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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CO May 31. 2024

요즘 임신과 출산 소식

엄마의 세계

어쩌다 보니 현재 임신한 친구가 둘, 아직 돌도 되지 않은 쌍둥이 키우는 친구가 하나.

이 초저출산 시대에 애를 낳아 키우기로 결심하고 실천하고 있는 그녀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라떼만 해도 분유 타기 좋은 온도로 유지해 주는 분유 포트가 필수템이었는데 요즘은 아예 자동으로 분유를 타주는 분유 제조기를 거의 장만하는 듯하고, 리클라이너 대신 가성비 좋은 국민수유의자가 있단다. 오호 사진으로 보니 거참 편안해 보이는 것이 나도 넷플릭스 시청용으로 하나 장만할까 싶을 정도.


임신한 친구 1.

공개적으로 임밍아웃을 하기 전 만난 그녀에게서 영광스럽게도 첫 번째 임신 소식을 듣는 가족 외 1인이 되었다. 긴 산책을 하며 지난했던 그 과정을 들었다. 호르몬 주사 바늘을 스스로 꽂는 것도 어려웠지만 갑작스럽게 주입된 호르몬으로 겪었던 신체적 고통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실패. 실망과 슬픔의 시간을 지나 다시 배란 유도 주사를 배에 꽂는 그녀의 심정은 어땠을까. 임신 테스트를 하는 날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그렇게 얻은 뱃속의 아이는 지금 그녀에게 어떤 의미일까. 친구가 뉴스에서 아이를 학대한 부모들 뉴스를 들으면 정말 분노가 솟구쳤다는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몇 년 동안 간절히 기다려도 갖지 못하는 아이를 누군가 그토록 하찮게 여긴다는 것이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고 했다.



임신한 친구 2.

똑순이 중에 똑순이 아가씨였다. 예쁘고 싹싹하고 예의 바르고 일도 잘했다. 무슨 일이든 잘해서 늘 일복이 많다. 독실한 크리스천이라 그런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더니 교회 목사님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이런저런 염려와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녀는 결국 그와 결혼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와 바로 임신을 하고 여름이면 딸을 가진 엄마가 된다. 하얀 원피스에 잔뜩 불룩한 배로 나타난 그녀는 10킬로가 쪘다며 볼멘소리를 하지만 내 눈엔 여전히 상큼하기만 하다.

출산준비물을 사는데 남편과 다퉜다며 망고 생크림 케이크를 먹다 말고 눈물을 흘렸다. 호르몬 때문인지 뭔지 몰라도 마음이 안 좋다. 그녀를 울린 남편이 무척 밉고 마음에 안 든다. 하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다. 그 남자가 그녀를 자주 울게 만들 것 같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저 그녀의 친구로서 출산선물을 대신해 카뱅으로 이체를 해주는 것이다. 사고 싶은 거 살 수 있게.





쌍둥이 엄마.

회사 같은 부서에서 만난 우리는 성격이 아주 극단적으로 반대였다. 하지만 둘 다 별 의미도 없고 파급력도 없지만 정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잘 통했다. 오랜 솔로였던 그녀가 수많은 소개팅 끝에 남자 친구에서 남편이 된 그를 만났다. 아기를 한꺼번에 둘이나 낳은 나의 사랑하는 친구는 여전히 아가씨 때처럼 날씬하고 예쁘다. 아기 둘을 돌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살이 금세 다 빠져버렸단다. 딱하지만 축하할 일이다. 그게 얼마나 빼기 힘든 건데.

영원히 싸우는 일은 없을 것 같았던 착한 사람 + 착한 사람 부부도 육아 고난의 행군에서는 서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나 보다. 잠 못 자는 수감생활이 6개월에 가까워지는데 누가 제정신일 수 있겠는가. 다퉜던 이야기, 속상했던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즈음 내가 어땠는지 떠올려본다.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느라 힘들었지. 딱하고 짠하지만 잘 해내리라 진격의 INTJ



아기는 참 귀엽고 보드랍다. 아기를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더 많은 아기가 태어나려면 엄마들이 행복해야 할 텐데. 그래야 아기를 낳으면 행복하구나, 느낀 사람들이 또 아기를 낳을 테니까. 나의 사랑스러운 그녀들이 부디 너무 힘들지 않고 자주 행복하기를 기도한다. 내가 그랬고 그런 것처럼 그녀들도 아기를 통해 완전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 엄마만이 이해할 수 있는 미묘하고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맞장구치며 함께 할 수 있게 될 것이 기대된다. 어서 오세요, 엄마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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