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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l 22. 2023

반도체, 소음 속에서 진실을 찾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 전에 정리해야 할 소식들

Keywords

-엔비디아&AMD: 없어서 못 파는 GPU

-인텔&퀄컴: 빼도 박도 못하는 중국

-TSMC&ASML: 흔들리는 슈퍼 을, 끄떡없는 슈퍼 병

-애플&테슬라: 꺼진 AI에 기름 붓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요한 건 꺾여야 하는 재고


최근 반도체와 관련된 뉴스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면서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소음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심지어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아예 잘못된 정보에 속아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소음에 휘둘리지 말고 진실만 바라보고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지금 확실한 건 생성형 AI 때문에 빅테크 뿐만 아니라 모든 IT 기업들이 GPU를 사려고 줄을 서 있지만 정작 엔비이아와 AMD조차 물량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엔비디아와 AMD가 넘쳐나는 GPU 주문을 감당하기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일부 물량을 위탁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루머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진실과 소문을 구분하고 향후 반도체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전망해보고자 한다.



1. 인텔&퀄컴.


이번 주 월요일 팻 겔싱어 인텔 CEO와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가 백악관에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급 관료들과 회담을 나눈 것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같은 날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중국에 대한 추가적인 반도체 수출 규제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점을 미루어 보아 인텔과 퀄컴이 중국 시장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텔과 퀄컴의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은 각각 20%, 60%에 육박하기 때문에 미국이 대중 제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자 중국에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중국이 반도체 수출 규제에 반발해 자원을 무기화하고 심지어 온갖 편법을 동원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 문제를 미국과 중국의 국가적 대립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인텔과 퀄컴의 CEO 입장에서는 기업가로서 본인의 성과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미국의 제조업 리쇼어링이라는 명분 하에 반도체 명가 재건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25년까지 TSMC와 삼성전자의 공정과 겨룰 수 있도록 막대한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데 중국 시장에서 타격을 입으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역시 넥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미션이 있다. 현재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 시장과 애플이 준비하고 있는 확장현실 시장에서 가장 유력한 경쟁자가 퀄컴이다. 차세대 디바이스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선제적인 기술 개발과 자본 투자가 필요한데 중국 시장을 잃는 것은 상당히 치명적일 수 있다.



2. TSMC&ASML.


이번 주부터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되었는데 TSMC와 ASML의 행보가 엇갈렸다. TSMC의 매출과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23% 가까이 감소하면서 흔들렸던 반면 ASML의 매출과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36% 가까이 증가하면서 끄떡없는 모습을 보였다. TSMC는 부진한 PC와 스마트폰 수요에 칩 주문량이 줄었고 가동률을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한 TSMC는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명제의 가정이 흔들린 것이다. 한편 ASML은 EUV 뿐만 아니라 DUV 장비에 대한 견고한 수요 덕분에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도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ASML의 노광 장비는 단기간에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없어서 여전히 초과공급 상태에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일반적으로 TSMC와 ASML은 최전방에서 팹리스 간 싸움을 부추기면서 뒤에서 수익을 챙기는 슈퍼 을과 슈퍼 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로 전장에서 최대한 뒤로 빠질수록 유리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 엔비디아가 삼국지의 여포처럼 전장을 휩쓸고 다니지만, 인텔이 허무하게 무너졌던 전례를 생각하면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것이 반도체 업계 슈퍼 갑의 운명이다. 물론 TSMC는 여전히 막강한 파운드리 1인자이고, AI 관련 칩 수요는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금방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다. 하지만 3나노 수율 확보 문제, 미국 애리조나 공장 준공 연기 문제,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외교 문제는 최근까지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정치 리스크 없이 기술 경쟁력만 잘 유지하면 되는 ASML이 다시 한번 돋보이는 대목이다.



3. 애플&테슬라.


상반기 내내 시끌벅적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의 AI 챗봇 경쟁이 잠잠해지자 하반기에는 애플과 테슬라가 꺼져가는 불씨에 다시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애플이 지난 달에 WWDC를 개최할 때만 하더라도 생성형 AI에 대해서는 함구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천하의 애플이 빈틈을 보였다는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이 애플도 GPT 기반 챗봇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잠시 잊혀졌던 애플카와 함께 등장할 것이라는 루머까지 제기되었다. 한편 테슬라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슈퍼컴퓨터 도조에 자체 개발한 D1 칩 대신 엔비디아의 GPU를 탑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율주행 반도체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소, OS를 모두 내재화하려고 애쓰는 테슬라마저도 AI 학습 영역에서 만큼은 엔비디아의 위력을 인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애플과 테슬라 관련 소식은 대부분 확실하지 않거나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기업이 스마트폰과 오토모티브 시장에서 갖는 상징성과 파급력을 감안하면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 수 있는 힘이 충분하기 때문에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 다만 두 기업의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 전망에 집중해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애플 특유의 비밀 전략과 테슬라 특유의 허풍 전략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플의 비전프로나 테슬라의 사이버트럭보다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 사이의 깊어지는 밀월 관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 미묘한 긴장이 흐르는 애플과 TSMC의 동행이 계속될 수 있을지, 반대로 테슬라와 삼성전자가 동맹을 맺고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음 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경기의 선행지표이고, 그 중에서도 반도체는 대한민국 경기의 선행지표이다. 따라서 두 반도체 기업의 실적 전망에 따라 가계의 소비 심리와 기업의 투자 심리가 달라질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잠정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에 표면적인 수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다. 이익보다 중요한 건 재고가 깎여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반도체 업계의 감산 효과가 숫자로 반영되어야 주력 제품인 DRAM의 현물가격이 반등하고 고정가격도 뒤따라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SK하이닉스가 비공개 IR 미팅에서 밝힌 것처럼 3분기부터 HBM3와 DDR5의 매출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대한민국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체질이 한층 개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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