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과거의 내게 남기고 싶은 감사함이 있나요? 감사함을 표현해 보세요.

by 서가지현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온전하게 행복할 수 있었던 1박 2일. 들여다 보면 사진 속 사람사람마다 가슴 아린 사연 하나씩 안고 있것만. 다들 웃는다. 그 사연 촘촘히 함께 했다 하면 거짓이지만 그래도 그래도 우리는 가족. 아버지 칠순을 빌려 서로에게 고맙다, 장하다 칭찬하며 안아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달까. 모두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2015.8.22(토)~23(일) 아버지 칠순 여행 메모 중


삼남매가 의기투합했습니다. 아버지 칠순 기념 파티를 1박 2일 여행으로 기획하고 다녀왔어요. 2015년 음력 7월 8일. 여름 끝자락이었습니다. 바닷가 독채 펜션, 잔디밭과 수영장, 출장뷔페, 사진작가. 이동은 연예인 벤으로. 호사스럽다면 호사스럽고, 번거롭다면 번거롭고, 또 유별나다면 유별났던 여행입니다. 처음엔 아빠가 초대에 망설이셨어요. 뷔페도 아니고, 연고지도 아닌 곳에서의 파티가 어색하셨나봐요. 그러다 점점 탄력이 붙더니 15명 내외로 생각했던 파티 규모가 30명을 훌쩍 넘어섰어요. 직계 가족 외에 아빠의 형제자매들, 엄마의 형제자매들,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 또 자녀들의 자녀들. 사돈의 5촌이 함께 하는 1바악 2일!


굿즈도 준비했습니다. 아이디어는 그즈음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에서 빌렸습니다. 이서진이 ‘짐꾼’이라 쓰여진 티를 입고 나왔었거든요. 맞아요. 지금은 다소 흔해진 가족티. 그 때만 해도 컨셉을 이해하는 업체를 많지 않았어요. 디자인은 둘째가 직접. 한장 단위로 프린트해주는 업체를 어렵게 찾았습니다. 티 윗부분엔 아빠 사진과 이름, 칠순 축하 멘트를 넣었어요. 아빠 티엔 가슴 부분엔 대문짝만하게 ‘주인공’이라고 새겼고요. 참가자 옷엔 아내, 큰딸, 작은딸, 아들, 큰 사위, 손주, 누나, 동생, 동서, 처남, 처제 등을 프린트했습니다. 같은 조카, 처남이라도 사이즈가 달라요. 200일 갓 넘은 아가옷부터 투엑스라아지까지. 나름 파티 참가 굿즈인데 누구는 드리고 누구는 드리지 않을 수 없는 노릇. 옷 준비를 한 달 전부터 했는데 여행 바로 전날까지도 파티 신청이 계속되어 옷 주문도 이어졌지요. 마지막 옷은 퀵으로 받았답니다.


파티 당일. 아빠는 형제들이 한 명 한 명 오실 때마다 귀하게 손을 잡고, 조금은 과장되게 인사하며 당신을 위한 파티를 즐기셨어요. 사진사에겐 흰색 모시 한복을 입고, 해안도로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을 남기고 싶다는 등 적극적인 디렉션을 주기도 했어요. 이런 아빠가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처음엔 낯설어하던 다른 가족들도 가족티를 드리면 경계가 풀리더라고요. 아빠와 기념촬영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파티에 참가했습니다. 주인공과 공식(?) 촬영을 마친 후에는 삼삼오오 흩어져 동생끼리, 처제끼리, 조카끼리 사진을 찍으며 본행사를 기다렸어요. 늦게 온 가족에겐 티부터 받아오라고 들뜬 목소리로 안내도 하고요. 어린이 청소년은 마당 수영장에 첨벙. 늦여름 햇빛, 바람, 잔디를 각자의 방식으로 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뿌듯한 시간입니다. 큰아이가 다섯 살. 둘째 아이 9개월. 육아 휴직 기간이었는데, 준비하면서는 정신없다, 정신없다 했어요. 평범한 잔치나 여행을 갈 걸 그랬다 후회도 하고요. 그런데 돌아보니 최고로 잘한 일이에요. 그날의 사진을 한 번씩 보면서 셀프 칭찬. 셀프 쓰담하곤 합니다.


잘했다, 이지현! 고맙다, 이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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