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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혐오에서 그녀를 구출할 수 있을까

도파민 디톡스 일기 D-1

by COCOCO


장장 9일 동안의 긴 설 연휴가 끝났다.

휴가를 앞두고 뭘 할 거냐 묻는 질문에 그녀는

운동하고 책도 읽고 가까운 곳에 여행도 가고

알차고 즐겁게 보낼 거라 설레어했다.


내일 출근을 앞둔 그녀에게 그동안 무얼 했는지 물었더니

여지없이 그 긴 시간의 대부분을

소파에 누워 티브이와 휴대폰을 보면서 보냈다며 자기혐오에 빠졌다.


멍하니 티브이를 보다가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라치면

허겁지겁 휴대폰을 집어 들고

게임을 하거나 인스타그램을 켜고 1초짜리 자극으로 신경을 돌렸다고 했다.

잠시라도 정적이 있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겠다고 했다.


고요한 시간, 자극이 없는 순간에 밀려드는 무료함과 패배감.

우울한 감정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찾는 즉각적인 즐거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결국 휴대폰을 끄는 순간 밀려드는 자괴감은

조금씩 커져만 갈 뿐이었다.


다짐이든 계획이든 어겨버려기 일쑤고

반복되는 자신의 한심한 결론에 스스로에 대한 실망만 더해지니

더 이상 계획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일은 나가서 뭐라고 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다음날도 또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면서.

결국 5일째부터는 자기 합리화를 하기에 이르러서

아예 자기가 원하는 건 하루 종일 집에서 티비나 보고 배달음식이나 시켜 먹는 거라고

계획 자체를 바꿔버렸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다.

누구보다 여행을 좋아하고 바깥활동을 즐기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나 우울증인가 봐.”


그녀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


스스로를 혐오하며 소파 위에 누워 꼼짝하지 않는 그녀는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녀 스스로 뿐이다. 그녀를 돕고 싶다.



그녀에게 제안했다.

우리 앞으로 딱 5일 동안만 티비 켜지 말자.

휴대폰도 영상이나 SNS를 보는 건 하지 말자.


늘 쉽게 결심하는 그녀는 이번에도 좋다고 선뜻 응했다.

쉬운 일이 아닌데 해낼 수 있을까. 나도 자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유튜브와 넷플릭스 없이 일주일 살기.

도파민 디톡스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매일 상태와 감정을 기록하고 공유하기로 했다.

과연 무엇이 변할지 나도 모르겠다. 원인은 정작 다른 것이라는 것도 안다.

다만 회피하는 것을 멈추고 조용한 시간에 떠오르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어주는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떠오르는 불안하고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을 마주하는 시간.

무료하고 지루하고 되게 재미없는 시간에 우리가 어떤 짓을 하게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올해의 계획. 2월의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유튜브 없는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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