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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ul 01. 2022

유소유 #26 투자, 계획대로 되고 있어?

투자 계획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3가지 생각

2022년도 벌써 절반이 지나갔다. 당신의 올해 목표는 무엇이었는가? 목표했던 것을 이루어가고 있는가? 목표가 분명하고 하루하루 착실하게 살아가는 멋진 사람들도 많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목표가 없거나 목표를 잊어버렸거나 목표를 무시하며 살기도 한다. 각자 목표했던 바가 있지만 나는 투자 이야기를 즐겨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반기가 끝난 지금 이 시점에서 투자 목표, 투자 계획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투자 계획을 세우고 이루어 나가는 나만의 방법 3가지를 공유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계획의 의미를 얘기할 것이다. 이 글을 읽기 전에 당신의 2022년 투자 계획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고, 앞으로 어떤 계획으로 투자할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1. 시장 변수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시장에 쳐맞기 전까지는.' 전설의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을 각색한 것이다. 2020년부터 투자를 꾸준히 한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코스피가 2배 오르고 S&P는 4000을 뚫을 때 누구나 한번쯤은 부자가 되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올해 수익률이 30%였으니 내년에는 보수적으로 15%로만 잡아도 10년만 지나면 부자가 되겠네?'라고 희망을 품은 사람들은 아마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시장은 우리를 도와줄 것처럼 움직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방향을 바꿔 뒤통수를 친다. 따라서 주식 투자 계획을 세울 때는 시장이 결정하는 변수를 목표로 설정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가장 추천하는 주식 투자 목표는 '잔고 늘리기'다. 여기서 잔고는 구체적으로 주식 수를 의미한다. 주식을 도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계좌에서 주목하는 것은 수익률과 평가금액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을 기업에 대한 소유권으로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수량과 지분율에 주목한다. 에를 들어 삼성전자의 주가가 9만 원에서 6만 원으로 떨어졌면 수익률 측면에서는 33% 손해지만 수량 측면에서는 변함이 없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주가를 결정하는 키팩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지금처럼 증시가 폭락할 때 평가손실에 겁먹을 게 아니라 오히려 지분을 늘릴 수 있는 기회에 설레야 한다.



2. 잦은 계획 수정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세계 최고의 왼발을 가진 리오넬 메시도 긴박한 상황에서는 오른발, 심지어 머리까지 사용해 골을 넣는 법이다. 투자에서도 전체적인 컨셉을 의미하는 전략(Strategy)과 부분적인 스킬을 의미하는 전술(Tactic)이 어우러져야 한다. 예를 들어 장기투자는 개인투자자가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의 자본력과 정보력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다. 하지만 장기투자자라도 증시가 하락할 때는 일시적으로 현금화를 하거나 역으로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단기적인 전술을 쓸 수도 있다. 자칫하면 계좌를 더욱 망가뜨릴 수도 있지만 적절한 전술을 활용하면 시장이 무너질 때 전략만으로는 유지 불가능한 투자 손실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



투자자는 운과 실력을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뜻밖의 효과를 낸 행동을 전술로 오인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또한 계좌를 지키기 위해 전술을 지나치게 많이 쓰다 보면 자칫 '명장병'에 걸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치솟으면서 그동안 무시받던 에너지 산업이 주식 시장의 대장 섹터로 부상했다. 만약 배당만 보고 정유주를 매수한 사람이라면 이번 상승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런데 운과 실력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모한 투자를 연달아 감행하면 시장의 높은 변동성에 손실을 입을 가능성을 높이는 꼴이 된다. 원칙의 묘미는 예외이지만, 예외가 많아질수록 원칙은 퇴색되게 마련이다.



3. 올해 안에 승부를 보지 않아도 된다.


메이저리그는 한 시즌에 162경기를 치른다. 비시즌기를 제외하면 거의 매일 경기가 있는 셈이다.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한 시즌 동안 팀을 이끌 수 있는 필승조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패전조도 중요하다. 초반부터 선발투수가 무너진 경기에서는 끈질지게 추격하면서 힘을 빼는 것보다 깔끔하게 마무리하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훨씬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뉴욕증시는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다. 통계적으로 기술주가 하반기에 좋은 성과를 보였기 때문에 기대도 되지만 마켓타이밍을 하면서 마음을 졸이기보다 시간은 걸릴지라도 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



투자자는 오늘내일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경기는 되살아나고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주식 시장도 전고점을 돌파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과 2021년의 시장의 분위기가 기억나는가?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만연했고 모빌리티, 메타버스가 스치기만 해도 주가는 급등했다. 그리고 기업은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을 발전시키기 위해 일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 드리운 악재들이 지나가면 훌륭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시간 문제다. 최악의 상반기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최고의 빅세일로 보일 수 있다. 올해 안에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뒤집으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계획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써봤다. 나 또한 예전에는 전문가들이 유튜브에 나와서 시장 전망을 내놓는 것을 보고 시장 앞에서 겸손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일부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예측이 맞든 틀리든 스스로 논리를 세워가며 시나리오를 세우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각 시나리오별로 액션플랜까지 제시한다면 더욱 좋고, 실제로 계획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계획은 고정되어 있어서는 안 된다. 상황은 매일 변하고, 투자자는 변화된 상황에 맞게 계획을 수정하면서 시장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27 (7/8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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