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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Aug 31. 2018

시작과 끝

그리고 끝과 시작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그곳에 가본 적이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42km 정도 떨어진 곳에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 호카곶이라는 지역이 있다. 그곳에 가면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십자가탑이 하나 있는데, 16세기 포르투갈 한 시인의  “여기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Onde a terra acaba e o mar começa)”라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깎아지른듯한 절벽에 부서질 듯 파도가 부딪히고, 그렇게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땅의 끝과 바다의 시작점에 서서 수많은 시작과 또 수많은 끝을 생각했다. 설렘과 기대에 부푼 하지만 두렵고 낯선 시작과 성취감과 안도감 뒤에 아쉬움과 서운함이 교차하는 끝이 있었다. 망설임과 용기가 뒤섞인 시작과 두려움을 이겨낸 모호한 허탈함과 슬픔의 끝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과 끝, 끝과 시작이 늘 맞닿아 있었다. 이미 지나간 시작과 끝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시작과 끝. 어쩌면 인생은 이 둘의 무한 반복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매서운 바람에 덜덜 떨며 리스본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작과 끝의 중간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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