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엔 큰아이가 재미난 초등을 졸업하고 중등에 진학했다. 대안학교의 졸업식(=해냄식)은 아이들 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의미가 있다. 아무도 가라 하지 않은 길. 대안학교 공동체는 그래서 강하고 그래서 약하다. 관계의 밀도가 높다. 사랑도, 상처도 깊다. 그 과정을 다 겪어낸 이들의 해냄, 졸업, 완주.
축하를 하기만? 받기만? 싫다. 해냄식 뒤풀이를 준비하고 학교와 마을에 줄 선물을 마련했다. 공연도 하자! 춤? 아마존 익스프레스? 좀 오버 아냐?
언제부터일까. 의식하지 않으면 하루 2000 보도 걷지 않는다. 가을엔 자전거를 타다 발목을 삐더니 겨울엔 좀 걸었다 싶으면 발목이 시큰거린다. 몸 쓰는 일에 잼병이 되어 버렸다. 말끔하게 정돈된 공간에 하나의 사물이 되어 꼼짝하지 않고 책을 읽는 시간을 사랑한다. 책모임만 몇 개냐.
춤. 춤이라니. 아직 마음을 먹지 못했는데 졸업생 아이가 개사한 가사를 보내왔다. 졸업가정 단톡방에 레퍼런스 동영상이 올라오더니 한밤중에 직접 녹음한 랩도 올라온다. 새벽에 어수선해서 깨니 남편은 연습 중. 물러설 곳이 없다. 여러 날 거울 앞에서 꾸물럭. 삐걱. 오! 좀 되는데?
당일 공연은? 망쳤다. 관객도 우리도 서로 당황스러울 정도로.
그런데 좋다. 팔을 번쩍 들고 스텝을 밟고 골반을 튕기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말도 안 되게 별로인데 또 그게 말도 안 되게 기분이 좋다. 몸을 쓴다는 것. 활력이 되더라.
재미난 해냄식이 아니었다면 절대 하지 하지 않았을 일. 늘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재미난 어른들은 재미난에서 아이들이 배우길 바라는 삶의 자세, 스스로 기획하고, 행하는 삶, 친구를 믿고 내질러 보는 삶으로 미친 듯 뛰어들어 볼 때가 있는데, 내겐 이번 해냄식-아마존 익스프레스가 그러했다. 6년 동안 했던 그 어떤 활동보다 가장 난도가 높았다. 내 딴엔 극기였다. 나에게 없던 낯선 욕구를 인정하는 경험, 신나게 행동으로 옮겨본 경험이었다.
작가 김현경은 사람됨이란 절대적 환대로 타자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재미난 6년. 서로를 환대하고, 자리를 내주며 사람됨의 삶의 방식을 배우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자리를 내주기 위해 서로의 몸을 웅크리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원을 넓히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 나의, 우리의 춤이 재미난 공동체의 원이 넓어지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