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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n 29.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13 엔터테인먼트&게임

엔터테인먼트: 과거의 성공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하이브


2022년 6월, BTS(방탄소년단)는 팬들과 함께하는 연례행사인 '찐 방탄회식'에서 단체활동 잠정중단을 선언했다.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온 그들이었기에 전세계 아미는 BTS의 휴식을 이해하고 응원했지만, BTS와 하이브의 미래에 베팅한 투자자와 기업관계자들은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코로나19도 끝나가고 올해 말부터는 본격적인 공연이 재개될 것이라고 예상되었는데 BTS의 돌연 셧다운에 기존 3대 연예기획사(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도 덩달아 휘청이고 있다. 오늘은 K-POP의 역사와 함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분석하고, K-POP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진단해볼 것이다.



엔터테인먼트는 원래 음악, 영화, 예능 등 각종 즐길거리를 뜻하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연예기획사를 의미한다. 엔터테인먼트사의 최대 경쟁력이자 자산은 바로 아이돌이다. 따라서 이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돌의 역사를 아는 게 도움이 된다. 1990년대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 1세대 아이돌, 2000년대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2세대 아이돌, 2010년대 EXO, 레드벨벳,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3세대 아이돌, 2020년대 에스파를 필두로 한 4세대 아이돌까지 K-POP은 아이돌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20년 여름, BTS는 'Dynamite'라는 곡으로 언어와 인종의 벽을 허물고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0년대까지 K-POP은 SM(종목명: 에스엠), JYP(종목명: JYP Ent.), YG(종목명: 와이지엔터테인먼트)라는 3대 연예기획사가 주도해왔다. 당시에는 국내를 먼저 석권한 아이돌이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원더걸스, 싸이가 반짝 신드롬을 일으키긴 했지만 정치적 문화적 장벽에 한계는 분명 존재했다. 게다가 남자 아이돌은 병역 문제가 항상 뒤따라다녔고 기업 실적도 요동쳤다. 2014년 트와이스의 데뷔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수많은 '여덕'이 생겨났고, 남자 아이돌에 치중되어 있던 수익 구조가 여자 아이돌로 분산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팬덤이라는 문화와 유튜브 채널이 만나 BTS라는 거인이 탄생했다.


BTS는 'Dynamite' 이후에도 'Butter', 'Permission to dance'를 선보이며 승승장구했다. 그에 맞춰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10월 '빅히트'라는 종목명으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육박하며 3대 연예기획사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받았다. 2021년 '빅히트'는 여러 음악 레이블을 인수하며 '하이브'라는 이름으로 새출발을 알리며 명실상부한 엔터테인먼트 대장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22년 증시 불황과 BTS의 병역 논란과 BTS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같은 이슈로 하이브의 전망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이 많아졌다. 여기까지가 K-POP의 간략한 역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세계 음악 시장 규모는 371억 달러에 이르며 2025년 679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국제음악산업협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 등에 이은 세계 6위 음악 시장이다. 게다가 BTS, 손흥민, <오징어게임>, <기생충> 덕분에 K-Culture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전망한다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푸드 등 K-Culture 전반에 투자하는 산업 ETF도 해볼 만하다. 그래도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결국 유명 아이돌의 데뷔 및 컴백 모멘텀에 베팅하는 게 맞다. 다만 엔터테인먼트는 흥행 산업인 만큼 퍼포먼스가 기대치에 못 미칠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기존의 K-POP의 성공 방정식을 완전히 뒤집은 BTS를 전후로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보자면 대한민국 가수나 배우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즉, 해외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판로를 BTS가 확실하게 개척한 셈이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을 살펴보자면 아티스트 개개인에 의존하는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증명하는 꼴이 되었다. 다시 말해, 제 2의 BTS는 꿈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BTS의 리더 RM이 말했듯이 K-POP 시스템은 사람이 성숙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지 않는데 화려한 겉모습에 가려져있던 문제가 BTS가 정상을 찍고 내려오면서 드러날 수도 있다.


하이브는 플레디스, 쏘스뮤직, Ithaca Holdings를 인수하며 BTS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상장 당시 88%에 육박했던 BTS 의존도는 올해 50%대로 떨어졌다. 또한 하이브는 '위버스'라는 팬덤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지분 투자를 통해 메타버스와 NFT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BTS가 남긴 마지막 숙제는 흥행성과 체계성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기업이 오래 살아남으려면 사람이 아닌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성상 시스템으로 길러낸 사람은 오랜 인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나의 최애곡 중 하나는 BTS의 'Life Goes On'이다. 코로나19로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춘 것에 대한 허탈함을 노래한 곡이었지만, 2020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던 나에게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잔잔한 멜로디와 담백한 가사가 많은 위로가 되었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는 신나게 뛰어노는 것 말고도 감정을 어루만지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개인화가 심화되고 있다지만 전세계에서 사람 사이의 정이 가장 풍부하고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을 가장 기깔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한국인이다. 언어와 인종의 장벽마저 뛰어넘은 BTS와 K-POP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그들이 가사에 녹여낸 것처럼 ‘Yet To Come’이다.



게임: 메타버스는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 #더블유게임즈


올해 초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약 82조 원에 인수하는 빅딜이 성사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인수를 발표하며 '게임은 메타버스 시대에서 핵심 역할을 할 강력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현실로부터 도피해 오락을 즐기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게임이 앞으로는 일상과 상상을 넘나드는 연결 창구로 활용될 것이라는 의미다. 세계 3대 게임업체가 미국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일본의 소니, 중국의 텐센트라면 대한민국에는 전통 강호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과 신흥 강호 SK2(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가 있다. 각 기업들의 주요 게임 라인업, 신작 모멘텀, 신사업 비즈니스를 파헤쳐보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Newzoo에 따르면 2021년 전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758억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2024년까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며 218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 시장은 PC, 모바일, 콘솔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2010년부터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성장했다. 모바일이 PC를 대체하면서 2021년 기준으로 이미 50%의 점유율을 넘겼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닌텐도의 스위치 등 차세대 콘솔이 출시되면서 콘솔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가 약 절반 가량 차지하고 있는데 스마트폰 보급율 확대에 따라 인도와 남미에서의 신규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지식재산권(IP)이다. 다시 말해 히트작 하나만 제대로 뽑으면 추가적인 비용 없이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뜻이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처럼 굵직한 게임사는 전부 IP를 보유하고 있다. 캐시카우를 가진 게임사는 대규모 신사옥을 마련하거나 인수합병을 단행하는데 넷마블의 신사옥(G-SQUARE, G-TOWN)과 인수합병(코웨이, 하이브)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을 메인 비즈니스로 하는 넷마블은 타 기업에 비해 IP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게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제조업과 달리 게임 기업들은 재고를 쌓아두지 않기 때문에 공급망 병목이나 원자재 폭등 현상에 영향을 덜 받는다. 오히려 게임은 팬데믹 시기에 주식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의 한 축이기도 했다. 언택트 수혜가 빠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게임 산업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다만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마찬가지로 게임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흥행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게임사는 막대한 리스크를 짊어지고 신작을 출시하기보다 메가 IP를 기반으로 모바일 확장, 해외시장 수출, 굿즈 출시 등의 전략을 병행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마찬가지로 게임 산업에서 종목을 고른다면 신작 기대감이 높은 주식을 찾아봐야 한다. 일본 주식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넥슨과 비상장 기업인 스마일게이트를 제외하고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을 중심으로 신작 이벤트를 알아보자. 엔씨소프트는 PC 및 콘솔 버전의 'TL(쓰론 앤 리버티)'라는 신규 IP 기반 대작을, 넷마블은 네번째 레볼루션 시리즈인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2020년 빅히트(하이브)가 IPO 최대어였다면 2021년 IPO 시장에는 크래프톤이 있었다. '배틀그라운드' 하나로 게임 대장주에 올랐던 크래프톤은 올해 연말 새로운 세계관을 담은 '칼리스토 프로토콜' 출시를 앞두고 있다.


2021 하반기에는 메타버스와 NFT 광풍이 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타버스에 정의가 불분명한 가운데 게임이  메타버스의 시초 아니냐는 분위기와 함께 게임사에서 발행하는 NFT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여기서 엔씨소프트는 ‘유니버스’라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넷마블은 하이브 지분 투자를 통해 ‘위버스’라는 플랫폼에서 각자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과연 게임에 접목되는 고도의 IT 기술과 아이돌이라는 대체불가능한 IP 파워 중 어느 쪽이 승리할 것인지 기대된다. 한편 북미 메타버스 기업 '하이퍼리얼'에 투자한 펄어비스와 '컴투버스'라는 미러월드 메타버스를 시연한 컴투스도 메타버스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중소형 게임사도 메타버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기술에 가장 진심인 기업이다. ‘위믹스’라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에서 자체 코인을 개발해 거래소에 상장하고 P2E(Play to Earn) 게임을 선보인 위메이드는 '위믹스 3.0' 로드맵에서 NFT, DAO, DeFi 기술에 대한 청사진까지 공개했다. 그리고 소셜카지노로 언택트 수혜를 입었던 더블유게임즈도 사업다각화를 위해 블록체인 기반 NFT와 P2E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더블유게임즈는 초창기 메타버스 기술로 ‘더블유카지노’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맥스트'라는 메타버스 개발 플랫폼 투자는 사업 시너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산업을 연달아 다룬 이유는 두 산업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가 ‘연결’이기 때문이다. 아이돌에 대한 일방향의 팬심에서 쌍방향의 소통으로의 변화,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의 단절에서 수많은 자아의 공존이라는 개념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메타버스다. 특히 게임은 마이크로소프트 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가 점찍은 산업이다. 메타 오큘러스 퀘스트, 애플 MR헤드셋, 구글 글래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의 출시와 상용화도 생각보다 먼 미래가 아닐 수 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질지 아닐지, 언제 벌어질지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앞서갈 수 있다.



<다음 편 예고>

주가 없는 주식학 #14 항공&우주 (7/13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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