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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CO Sep 26. 2023

연희동 주민의 <작별인사> 독후 감상문

김영하 장편소설 <작별인사>


출간된 지 꽤 지났지만 이제야 읽어보게 된 김영하 작가의 9년 만의 장편 <작별인사>

읽어 보기 전부터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작별인사.

속으로 가만히 말해보면 갑자기 모든 것이 고요해지는 기분이다.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서점에 서서 조금만 읽어보자 했는데 문득 깨닫고 보니 40 페이지를 넘어섰다.

이렇게 술술 읽히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었나?

맞다. 김영하 작가의 글은 술술 잘 읽히는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동안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잘 읽힌다.

마치 작정하고 쓴 통속소설 같은 느낌이다. 묘사나 상황보다 사건 중심으로 간략하고 빠르게 전개된다

게다가 SF 라니. 참신하다. 재밌다.

(중후반에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이어져서 잠시 지루함 위기가 있었다)




책의 줄거리와 주제는 단순하다.

인공지능이 언젠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도화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생명윤리와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 자체가 엄청나게 신박하거나

던지는 담론이 충격적일 만큼 참신한 것은 아니다.

다만 김영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디테일,

미래의 연희동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법한

평범한 날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제로는 평양이라는 설정이지만)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를 그곳으로 순간이동 시켜준다.   



작품 말미의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단편으로 작업했던 이야기를 장편으로 고쳐 쓴 것이라고 한다.

초반의 호흡이나 느낌이 다른 장편과 다르다고 느껴졌던 이유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연희동 



주인공이 살고 있는 동네는 아무래도 연희동을 떠올리게 한다.

주택들이 이어져 있어 따스하고 낭만적이지만

실은 충격적으로 부유한 동네, 빈부격차가 심한 동네 연희동.

김영하 작가와 내가 살고 있는 동네다. ㅋ


연희동의 복복 서가 앞을 지날 때마다 ‘저기 계실까?’ 생각해 보고

주차장의 차를 보면서 ‘저게 김영하 작가 차?’ 추리해 보고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연희동 카페를 보고 매복을 궁리해 본다.


아무튼 연희동에서 거주하시고 작업하시니

매일 보는 동네와 집 주변의 풍경을 떠올리시지 않았을까 싶다.

동생 부부는 지나가다 김영하 작가를 마주쳤는데 모른 척 지나쳤다는 무용담을 들려주었다. 부럽다…

키가 엄청 크시다고 한다. 직관썰 부럽다…..


무엇보다 초반에 아침마다 새가 정원에 찾아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연희동은 정말 말 그대로 새소리로 아침이 오고 잠이 깬다.

이게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유흥의 메카인 연남동, 홍대 지척에서 가능하다니

나도 연희동으로 이사오기 전에는 정말이지 몰랐다.





연대오빠


독후감이라기보다 김영하 작가에 대한 찬가의 성격이 되어 버렸다.

김영하 작가가 팟캐스트를 삭제해버리고 나서

마땅한 수면용 오디오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길고 긴 세월이 있었다.

그러다 유튜브에 올라온 김영하 작가의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그에 대해 새로운 매력을 알게 한 영상이었다.


김영하 작가의 취미가 뭔지 아시나요?

바로바로….. 자동차와 시계.

부내난다 정말. 김영하 작가 팬이라면 이 영상 추천합니다 :)





https://youtu.be/pgpTsNSt2Sc?si=rx6ZTtEwaY9ay3jn






결론 : 추천. 읽어볼 만한 책. 재미있는 소설.

대작, 걸작, 작가의 대표작까지는 아니지만

작가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 외전 같은 느낌.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영하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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