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단골 치킨 가게 사장님의 별칭은 아침이다. 아침은 재미난 학부모는 아니다. 재미난 학부모 동녘의 언니로 이모다. 아침이 학교 근처에 치킨 가게를 연다고 했을 때, 앞으로 치킨은 아침네라고 농담처럼 말했는데, 그 말은 예언이 되었다. 아침네 치킨 가게는 마을 공식 주말 치킨 파티, 크고 작은 모임의 뒤풀이 장소이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치킨 한 마리 가운데 놓고 옹기종기 모여 놀고 있었는데, 아저씨 한 명이 들어오더니 맥주 한 잔을 원샷하고 값을 지불했다. 재판 결과가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를 우리 모두에게 하고, 아침에겐 무운을 빌어주고 나갔다. 아침이 꼬마 때부터 알던 동네 아저씨라 했다. 잠시 뒤엔 아침의 친구가 왔다. 아침의 저녁 식사를 걱정하며 무김치며, 잡곡밥이며, 과일을 꺼내 놓았는데, 내일은 회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치킨집에서 회를 먹었다. 근처에서 미용실을 한다는 아침의 아는 언니도 왔다 갔다. 손님이 있었는지 다정하게 묻고, 서서 건강 이야기를 한참 하다 갔다. 이날 아침의 지인들이 오고 가는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는데, 이를테면 <나의 아저씨> 정희네?
“아우름이 밥을 너무 빨리 먹어요. 안 씹고 밥을 넘겨요.”
“사랑이는 밥을 정말 잘 먹어. 난 잘 먹는 사람 보면 기분이 좋아.”
아이들 몇이 근처 청소년수련원에서 인라인스케이트 수업을 수강하기로 했다.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오자니 애매하고, 수업 후 저녁을 먹자니 허기진 시간. 아침이 나섰다. 매장 손님이나 배달 주문이 들어오기 전 시간이니 본인이 아이들 저녁을 먹이겠다고 했다. 어차피 조카들을 먹여야 하니 아이 몇 정도는 더 먹일 수 있다 했다. 밥값도 정했다. 하다 힘들면 언제든 말하자고 약속하고 일단 시작해 보자 했다. 이렇게 1년. 아침과 종종 아이들의 식습관과 양을 보며 걱정을 나누고 감사도 전한다. 어떤 잔소리를 함께 할지 의논하며 지낸다.
몸과 마음에 잔뜩 힘이 들어갈 때가 있다. 이렇게 지내려고 재미난 마을로 이사한 것이 아니라거나, 재미난 학교를 보낸 것이 아니라거나. 특히 올해는 학교 20주년이라서 그런가. 결산을 하고, 우리에게 무엇이 남았는지 확인해야 할 것만 같은 날이 잦다. 이런 마음이 들 땐 치킨집의 그날을 생각한다. 오늘 아이들이 먹었을 저녁 식사를 생각한다. 그럼 마음도, 몸도 말랑해진다. 그래, 마을공동체가 별거냐, 대안교육이 별거냐. 걱정을 나누고, 감사를 전할 수 있는 이웃이 있는 삶이면 됐다,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