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COCO Mar 20. 2023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영화 <어바웃 타임> 감상평



“초능력이 생긴다면 어떤 능력을 갖고 싶어?”

시간을 거스르는 능력. 언제로 돌아가서 무엇을 바꿀까.


많은 영화가 한 방향으로 시간이 흐르는 세계를 벗어나 과거로 미래로 이동하는 타임 트래블에 대해 상상해 준다. 백투 더 퓨쳐는 90년대에 상상한 과거와 미래를, 인터스텔라는 21세기에 그린 암울하고 어두운 시간 여행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영화, <어바웃 타임>

로맨틱한 포스터에서 짐작하기 어려운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다.


평범한 남자 주인공, 팀은 시간 여행의 능력을 유산으로 물려받는다. 뉴이어 파티에서 어정쩡하게 키스 대신 악수를 건넨 바보 같은 순간을 바꾸려 과거로 돌아가고, 좋아하는 여자와 멋진 밤을 보내기 위해 시간을 되돌린다. 대대로 능력을 물려받아왔고 성인이 된 아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는 아버지는 부자가 되는 선택을 했던 자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외롭게 인생을 망쳤는지부터 이야기해 준다. 막대한 부는 행복에 그리 중요하거나 결정적인 조건은 아닌가 보다. 대신 팀의 아버지는 가족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삶을 선택했다. 바닷가 마을의 한가로운 풍경, 해변에서 차를 마시며 보내는 소박한 시간. 시간 여행자 선배인 아버지가 선택한 삶은 완벽하게 아름다운 가족의 시간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낳고 소중한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는 보통의 삶. 그 보통의 날들에 만나는 슬픈 사건들을 바꾸기 위해 팀은 시간을 거스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생사, 그리고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타인의 삶을 인정한다.


아버지는 시간 여행의 두 번째 비밀을 전해주기 위해 평범한 하루를 정확히 똑같이 살아보라고 권했다. 긴장과 걱정을 내려놓고 다시 살아보는 하루는 모든 것이 똑같지만 이미 예측하고 있는 일들인 탓에 한층 느긋하고 여유롭다. 두 번째 비밀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너무 애쓰지 말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삶을 살 것. 그래도 괜찮으니까. 같은 일을 겪어도 어떤 마음이냐에 따라 더 힘겹게 느껴질 수도,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팀은 스스로 깨닫게 된다. 시간의 유한성이 지금 여기라는 현재를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지를. 그래서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 무엇도 바꾸지 않게 된다. 일어나야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지나가버리는 매 순간을 온 존재로 끌어안는 현재에 살기로 한다. 그것이 그가 선택한 시간이다.


사랑스러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그리고 찰떡같은 출연진들. 보는 내내 빙그레 웃게 만드는 영국식 유머.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의 풍경, 작은 아파트, 아이들과 보내는 눈부신 일상. 시골 마을에서 매일 정원을 가꾸고 차를 마시는 단란한 가족, 서로를 아끼는 남매, 싸우는 장면마저 사랑스러운 부부, 그저 인형처럼 안겨있는 아이들. 현실의 고단한 디테일은 모두 생략되고 판타지에 가까운 삶이 그려진 영화. 그래서 영화일 뿐이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그런 세계에 꿈꾸듯 빠져들어 웃고 울게 만든다. 모든 영화가 극사실주의일 필요는 없지. 사실 이 영화는 판타지 장르니까. 시작부터 끝까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몇 번을 보아도 참 예쁘구나. 이렇게 말랑말랑한 마음으로 만들어주다니.


팀과 메리가 결혼과 임신 사실을 가족들 앞에서 발표하는 장면. 우리나라와 많이 다른 영국의 문화를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다. 결혼은 오직 남녀 둘의 결정이고 누구의 허락을 구하지 않는다. 그저 축하를 기대하며 소식을 전할 뿐. 정말 사랑스러운 장면이다. 누구와 결혼하냐, 아이는 누구의 아이냐는 삼촌의 엉뚱한 질문은 웃음을 선사한다. 어쩌면 당연하다 생각하는 모든 것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생각하게 만드는 삼촌과 긴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다. 아마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당연한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사랑하는 사람과 소중한 가족, 평범한 시간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는 하루하루.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매 순간을 살아가는 시간.

그것이 시간 여행자가 선택한 마지막 삶의 방식이었다.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 지금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단 한 번의 찰나라는 것.

그러니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생을 만끽하며 매 순간의 기쁨을 충분히 누리는 것이다.


목련이 만개한 3월.

겨우내 앙상했던 가지에 초록보다 먼저 흰 꽃을 주렁주렁 한가득 피워낸 탐스런 목련 나무를 본다.

멈춰서 그 모습을 본다. 돌아오지 않을 목련의 지금을 마음껏 사랑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내가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나의 시간을 소중하게 가꾸기로 마음먹는다.


시간. 그 유한함의 아름다움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https://soundcloud.app.goo.gl/fR6xmMfJtcEaco7d6



작가의 이전글 무척 힘들어 보이던 너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