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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눈박이엄마 Nov 30. 2020

신발 아닌 행복을 배달한 CEO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난 주말, 재포스(#Zappos) CEO인 토니 쉐이(#TonyHsieh)가 46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회사 북클럽에서 토니 쉐이가 쓴 책 '딜리버링 해피니스'를 읽으며 감동받았던 만큼 충격과 안타까움이 컸다. 


- 재포스 홈페이지에 올라간 공식 애도 페이지


토니 쉐이는 아시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모범생으로 컸고 하버드대 컴공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오라클을 다니며 동료들과 함께 사이드로 당시엔 생소한 온라인 광고사이트를 운영했고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인터넷 신발 사이트 재포스를 차렸다. 


신발광이었을까? 정작 본인은 신발이 딱 4켤레밖에 없었다. 신발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지만, "인터넷으로 신발을 사는 건 미친 짓"이란 편견을 깨고 파격적인 고객서비스 -- 친절한 고객상담, 무료반품 -- 를 제공했다. 911테러와 닷컴 버블이 꺼지며 이커머스가 고전했던 2000년대 초반. 쉐이는 그 전 회사 매각으로 마련했던 샌프란시스코 아파트를 다 팔아서 운영 비용을 충당했다. 


잘 알려진 대로, 아마존은 재포스를 인수하겠다고 다가왔다가 재포스가 거절하자 다이퍼스닷컴을 인수했을 때처럼 경쟁 사이트를 만들어 가격을 무자비하게 인하했다. 재포스가 백기를 들기를 기대했던 것. 하지만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마켓쉐어가 좀처럼 늘지 않자 아마존은 다시 재포스에 접근했다. "오케이. 회사 로고도, CEO도 그대로 유지하고, 너희 하고 싶은대로 회사 운영철학도 유지해." 그렇게 재포스는 아마존이 인수하고서도 독자적인 브랜드와 독자적 운영을 유지한 거의 유일한 회사가 됐다. 


아마존마저 인정한 버티컬 커머스의 강자가 됐던 비결은, 뭐니뭐니해도 "우리는 신발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 서비스를 판다"는 쉐이의 경영철학 덕분이었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행복하다는 신념. 고객센터 직원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자부심을 갖도록 해 재포스의 고객센터와 상담한 고객은 재포스의 팬이 되어 버리는 것. 이뤄지진 않았지만 쉐이는 재포스의 고객서비스를 다른 상품, 서비스군에도 이식하고 싶어했다. 


NPR의 인기 팟캐스트 'How I built this'의 진행자 가이 로즈(Guy Raz)는, 3년 전 토니 쉐이와의 인터뷰가 매우 힘들었다고 기억한다. 그가 너무 겸손하고 조용해서 "업적에 대해 좀 자랑하도록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거다. 전형적인 내향적(introvert)성격의 소유자지만, 본인이 얼마나 괴짜인가 물어보는 질문엔 1-10점 중 8점이라고 답하며, '매일 하기 싫은 일 한 가지'를 일부러 한다'고 회상했다. 인터뷰 당일엔 머리를 모히칸처럼 붉게 염색하고 왔다.


그런데...


아마존이 인수한 재포스가 '딜리버링 해피니스'하는 특유의 기업문화인 홀라크라시 (자율적, 자급자족적 공동체)를 점차 포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여름에 쉐이가 CEO에서 물러나며, 아.... 냉정한 기업의 세계에서 동화란 없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토니 쉐이는 최근까지만 해도 재포스 본사가 있던 라스베이거스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의 너무 때이른 죽음이 못다 이룬 기업철학과 커뮤니티 철학의 좌절을 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NPR How I buit this - Tony Hsieh 편. 35분. 한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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