.


어머니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맞이해주셨어요. 생각보다 더 기쁜 표정의 어머니를 보며 아침에 고민 없이 찾아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의 생일을 맞이해서 아침부터 미역국을 끓이고 계신 어머니 모습을 보니 엄마들의 사랑은 끝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참 행복한 아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호두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일기를 쓰고 있는데요. 어제 못 써서 자리에 오자마자 다이어리를 펴고 호두에게 편지 겸 일기를 썼습니다. 노트는 아주 오래 전에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해서 구매했었는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명작 고흐의 아몬드 꽃 그림이 그려진 노트예요. 고흐는 주로 우울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동생이 아기를 낳자 축하하는 의미로 밝고 이쁜 아몬드 꽃 그림을 그려 선물했다고 해요. 푸른 색감과 생동감 넘치게 놓인 하얀 꽃들이 마치 살아서 바람을 흩날리는 듯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에요.


주요한 일들을 끝냈으니 이제 다시 책을 읽으며 아침 시간을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연차를 낸 아침 마음껏 자는 것도 정말 좋지만, 새로운 시간을 한 번 보내보고 싶으시다면 아침 일찍 한 번 일어나 보세요.

선물처럼 찾아온 조용하고 온전히 나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아질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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