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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Aug 19. 2023

올해 반도체 이슈는 딱 세 개 남았다

연말까지 지켜봐야 하는 삼성전자 관련 이슈

이번 주를 끝으로 모든 상장사의 반기보고서가 공시되었다. 반도체 사업의 막대한 적자는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에 상반기 결과보다는 하반기 전망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반도체 업황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재고가 증가했는지 또는 감소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는데 다행스럽게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재고자산을 살펴보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에는 각각 15.9%, 4.8%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둔화했거나 감소 추세로 전환되었다. 정확한 타이밍을 잴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재고 이슈는 해소될 것이다. 따라서 남은 2023년에는 본질적인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1. 뒤쳐진 HBM 레이스 따라잡기.


삼성전자는 올해 자존심을 많이 구겼다. 작년 4분기부터 키옥시아, 마이크론, SK하이닉스가 차례대로 감산을 선언했지만,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던 삼성전자는 힘들 때 웃는 게 일류라는 마인드로 마일드한 치킨게임을 선포했다. 물론 감산에 동참하지 않으면 삼성전자 스스로도 피를 흘릴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삼성전자에게는 반도체 사업부 외에도 가전과 스마트폰이라는 든든한 캐시카우가 있고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하만의 실적도 좋았기 때문에 똑같이 다쳐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SK하이닉스에게 생성형 AI라는 한 줄기 빛이 들어왔고 엔비디아가 내려준 HBM이라는 동아줄을 붙잡고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오히려 향후 대세가 될 HBM 레이스에서 SK하이닉스에게 기술적으로 뒤쳐진 상태다.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칼을 갈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월20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을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정배 메모리 사업부장은 '기술 혁신과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며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공유할 예정이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메모리 반도체 역시 고객사마다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파운드리 시스템으로 변모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HBM이 화두가 될 것이다. 특히 현재는 SK하이닉스만 양산하고 있는 HBM3를 삼성전자가 약속한 대로 9월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 아무리 늦어도 삼성전자가 2023년 내로 HBM3 양산에 실패하면 메모리라는 본진이 흔들리면서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2. 갤럭시에 엑시노스 다시 심기.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진 이유는 반도체에서 내고 있는 수조 원대 적자를 스마트폰에서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요동치는 반도체 사이클을 안정시키기 위해 스마트폰 사업부를 하나의 통합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마트폰 사업마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최근 10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더 이상 살 사람이 없고 더 이상 혁신이 나오지 않는 스마트폰 시장의 뒤를 이을 새로운 시장을 삼성전자는 여전히 찾지 못했다. 하나의 시장이 개화되는 데 수 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폰 시장이 최대한 오랫동안 버텨줘야 하고, 그 핵심은 마진이 큰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의 부활을 이끌 열쇠는 엑시노스에게 있다.


갤럭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삼성전자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시스템LSI 테크 데이'를 별도로 개최한다. 10월5일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되는 이 행사에서는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이 '눈앞에 다가온 세미콘 휴머노이드'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서는데, 인간의 오감처럼 반응해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센서와 관련된 내용으로 추정된다. 다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엑시노스에 쏠릴 수밖에 없는데, 삼성전자가 내년에 출시될 갤럭시S24에 엑시노스2400을 탑재할 것이라고 발표하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칩 설계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면서 엑시노스를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들려오지만 최소한 퀄컴과의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라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걸맞는 칩을 설계할 수 있어야만 한다.



3. SF에 대형 고객사 데려오기.


한 차례 수모를 겪은 메모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와 달리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위기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물론 작년까지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시리즈마저 TSMC에게 빼앗기며 게임이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삼성전자의 선제적 3나노 GAA 공정 개발이 TSMC의 실책을 유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TSMC 역시 2나노 공정 개발에서 차질을 겪고 있으며, 3나노 공정에서는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돈독했던 애플과의 관계에 금이 생기고 엔비디아와 AMD까지 등을 돌렸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흐름은 점차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기울고 있다. 가진 게 많은 TSMC 대비 잃을 게 없는 삼성전자가 SF로 재탄생한 공정에서 대형 고객사의 제품을 수주한다면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보였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삼성전자는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모빌아이와 암바렐라에 이어 테슬라와의 협력을 본격화하고 텐스토렌트와 그로크라는 AI 반도체 기업들과도 손을 잡으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비록 엔비디아, AMD, 애플, 퀄컴 만큼의 거대한 물량은 아니지만, 작지만 알찬 물고기를 많이 잡는다면 분명 조만간 대어를 잡았다는 소식도 들려올 것이다. 특히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데이터센터와 오토모티브 시장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애플처럼 표준이 될 기업이기 때문에 TSMC와의 수주전에서 최대 격전지가 될 것이다. 작년부터 계속 지적됐던 수율 관련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되면서 3나노 2세대 공정인 SF3부터는 대형 고객사를 맞이할 준비가 된 상태다. 파운드리에서는 대어 한 마리만 제대로 잡으면 또 다른 대어들을 줄줄이 잡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가 시작될 때에는 반도체 업황이 고꾸라질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각만 가득했다가 AI라는 테마로 완전히 방향이 바뀌었다. 그리고 하반기가 시작되는 지금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찼다가 며칠 사이 부정적인 뉴스로 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긍정론자마저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이처럼 무엇을 비추느냐에 따라 전망은 하루아침에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넓고 긴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반도체 산업은 1년 후도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급변하기 때문에 수 개월 단위의 단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전력질주하는 순간도 필요하다. 올해 연말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세 사업부가 핵심과제를 해결하는지 여부에 따라 내년 사업전략 역시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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