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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n 03. 2022

유소유 #22 투자에 무관심한 너와 결혼해도 괜찮을까

사랑과 투자를 모두 지키기 위한 3가지 단계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 중 대표적인 것이 사랑이다. 그런데 돈이 없으면 사랑도 유지할 수 없는 게 현실적이다. 일시적으로 연인과 함께 허리띠를 졸라맬 수는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은 사랑마저 메마르게 만든다. 결국 연인 사이에 돈 문제는 여러 요소 중 한 가지가 아니라 모든 요소의 근간이 되는 바탕이다. 그런데 이 바탕이 서로 다르면 그 위에 쌓은 것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주변에서 소비관과 투자관이 달라 힘들어하는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가 정말 많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소비와 투자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연인과 결혼해도 되는지, 그리고 다르다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3가지 단계로 제시해볼까 한다.



1. 솔직하게 투밍아웃하라.


의외로 연인에게 투자한다는 사실을 숨기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예전에는 주식의 이미지가 도박에 가까웠기 때문에 ‘주밍아웃(주식+커밍아웃)’을 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그리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 얘기를 금기시하는 우리나라의 문화도 한 몫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요즘에는 투자가 일상이 되면서 투자자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하기는 했다. 투자자의 사고 방식과 생활 방식은 일반인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연인과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다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아니면 코인이든 서로의 투자 내역을 공개하는 '투밍아웃'이 첫번째 단계다. 다만 여기서는 투자 수익률보다 투자 금액, 투자 기간, 투자 전략이 훨씬 더 중요하다.



투자 금액이 적고 투자 기간이 짧고 투자 전략이 없다면 투자 수익률이 높은 것은 의미없다. 2020년에는 너도 나도 ‘주밍아웃’을 했다. 누구나 돈을 벌었던 이례적인 상승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2년에는 아무도 주식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지금은 마이너스가 기본이고 얼마를 잃었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인이 좋은 투자 파트너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을 긴 기간에 걸쳐 전략적으로 운용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하락장에서도 시장을 떠나지 않고 버티면서 플러스로 전환시킨 경험이 있다면 훌륭하다. 사람은 최악의 상황에서 본래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 않았던가. 2022년은 연인의 최악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반대로 최악의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연인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시장이 발작을 일으켜 계좌가 녹아내리면 일반적으로 공포에 빠져 훌륭한 자산을 투매하기 일쑤다. 하지만 패닉장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계좌에 찍히는 숫자가 아니라 시장에 나오는 매물에 집중해야 한다. 훌륭한 자산의 가치와 가격의 괴리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순간에 투자 실력과 투자 성과도 가장 극명하게 차이가 벌어진다. 따라서 연인과 함께 투자 암흑기를 이겨내고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경험은 서로의 사랑과 신뢰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준다. 좋은 투자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스스로 좋은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2. 자녀에게 보여줄 투자일기를 써라.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은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뚜렷한 목적이 없다면 시드머니를 마련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고, 하락장에서 버티기 위해 지출을 줄이는 게 어렵다. 게다가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연인에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자고 말하는 것은 정말 자괴감이 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연인이 서로 마주앉아 '투밍아웃'을 했다면 그 다음 단계에서는 함께 투자일기를 쓰며 부부로서 이뤄갈 목적을 명확히 정하고 눈에 보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부부의 미래를 위해 만드는 것이므로 진지하게 작성해보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내용에 충실하는 게 좋다.



먼저 현재의 우리가 가진 모든 자산을 기록한다. 그리고 미래의 우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현금을 계산한다. 얼마의 자산이 있어야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해본 적 있는가? 대부분 감도 잡지 못할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면 우리가 한 달 동안 쓰는 돈에 300배를 곱하라. 그 금액이 바로 매년 4%의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가정하에 매월 배당금이 지출만큼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액수다. 현재와 미래가 정해졌으면 앞으로 발생할 소득과 지출을 계산하고, 매달 얼마를 투자할지 미리 계획한다. 그 다음부터는 투자의 목적을 되뇌이면서 나와 연인이 나눈 고민과 결정을 세세하게 적으면 된다.



연인과 결혼해서 부부가 된다 함께 쓰는 투자일기는  훗날 자식에게 보여줄  있는 성적표가 된다. 자녀에게 부모가 얼마나 작은 돈으로 시작해서 큰 부를 일구어왔는지, 힘든 상황에서도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서 가정을 지켜왔는지 백 번 말로 전해주는 것보다 나와 연인이 함께 고민하며 썼던 투자일기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좋다. 부모는 가정과 자녀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더 지혜롭게 생각하고 용기있게 행동할 것이며, 자녀는 부모의 지혜와 용기가 담긴 선택을 보며 그 어떤 투자 서적보다 귀중한 자료를 얻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한 금융 교육이 나와 연인의 투자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3. 합의를 통한 공동 투자에 나서라.


결혼은 사랑을 전제로 하지만 사랑만으로는 결혼관계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의 결혼은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라는 개인적 의미를 넘어 두 집안이 경제 공동체로서 결속한다는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게다가 법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결혼은 두 사람이 경제적 계약관계를 맺는 것이다. 계약에서는 무엇보다도 신뢰가 중요하다. 따라서 계약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계약서를 작성해 명문화하고, 계약을 어길 경우 어떻게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인지 합의하는 것이다. 연인과 함께 투자 내역을 밝히고 투자 목적을 맞췄다면 마지막 단계는 공동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연인과 함께 투자하기 위한 지주사를 만들어보자.



공동 투자 계좌를 운영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각자 소유한 계좌에서 공동 투자 계좌에 일정액의 투자금을 넣고 비율대로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 주식회사의 원리를 적용해서 의결권은 한 사람이 갖되 배당권은 다른 한 사람이 갖는 방법도 있다. 방법은 서로 합의하기 나름이다. 부부끼리 니 돈 내 돈이 어디있냐는 주장도 있지만 나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소유권을 명확하게 하고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 것이 서로를 가장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재테크를 더 잘하는 한 사람이 돈 관리를 혼자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나는 연인과 함께 공동 투자 계좌를 운영함으로써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공통 투자 계좌를 운용하면 의견 충돌이 발생했을 때 감정적인 대립 대신 이성적인 합의를 할 수 있게 된다. 사전에 연인끼리 합의된 규칙 없이 닥치는 대로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충동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연인 사이에도 구체적인 경제적 합의가 존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발생한 갈등에 그동안 소중히 지켜왔던 관계에 회의감을 품고 파혼까지 이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따라서 나는 경제적인 마인드를 갖춘 남녀가 만나 각자 돈 관리를 하되 결혼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점부터는 각자 자본의 일부를 조금씩 공동 투자 계좌로 모아서 운용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사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깨닫지 못했다. 신혼부부가 겪게 되는 현실과 부모로서 살아가는 삶은 더더욱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점점 깊이 뿌리내리면서 빈익빈부익부가 극심해진 대한민국에서 앞으로는 경제 공동체와 경제적 계약관계라는 결혼의 의미가 더욱 부각될 것이다. 감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연인만큼 이성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연인이 필요하다. 물론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연인을 만났다면 그만한 축복이 없다. 연인과의 진정한 사랑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 행복하게 느껴질 때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당신의 옆에 있는 연인은 투자 파트너로서 믿을만한가?



<다음 편 예고>

유소유 #23 (6/10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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