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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Aug 19. 2022

유소유 #33 무주택자들이여, 포기하긴 이르다

청년 무주택자가 주택공급대책을 보고 들었던 3가지 생각

2022년 8월 16일,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공급대책이 발표되었다. 주요 골자만 살펴보면 향후 5년 동안 전국에 총 27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 규제를 완화해서 재개발과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것, 인센티브를 지급해서 민간 주도로 도심과 역세권 주택 수요를 충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비사업을 가로막았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신도시대책에 관한 내용이 빠지면서 '속 빈 강정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반응도 많이 나오고 있다. 오늘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 무주택자로서 이번 주택공급대책을 보고 개인적으로 들었던 3가지 생각을 나눠보고자 한다. 정치적인 해석은 말아주길 바란다.



1. 먹을 것이 없더라도 잔치는 잔치다.


최근 들어 부동산이 정치적 도구로 오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전 정부가 집 값 폭등을 막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부동산 정책이 남용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들어선 정부만 살펴봐도 부동산은 항상 정권에 따라 사이클을 탔다. 정치적인 입장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강화했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다. 물론 박근혜 정부는 초기에 완화하다가 말기에 강화하긴 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즉, 앞으로 최소 5년은 정부가 무주택자에게 집을 사라고 권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이번 주택공급대책 발표로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명확해졌고, 앞으로 무주택자가 해야 할 일도 확실해졌다. 정부에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 주도로 주택 공급을 증가시킬 것이다. 공급되는 주택 수가 250만 호인지, 270만 호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상징적인 숫자에 불과하며 아마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100만 호든, 300만 호든 그중에서 내 집이 한 채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확고한 목표와 의지가 없으면 절대로 무주택자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꾸준히 공부하지 않으면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가 찾아와도 결코 인생의 큰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투자자는 정부와 싸우지 않고,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해답을 찾는다.



만약 무주택자이고 집을 살 마음이 있다면 지금부터 자신만의 주택 매수 플랜을 세워야 한다. 먼저 살고 싶은 동네를 정해야 한다. 현재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우면 좋고, 멀더라도 최소한 세 달에 한 번은 날을 잡고 갈 수 있는 거리로 한정하는 게 좋다. 다음으로 그 동네에 방문해서 대장 단지의 로얄동과 로얄층까지 체크하고 네이버부동산, 호갱노노, 아실 같은 어플로 매매가와 전세가의 스프레드를 모니터링하며 갭이 줄어들어 전세를 끼고 매매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을 살펴야 한다. 이번 대책이 구체적인 실행방안 없는 선언적인 청사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나는 속 빈 강정도 강정이라고 생각한다. 먹을 것이 없더라도 잔치는 잔치 아닌가.



2. 오르지 못할 나무라면 기대어 쉬어가도 좋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팬데믹으로부터 경기를 지키기 위해 풀었던 막대한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갔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영끌족', '빚투족'이 되어 주식과 부동산을 쓸어담았다. 대혼돈의 시대가 지나가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시작했다. 직전 정부에서 수요를 억누르기 위해 꽁꽁 묶었던 대출 규제도 쉽사리 풀리지 않으면서 주택매수심리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작년까지는 집을 안 사면 바보가 되는 시대였는데, 올해부터는 집을 사면 바보가 되는 시대로 급변했다. 이제 다시 청년들이 수십 년 동안 일해도 서울에 집 한 채 살 수 없는 것일까? 일생일대의 기회가 이렇게 지나간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기회가 가득하다고 생각한다. 작년과 재작년만 보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원래 부동산은 정말 느리게 움직였다. 그리고 항상 시장에는 상승과 하락이 혼재했다. 즉, 친구 따라 들어왔던 사람들이 전부 떠난 지금이 투자를 시작하기에는 오히려 좋다.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 3천만 원의 입장료가 필요하고, 이 금액으로는 거의 경매 투자밖에 할 수 없다. 따라서 아직 충분한 돈이 없다면 시드머니를 모으면서 경매를 공부하는 것이 정석이다. 시드머니를 모으는 과정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저축률은 부동산 투자라는 초장기전에서 소중한 밑거름이 되는 기초체력과도 같다는 마음으로 악착같이 모아야 한다.



만약 집을 사고 싶은 무주택자인데 시드머니가 없거나 경매는 하기 싫다면 주식을 거쳐가도 좋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잘못 건드려서 소중하게 모은 시드머니를 날리는 바람에 곱지 못한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어떤 투자든 올바르게 공부하면 완전한 실패는 없다고 믿는다. 특히 시간적, 금전적 잠재력이 무한한 청년이라면 설령 투자금을 잃더라도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당장 서울의 재건축 고급 아파트에 투자할 자금이 없어도 건설주, 자재주, 신탁, 리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 오르지 못할 나무라면 잠시 기대어 쉬어가도 좋지 않은가.



3. 집은 움직이지 않겠지만 나는 움직일 수 있다.


부동산을 산 사람은 벼락부자가 되었고, 안 산 사람은 벼락거지가 되었다. 과연 유례 없는 집 값 폭등의 다음 시나리오는 폭락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떤 정부도 나라 경제의 근간이 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정부가 원하는 그림은 완만하게 상승하는 부동산 시장의 모습이다. 게다가 정부가 앞장서서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는 정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는데, 갑자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하우스푸어를 양산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여력이 있다면 지금 집을 사도 괜찮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아무 집이나 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주식 시장처럼 종목 장세가 나타날 것이다.



향후 부동산 시장을 관통할 세 가지 키워드는 소형평수, 대형단지, 브랜드이다. 먼저 비혼과 이혼이 흔해지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민 평수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정해졌으므로 1인 가구를 위한 소형평수 아파트가 늘어날 것이다. 다음으로 신축 아파트에 워터파크나 오페라하우스까지 들어서면서 커뮤니티가 강화되고 있다. 공동 시설을 유지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 내 많은 가구가 관리비를 분담해야 하므로 대형단지 아파트가 늘어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특정 동네를 넘어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래미안, 자이, 힐스테이트처럼 이름만 들어도 아는 브랜드 아파트에 사람들은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할 것이다.



만약 집을 살 수 있는 투자금이 충분히 모인 무주택자라면 오를 수밖에 없는 물건을 찾으러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섰지만, 집은 많은데 '살고 싶은 집'이 적은 게 현실이다. 자본주의에서 좋은 입지의 부동산이 우상향하는 것은 과거에만 나타난 통계가 아니라 미래에도 나타날 이치와 같다. 즉, 극단적인 양극화 장세에서는 '부동(움직이지 않는)'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좋은 입지에 있는 아파트를 사야 한다. 예를 들어 교통이 편리하고,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분위기가 활기찬 곳 말이다. 무엇보다 본인이 맘에 드는 동네를 찾을 때까지 발품을 팔아야 한다. 집은 움직이지 않겠지만 나는 움직일 수 있지 않은가.



계속 집 값이 상승할 것이고 집을 사야 한다고 말해서 불편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만약 집 값이 하락한다면 어떤 이유로 하락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았다. 개인적으로 집 값을 떨어트릴 수 있는 것은 기술, 그중에서도 메타버스와 모빌리티라고 생각한다. 메타버스가 활성화돼서 더 이상 사람들이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가상세계에서도 현실세계처럼 삶을 즐길 수 있다면, 모빌리티가 상용화돼서 사람들이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면 굳이 사람들과 부대끼며 서울에 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것은 아직 까마득하고 허무맹랑한 미래에 불과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생각보다 사람은 느리게 변한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34 (8/26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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