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이어온 공공연한 질서와 배려
어린 눈에는 지하철의 흔들림 속 손잡이도 잡지 않고 꼿꼿이 서있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어느새 취준을 지나고 난 자연스럽게 그 멋있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출근 3일 지나기도 전, 멋있음의 기준은 금세 바뀌었지만 말이다.
어깨너비로 다리를 벌리고 서, 지하철의 덜컹거림과 내 몸의 바이브를 일치시켜 중심을 잡는다.
그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이수역으로 향한다. 오늘도 평소와 같은 어김없는 날이다.
운이 좋으면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일말의 운이 조금 더 남아있으면 대림역에서 앉아서 갈 수 있는 2번의 큰 기회가 주어진다. 사실상 이때를 놓치면 앉을 수 있는 확률은 확연히 줄어든다.
아침의 지하철은 빠르면 3분 간격으로, 길면 1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52분의 지하철과 8시 3분의 지하철은 실질적으로 몇 분 차이 나지 않지만,
지하철 내부에 들어가면 그 실상은 실로 다르다.
가장 크게는 사람의 붐빔 정도부터, 기사님의 지하철 달리는 속도, 사람들 내리고 문을 닫는 속도, 사람들이 왕창 내리는 구간도 다르며, 그야말로 쾌적함이 하늘과 땅끝 차이다.
52분 것을 타면 좀 더 편안하게 갈 수 있는데, 아침 5분을 단축하는 것은 참 어렵고도 귀하다....
9 to 6
바쁜 시즌이 끝나, 최근에는 계속해 6시 칼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말은 즉슨, 출근때와 마찬가지로 퇴근 지옥철이라는 말이다.
다닥다닥 붙어서 각자의 조그마한 공간 속에도 휴대폰을 보며, 일정 거리 속 각자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다음 역에서는 또 사람들이 밀려 들어오고 또 다음역에서도 밀려오고. 이쪽저쪽에서 곡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지하철은 화수분인듯 관찰 대상이다. 신기한 건 이제 더이상 들어올 공간이 없는 듯한데, 또 막상 누군가 비집고 들어오면
공간이 생기는 게 볼수록 놀랍다.
사람으로 꽉 차 있는 내부, 어정쩡하게 문 쪽에 있으면 계속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에 치여
납작해질 확률이 높기에, 아싸리 노약좌석 쪽 통로로 조금씩 방향을 트는 전략으로 갔다.
그리고 안 쪽 기대는 곳을 운 좋게 선점했다. 노약좌석도 만석이다.
그리고 노약좌석에서 우연히 퇴근 중 예쁜 풍경을 발견했다.
앉아계신 한 할아버지가 뒤늦게 탄 다른 할아버지를 힐끔 보는 게 느껴졌다.
나는 속으로 그분이 자리를 양보할 거라는 것에 한 표를 마음속으로 던졌다.
역시나, 앉아 계셨던 할아버지는 서 계신 할아버지를 콕콕하고 여기 앉으라고 손짓했다.
지하철 안에는 일면식도 없는 타인이지만 위하는 배려와 정갈한 질서가 오랜 시간 머물러 있는 곳이다.
어린 사람은 자신보다 나이 든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나이 든 사람도 자신보다 더 나이 든 사람을 발견하면 암묵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한국의 이 질서가 꽤나 마음에 든다. 아무리 낯선 타인과 이방인이라지만,
이런 것을 보면 마음이 따수워진다.
그래서 다음은 대림역, 또 사람이 우르르 몰려오기 전,
할아버지를 향해 톡톡 건너편 노약좌석이 하나 비어있다는 정보를 알려드렸다.
각자만의 피곤함을 가지고 탑승하는 지하철, 오늘은 일도 많이 없었는데 왤케 피곤할까.
월요일이라 그런가. 한창 다들 휴가 떠나는 시즌인데,,
반전이 있다면 나도 낼부터 연차를 냈다
늦잠 자야지 끼얏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