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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n 17. 2022

유소유 #24 이 글을 1년 뒤에 열어보겠습니다

증시가 폭락할 때 수익률을 지킬 수 있는 3가지 대응법

한국시간으로 2022년 6월 16일 금요일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롬 파월 의장은 0.75%p 금리인상을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시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 시작했고 증시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렇게 시장이 무너지면 사실 천하의 워런 버핏도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들은 파랗게 물든 계좌에 이성을 잃은 나머지 어리석게 행동하고 수익률을 지켜내지 못한다. 오늘은 증시가 폭락할 때 현명한 투자자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관한 3가지 방법을 소개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1년 뒤에 열어보면서 3가지 대응법을 잘 실천했는지, 효과는 어땠는지 자가진단 해볼 것이다.



1. 상황보다 감정을 기억하라.


시장이 폭락할 때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은 다름 아닌 심호흡이다.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은 본인의 자산가치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패닉에 빠지고, 패닉에 빠지면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평소보다도 훨씬 더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최악의 판단력으로 대응하는 셈이다. 만약 요즘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차라리 주식과 멀어지는 게 낫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생각하기 위한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까지 섣부른 대응은 금지해야 한다.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 대화를 나누거나, 산책을 하거나, 샤워를 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마음을 가라앉혔다면 이제부터는 펜과 종이를 꺼내야 한다. 워런 버핏은 사무실 복도에 대공황, 리만브라더스 사태처럼 증시가 폭락했던 날의 뉴욕타임스 기사를 액자에 보관해 걸어놓는다고 한다. 주식 시장에서는 무슨 상황이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를 추가하고 싶다. 이렇게 안 좋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상황 속에서 느끼는 나의 감정을 묘사하는 것이다. 상황은 기록으로 남지만 상황을 바라보며 느끼는 나의 감정은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상황을 바라보며 감정을 묘사하는 훈련을 하면 시장이 등락할 때 감정 기복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참고로 감정 묘사는 시장이 급등할 때에도 유효하다.



실제로 내가 최근 일주일 동안 느낀 감정 일지다. 13일 월요일, 미국 5월 CPI가 컨센서스를 상회하면서 코스피가 3% 넘게 폭락했는데 어느 정도 예상해서 놀랍지는 않다. 14일 화요일, 반대매매가 나오면서 장 초반 크게 밀렸다가 약보합으로 마쳤는데 망설이다가 매수하지 못했다. 15일 수요일, FOMC를 앞두고 자이언트스텝을 선반영하면서 하락했고 '5만전자' 코앞까지 온 삼성전자가 눈에 들어왔다. 16일 목요일, 금리인상 악재가 해소되면서 강보합으로 마감했지만 미국 선물옵션 동시만기를 앞두고 변동성이 클 것 같다. 17일 금요일, 일시적으로 2400선이 붕괴됐는데 현금이 많이 소진돼서 솔직히 자신있게 매수 버튼을 누르지는 못하겠다.



2. 시장이 아닌 기업을 점검하라.


속절없이 무너지는 시장을 보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단계가 되면 이제는 냉철하게 분석해서 기회를 잡을 때다. 시장 지수는 결국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모든 기업들이 오르내리는 것의 합이다. 단기적으로 시장을 이기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기간을 늘려보면 전체적으로 시장이 하락할 때 혼자 오르는 종목이 있고 작년과 재작년처럼 시장이 상승할 때 혼자 내려가는 종목도 있다. 즉, 지수를 이기는 종목이란 시장이 안정되고 수급이 풀렸을 때 올라갈 수 있는 종목을 의미한다. 따라서 하락장에서는 내가 투자한 기업과 투자할 기업에 대해서도 주가 하락이 단순한 시장의 변동성인지, 아니면 기업의 경쟁력 훼손인지 점검할 수 있어야만 한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증시가 폭등한 날에도, 폭락한 날에도 회사의 분위기는 비슷하다. 마치 축구선수들은 매일 똑같은 훈련을 하고 매주 예정된 경기를 치르는데 스코어를 맞추는 도박꾼들만 환호하고 경악하는 것과 유사하다. 투자자는 도박꾼이 아닌 직장인과 비슷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시장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내가 투자한 기업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만 보면 된다. 만약 내가 투자한 기업이 하고 있는 사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주가만 빠졌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그동안 투자하고 싶었는데 높은 주가가 마음에 걸려서 사지 못했던 기업이 있었다면 이렇게 시장이 흔들릴 때 더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나도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내가 투자한 기업을 점검해보았다. 2021년에 투자한 종목 2개는 모두 리오프닝을 염두에 두고 투자한 기업이다. 변이 바이러스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 2분기부터 실적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그 중 한 기업은 장기적으로 신산업 투자에서도 성장 모멘텀을 노려볼 수 있다. 2022년에 투자한 종목 3개는 투자 포인트가 모두 다르다. 하나는 배당 성장, 하나는 인플레이션 헤지, 하나는 해외시장 수출이다. 세 기업 모두 매수 가격보다 주가는 하락했지만 투자포인트는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기업에는 문제가 없는 시장의 변동성으로 인한 하락으로 결론지었다.



3. 가격이 아닌 수량에 집중하라.


마음도 추스렸고 분석도 마쳤다면 마지막으로는 실제로 행동에 나설 때다. 어떤 사람들은 변동성이 완화되고 실적을 확인하고 바닥을 다진 다음에 매수하라고 하지만 나는 마켓타이밍을 하는 전문가의 말은 믿지 않는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라는 주식 시장의 격언이 있지만 무릎에서 사지 못한 사람은 발끝에 와도 사지 못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주식 투자의 본질은 예측이 아닌 대응이며, 주가를 맞출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요즘 같은 하락장에서는 대부분 기업들의 가격은 싸져있는 상태다. 어디가 바닥인지 정확하게 맞추는 것보다 하락장을 이용해 목표한 수량 이상으로 비중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주 화요일처럼 증시가 폭락할 때는 공포에 빠진 투자자가 투매하는 물량과 증권사가 신용미수 계좌에 대해 강제로 청산하는 물량이 나온다. 이렇게 시장이 흔들릴 때 주가를 지킬 수는 없지만 물량은 지킬 수 있다. 증권사나 헤지펀드에서 증시 폭락을 경고하면서 투매를 유도하고 반대매매를 유발하여 저가에 나온 물량을 매집한다는 음모론 같은 얘기도 있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좋은 주식을 싸게 파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좋은 주식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지만 그 중간에 자의든 타의든 물량을 빼앗기면 상승장에서 기회를 놓치게 된다. 반대로 하락장에서 버림받은 좋은 주식의 수량을 늘리면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나는 이번 폭락장에서   주도 팔지 않았다나는 차트를 보고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단지 주식 투자의 정석답게 기업을 분석하고 가치를 평가해서 좋은 기업의 주식을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가격 밑에서 매수할 뿐이다. 이번 하락장이 찾아온 덕분에 그동안 사고 싶었던 주식들이 대부분 적정 가격 아래로 내려왔다. 따라서 가장 믿음이 가는 종목을 5개 이내로 추려 목표 수량을 정하고 현금이 생길 때마다 모으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계좌를 확인할 때 매수 가격이 아닌 보유 수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취미용품 컬렉션을 모은다고 생각하고 보유 수량을 늘려가면 계좌가 파란색으로 물드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



증시 폭락에 대응하는 방법을 거창하게 적었지만 사실 나도 아직 경험이 부족한 초보 투자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짧은 투자 경력에 비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실전 투자에 나서기 전부터 오랫동안 올바른 투자 가치관을 정립했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를 하다보면 당연히 안 좋은 상황도 있고, 시장이 흔들리고, 가격이 떨어진다. 이런 변동성을 어느 정도는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투자자로 거듭난다. 예전에 했던 걱정과 고민을 나중에 열어보면 얼마나 하찮은 고민이었는지 참으로 부끄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이 2022년 6월 어리석은 나의 흑역사가 되길 내심 바란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25 (6/24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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