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성공, 돈? 나는 오직 재미를 추구한다 이말이야!”
그녀는 여태 그렇게 살아왔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라면 눈을 빛내며 몰두하는 그녀를 나도 동경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닫고보니 재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했다.
“뭘 해도 재미가 없어. 재미있어보이는 일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없다는게 말이 돼?”
남자에 대한 흥미도 없단다.
친구랑 만나는 것도 내키지 않아 몇시간 전에 취소해버리기고 나서는
스스로가 너무 끔찍해서 아예 약속을 잡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뭐하고 살아?” 내가 물었다.
“일어나서 꾸역꾸역 회사에 가지. 퇴근 하고 집에 오면 저녁먹고 씻고 유튜브보다 휴대폰 게임하다 자.
자고 일어나면 또 회사에 가. 퇴근하면 그렇게 무한 반복이야.”
“집에서 뭐하는데? 잘 챙겨먹고는 있어?”
“요리하는 것도 귀찮아. 대충 때워. 먹고 싶은 것도 없는데 살은 계속 찐다?
그러다보니 내 꼴이 마음에 안들고. 꾸밀 의지도 없고.
미용실? 언제 갔는지 기억도 안나. 옷도 작년에 마지막으로 샀나?.”
듣고있기만해도 우울해진다. 하긴 그녀의 모습은 전과 달리 부어있고 시들어있다.
아무래도 우울증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그냥 우울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건가?
“회사는 어때?”
“회사야 뭐 늘 그렇지. 모르겠어.”
시원하게 말을 하지 않는다. 불평이든 욕이든 쏟아놓을 때가 차라리 나았는데. 이제는 말을 삼킨다.
나는 예전에 그녀가 뭘 재미있어 했는지 기억한다.
목청 높여 얼마나 멋졌는지, 맛있었는지, 신기했는지 너도 꼭 가봐야 한다면서 이야기해주던 그 수많은 곳들, 이상하고 웃긴 친구들, 별로이지만 만나고 있는 남자와 헤어진 남자와 새로 만난 남자들, 누군지 알 수 없는 음악가와 어떻게 알고 가는지 모를 모임들, 여행지에서 그을린 피부와 그만큼 이국적인 에피소드들.
그걸 잊을 걸까?
이제는 그것이 즐겁지 않은 것일까?
일단 나는 그녀에게 돌아오는 일요일, 나를 만나달라고 했다.
약속취소는 없다. 무조건 나와라.
낯선 곳에서 헤메는 시간이 그녀에게 필요해보인다.
익숙하고 안락한 곳을 시계추처럼 오가는 삶 속에서 그녀는 시들어버린 것 같다.
최선을 다해 그녀가 잃어버린 재미의 톡 쏘는 맛을 기억나게 해줄 것이다.
도파민이 팡! 터지는 환희를 어떻게든 기억나게 하고 말테다.
어떻게?
To be continued... 후기로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