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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n 10. 2022

유소유 #23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대가 온다

향후 10년 동안 변화할 대한민국 주식 시장의 3가지 패러다임

2022년 6월 대한민국이 MSCI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해외 자본의 환투기나 공매도 먹잇감이 될 수도 있지만, 신규 자금이 유입되고 시장 변동이 축소되며 대한민국 주식 시장이 선진화될 수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박스피'라고 놀림받던 코스피가 2021년 순식간에 3000 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다시 3000 밑으로 내려왔지만 대한민국 주식 시장이 선진화된다면 코스피 4000 시대를 넘어 5000 시대가 현실이 될 것이다. 오늘은 대한민국 주식 시장에서 나타날 3가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전망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아닌 코리아 프리미엄의 시대가 올 가능성을 점검해보았다.



1. 대기업이 초대기업이 된다.


미국에 4대 빅테크(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아마존)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4대 기업그룹(삼성, SK, 현대차, LG)이 있다. 빅테크의 경제적해자는 그들이 구축한 생태계에 기반하기도 하지만 경쟁자가 나타나면 집어삼킬 수 있는 자본력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4대 기업그룹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주가는 지지부진했다. 한편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트업은 대기업이 주춤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스타트업 붐이 가라앉고 대기업 중심으로 국가적인 성장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4대 기업그룹의 주요 계열사에 주목하면 대한민국 주식 시장의 10년 후 모습이 그려진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주식 시장이 퀀텀점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기업 지배구조의 특수성에 있다. 대한민국에도 전문경영인들이 있지만 그들을 배후에서 쥐락펴락하는 것은 재벌 오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자녀에게 지분을 넘겨주는  어려워지면서 자회사 상장  일감 몰아주기 같은 꼼수가 등장했다. 재벌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없어도 되는 비효율이 발생한 셈이다. 그런데 이제 주요 대기업의 승계가 마무리됐다.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은 견고해졌고, 정의선 회장과 구광모 회장도 적응기를 마쳤다. 이제부터는 투자의 룰은 간단해졌다. 회장님들이 목숨 걸고 뛰어드는 산업이  기회의 땅이다.



한편 꿈을 먹고 자란 스타트업에서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스타트업 4대장(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적자의 늪에 빠져있고, 컬리와 쏘카는 상장 물거품 직전에 놓여있다. 엎친  덮친 격으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기업 유지 부담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위기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스케일업하고, 실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기업은 운명한다. 그리고 기술력은 있지만 자본력이 없어서 무너지는 기업은 그동안 곶간에 돈을 쌓아놨던 대기업이 잡아먹는다. 실제로 미국의 빅테크가 범접할  없는 메가테크가  것처럼 대한민국의 대기업도 초대기업이  것이다. 대기업 회장님들이 밀어주는 주력 계열사에 집중하자.



2. 주주친화적인 시장이 된다.


미국 주식은 장기 우상향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주주들에게 막대한 친절을 베풀었다. 미국 주식 시장에는 배당킹, 배당귀족 같은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것을 대단한 영광으로 여긴다. 게다가 미국주식은 분기배당 또는 월배당을 함으로써 경제적으로 복리의 마법을 극대화하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주식 시장에서도 주주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장주로서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있고 SK텔레콤, CJ제일제당 같은 굵직한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 게다가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대한민국 주식 시장이 주주친화적인 분위기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업 오너와 경영진의 배경에 있다. 대기업 승계 작업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과거 10년 동안 대기업의 총수가 재벌 1-2세에서 3-4세로 많이 이동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납품을 하거나 특정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기업의 창업주도 자녀에게 경영권을 이양하거나 전문경영인에게 지분을 양도하고 있다. 그런데 재벌 3-4세 출신이나 전문경영인 출신이나 새로 리더가 된 이들은 대부분 미국 MBA에서 경영자 수업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파이낸셜 엔지니어링을 배운 그들은 아버지가 기업의 외형 확장에만 힘쓴 것과 다르게 기업의 내실 강화에도 주목할 것이다.



파이낸셜 엔지니어링은 기업의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좋은 실적을 만들어가는 학문으로 자본이익률(ROE)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배당과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과감한 투자를  수도 있지만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자기주식을 조절해서 주주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파이낸셜 엔지니어링을 통해 경영진이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방어하기도 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한민국 주식 시장에서도 대기업이 주주친화적인 시장의 문을 열었다.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고 실천하는 기업을 찾아보자.



3. 국가가 성장을 주도한다.


윤석열 정부 체제에서는 부동산 시장만큼 주식 시장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정부는 2023 도입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2년간 유예하고, 국내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면 가계는 주식 투자로 부를 축적하고, 기업은 양질의 자본으로 사업을 영위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을 떠올리는 이유다. 게다가 서두에서 언급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현실화된다면 해외 자본이 유입되면서 주가가 점프업   있다. 정책과 수급을 예측해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 여기부터는 어도 되지만 있으면 좋은 보너스 호재라고 생각하며 들어주길 바란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이슈에 섣부르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현재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관찰대상국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심사하는 단계이며 실제로 편입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남아있다. 하지만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시간 문제이며,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 주식 시장은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주식 시장의 산업군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같은 첨단 산업에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견주며 경쟁하거나 머리를 맞대며 협력하는 기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국부펀드와 글로벌 헤지펀드 같은 스마트머니에게 다양한 산업에 훌륭한 기업이 넘치는 대한민국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해외 자본이 대한민국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면서 ETF 중심의 패시브펀드가 대세가  것이다. 혹자는 ETF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구별하지 않고 시가총액 순서대로 사기 때문에 덩치만  좀비기업을 양산한다며 비판한다. ETF 거품을 만들고 변동성을 키운다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액티브펀드 운용사들이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패시브펀드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기는 어려워보인다. 따라서 지금은 거스를  없는 파도에 맞서 싸우기보다 파도를 타는 방법을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주식 시장의 구조적 성장에 동의한다면 지수추종 ETF에, 특정 산업군을 더 밝게 본다면 섹터 ETF 올라타자.



좋은 미국 주식 놔두고 왜 나쁜 국내 주식 건드리냐 하지만 시야를 넓힌다고 나쁠 건 없다. 전체 시장 크기로는 비교 불가능하지만 개인 투자 수준에서는 국내 주식이 미국 주식보다 흐름이 좋을 때가 있다. 이미 좋은 미국 주식과 앞으로 좋아질 국내 주식 중 무엇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느냐의 문제이다. Good이 Great가 되는 것보다 Bad가 Good이 되는 게 쉽다. 좋은 기업과 좋은 투자는 별개이며, 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국내 주식이 퀀텀점프할 수 있는 티핑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설령 그 순간이 10년 뒤에 찾아올지라도 대한민국 주식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살피지 않으면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24 (6/17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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