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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눈박이엄마 Oct 03. 2020

트럼프 코로나확진, 미대선 어떻게 되나?

* 이 글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후 24시간 동안의 상황을 외신을 듣고 판단한 글입니다. 



1. 

한국시간 기준 10월 3일 오전까지의 팩트


트럼프, 가벼운 감기 증상 보였으며 월터리드 병원으로 이송되어 최소 며칠 동안 상태 지켜볼 예정이며 나이와 체중을 감안하면 고위험군에 속하지만 트럼프의 그동안 건강 상태에 대해선 크게 공개된 게 없어 예측이 어렵다. 주변 측근들과 대법관 임명 행사에 참석했던 외부 인사들도 줄줄이 확진뉴스가 뜨고 있으며 트럼프는 기이하게도 트위터 사용을 자제 중이다.. 


9월 말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대법관 지명 행사. 마스크 쓴 사람이 없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다



대선캠페인의 어젠다가 향후 최소 2주 동안 '코로나'로 집중될 것이다. 이번 선거가 코로나 대응에 대한 트럼프 심판이 되기를 바란 민주당 입장에서는 초대형 'October surprise(대선 전 초대형 사건을 뜻하는 말)'인 셈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법과 질서', RGB 타계 이후 대법관 임명 등으로 아젠다를 바꾸려고 시도했는데 본인의 감염으로 대선을 코앞에 두고 순식간에 아젠다가 도로 코로나가 된 셈이다. 


백악관 관련 확진자 명단 (뉴욕타임즈)



2. 


바이든의 반응과 이에 대한 평가, 민주당 쪽에 미칠 영향 



트럼프 확진 후 바이든의 미시건 유세 연설. 찬사를 받았다 


한마디로 "Presidential"하다는 평가. 트위터로 대통령 내외의 회복을 기원했고, 트럼프에 대한 공격 광고를 중단했다. 바이든은 미시건 유세에서 마스크 쓰고 20분 동안 연설을 했는데  지난 대선 토론에서 트럼프의 방해로 전하지 못했던 "나는 대통령이 되면 이렇게 이끌겠다"는 비전을 볼 수 있었다는 평. 


내용은 트럼프의 코로나 확진을 계기로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저소득층 노동자들은 직장으로-학생들은 학교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대책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그동안 바이든 연설이 주로 트럼프 공격에 치중했다면 이 연설은 상대방 공격 없이도 국정운영의 비전을 제시하는 고상한 언어를 보여줬다. 미셸 오바마의 "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그 유명한 문장이 연상된다. 



그런데 이런 고상함이 지금의 미국 정국에선 잘 안통한다는게 함정. 



3. 


그래서 이게 과연 트럼프 지지자들을 바이든 쪽으로 움직일까?


아직 트럼프 쪽에서 움직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선, 이미 1백만명 넘게 투표해서 유례없이 높은 사전투표율을 보이고 있는 데다 대부분의 미 유권자들은 마음을 결정했다. 중도층이나 부동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적은 선거다. 


트럼프 지지자라고 하면 마스크를 안 쓰고 흑인들에게 총을 휘두르며 공중보건 규칙을 무시하는 지지자들을 생각하게 마련이지만, 그 외에도 트럼프가 맘에 안 들지만 그의 보수적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직 꽤 있다. (트럼프 지지율은 40%가 넘는다) 기본적으로 아직 미국에서 가장 높은 인종 비율의 백인 상당수는 트럼프가 맘에 안 들어도 찍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명심할 건, 트럼프 지지자들의 미디어 소비는 지독하게 편협한 필터 버블에 갇혀 있다. 


4. 


그래도 코로나 감염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약간은 바꿔놓지 않을까?


확실히 백악관 관리들은 마스크를 더 많이 쓰기 시작하긴 했다. 그조차도 트럼프가 가볍게 앓고 나서 다시 '코로나 별거 아니더라'고 떠들어대기 시작하면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다. 


오히려 트럼프를 조롱하는 발언들은 폭스뉴스에서 "싸가지없는 좌파(터커 칼슨)"란 분노반응을 일으키는 중이다. (그동안 자기들이 조롱한 걸 생각하면 내로남불 쩔긴 하지만) 심지어는 CNN 등에서 나오는 정상적인 비판(마스크를 경시했던 태도에 대한 비판)조차도 싸잡아서 비난 중이다. 


폭스뉴스 유튜브 코멘트를 보면 "우리 트럼프 대통령님 빨리 낫게 해주시옵소서"라는 기독교인들의 기도가 가득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바뀔 수 있을 거라고? 노노. 네버. 


5. 


트럼프 대선 캠페인은 어떻게 되는 건가?


당연한 일이지만 캠페인 에너지가 확 떨어질 것이다. 당장 공화당은 향후 10일 동안의 현장유세 일정이 싹 취소됐다. 10월 중순에 열릴 예정이던 마이애미 타운홀 형식의 2차 대선토론 또한 트럼프의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유세장에서 가짜뉴스를 떠들어 대고 민주당을 좌파 악마화하며 에너지를 얻는 정치인이다. 또한 트럼프 캠페인은 트럼프가 지휘한다. 트럼프의 말에 따라 그날 그날 움직인다. 다른 센 동력이 없다. 민주당에 비해 광고비도 딸린다. 폭스의 토크쇼 'The Five'프로그램 패널들은 벌써 "아침에 모닝 트럼프가 간절한데 벌써 금단현상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폭스 채널의 토크쇼 The Five 


하지만 트럼프의 상태에 따라 캠페인 또한 극에서 극으로 바뀔 수 있다. 소위 '미국 국기 효과'라고 해서 국가적 위기에 대통령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도 있다. 도리어 트럼프가 치료 기간 동안 조용히 있는게 본인 지지율에는 더 나을 수도 있다. (아마 민주당은 내심 트럼프가 계속 트위터로 헛소리를 지껄여 주기를 바랄 것이다) 


1차 대선후보 토론 때 바이든이 말실수 할만한 부분에서조차도 트럼프가 끼어들어서 제 발에 총쏘기를 한 만큼, 오히려 2차 토론이 취소되는게 트통 입장에선 더 나을 수도?


6. 


미국 정부 운영은 어떻게 되는 건가?


수정헌법 25조의 작동법 (NBC 뉴스)


케네디 암살 이후 추가된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부통령이 대통령 유고시 대통령직을 물려받는다. (그 다음은 하원의장) 그런데 이것도 대통령이 사망하지 않는 한 대통령이 직접 서면으로 '권력을 임시 이양한다'고 지시를 내려야 한다. 레이건과 조지 W.부시가 질병으로 시술을 받았을 때 각각 그런 일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대통령이 예측불가능한 전염병에 걸린 건 처음이다. 


그러나 트통이 괜히 트통인가?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트럼프가 자기 권력을 펜스에 이양하지는 않을 거라는 게 백악관의 예측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전문가들은 펜스 부통령과 펠로시 하원의장이 자가격리해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는 게 좋다는 조언을 한다. 


대통령 유고시 대통령직 수행 순서(NBC 뉴스)


7.


대선은 예정대로 치뤄지는 건가?


이것이야말로 초유의 사태다. 내 생각에 트통은 아마 법률가 등을 동원해서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끌어갈지 벌써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선거를 연기하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선거를 연기하는 건 무조건 트럼프에게 유리하다. 


우선 트럼프가 선거 전 나온다고 호언장담한 백신 출시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Edit. 헌법에는 대통령 임기가 확실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선거 연기는 헌법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추석연휴 첫날, 트럼프가 대선결과에 불복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었는데 (https://brunch.co.kr/@jeeminstory/15)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본다. 트럼프가 "내가 아픈 동안 민주당에서 선거조작하려했다"고 말할 가능성이 있으니. 


8.


지켜볼 만한 다른 변수는 없나?


가장 큰 변수는 물론 트럼프의 건강 상태다. 그러나 그 이외에도 두 가지를 지켜봐야 한다. 


하나. 코로나 경제 지원책의 하원 통과 가능성이다. 


현재 거의 두 달째 하원에서 금액과 내용을 놓고 양 당이 씨름 중인 내용이다. 이게 통과되면 각 주정부, 특히 각급 학교와 영세중소기업 등이 안전하게 재오픈할 수 있게 하는 연방지원이 결정된다. 항공업계 등이 대규모 감원을 코앞에 두고 있어 시간이 얼마 없는 상황이다. 각 주에서 선거를 앞둔 상원의원들의 요구도 거세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 협상 중인데 아마 서로 정치적 주판알을 겁나 굴리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극적으로 통과되면 정치적으로는 트럼프에게 유리할 수 있다. 


둘,  대법관 지명이다. 


보수성향 대법관 지명은 트럼프가 선거 직전 어젠다로 삼아서 보수층 결집하려 한 절호의 카드였다. 그런데 인준 대상인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의 백악관 임명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 중에, 공화당 상원의원을 비롯해 확진자가 나왔다는게 정치적인 부담이긴 하다. 코로나 확진 의원들의 치료 경과에 따라 약간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어떻든 간에, 코로나가 무서운 바이러스라는 점을 더 많은 미국인들, 그리고 전세계인들이 알게 된 계기가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민주당은 현재까지의 스코어로 보자면 트럼프 확진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기로 한 것 같다. 윤리적으로는 맞지만, 정치적으로 그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나저나 일반 미국 국민들은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 대해 샅샅이 추적조사가 진행되고 대통령이 감기증상으로 헬리콥터 타고 특실로 옮겨지는 걸 보며 자괴감이 많이 들 것 같다. 미국 코로나 사망자 중에는 집에서 자가격리하다가 죽어가서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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