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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눈박이엄마 Jan 07. 2021

트럼프 망령에 시달리는 미국 1월 정국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과와 엑스맨 트럼프, 이 드라마의 주조연들


트럼프 대선 패배로 더이상 드라마는 없을 것 같던 미국 정가가 1월 연이어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1월 5일 미국 조지아 상원의원 결선투표(runoff)에서 2석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시간 1월 7일 오전 7시30분 현재)   


이 투표 결과가 미국 시간으로 1월 6일 진행될 상하원 대통령 선거 각 주 투표인단 결과(Electoral College) 인증 절차에서 혼란을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화당 일부 의원들(하원에는 상당수, 상원에서는 몇 명 수준)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지아주 선거결과로 이런 성향이 더 강화될 것이고, 미 의회 의사당 건물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폭동에 가까운 난동 중이다.  


조지아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주였다. 그러다가 작년 대선에서 바이든이 몇만표 차이로 조지아주를 가져갔다. 그러다 1월에는 조지아주의 상원 2석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가는 이변이 발생할 참이다.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는 전국적 관심이 쏟아졌다. 11월 상원의원 선거 결과 민주 대 공화 48:50석을 갖고 갔기 때문에 조지아주 선거 결과가 상원 장악과,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상원 2석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가 더해지면 민주당은 상원 투표에서 다수당이 되어 건강보험, 기후위기, 경기부양 등과 관련된 큰 법안들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된다.


이변에는 공화당의 선거 커뮤니케이션 대참사와 민주당의 공격적인 선거전략 수정이 있었다.


이 드라마에 기여한 인물들을 소개한다.


1. 엑스맨 트럼프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자기가 진 곳에는 모두 선거 부정이 있었다며 선거 공정성을 계속 시비걸었다. 결국 조지아주 트럼프 지지자의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각 주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려고 주 지방법원에 60여개의 소송을 제기했는데 몇 개 빼고는 모두 패배했다. 트럼프는 조지아를 끝까지 겨냥했다. 조지아주는 무려 3번이나 재검표를 했고 투표인단 결과를 바이든 승으로 확정지었다. 트럼프는 급기야 조지아주 국무장관인 브래드 래팬스버그에게 전화해 "11000여표를 찾아내라"며 부적절한 압력을 가하기에 이른다.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가 있기 불과 이틀 전 폭로된 사실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W_Bdf_jGaA

Full Phone Call: Trump Pressures Georgia Secretary of State To Recount Election Votes | NBC News  


조지아주 선거에 나온 공화당 후보(켈리 뢰플러, 데이빗 퍼듀)는 모두 트럼프계라기보다는 중도보수 성향의 밋 롬니계로 분류되었는데, 트럼프 지지층을 의식해 트럼프에 기대 이번 상원 선거를 치렀다. 대통령은 '선거부정' '조지아주 선거 믿을 수 없다'는 엇갈린 메시지를 내고, 유세 현장에서 이들 후보는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당신은 선거부정을 되돌리기 위해 뭘 하고 있나?"란 진땀 빠지는 질문을 받아야만 했다. 한마디로 공화당은 커뮤니케이션 대참사 속에서 선거를 치렀다.


아, 트럼프가 공화당이 내세운 코로나 재난수당 600불 긴급지원안에 딴지를 걸고 '난 2천불 주겠다'고 한것도 막판에 공화당의 대혼란을 키웠다. 애초부터 2000불 안에 찬성한 민주당은 '어 나 트럼프 찬성'이라며 갈아탔고, 트럼프 안에 조지아주 민주당 후보들은 찬성하고 공화당 후보들은 당론과 대통령 변덕 사이에서 갈등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엑스맨도 이런 엑스맨이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lHe1XTLn9LM

Trump to Congress: Send me a bill with $2,000 stimulus checks : KHOU 11


2. "트럼프 지지자는 아예 투표하지 말라" 시드니 파웰 트럼프 대선불복소송팀 변호사


트럼프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함께 대선결과 불복을 주도하는 소송팀에 있다가 기자회견에서 말도 안되는 음모이론을 지껄인 후 소송팀을 떠났다.


그런데도 계속 그녀는 "선거 결과를 믿을 수 없으니 아예 투표하지 말라. 공화당을 심판하라."고 얘기하고 다녔다. 이렇게 조지아 트럼프 지지자들의 투표심리를 떨어뜨렸다.


https://www.youtube.com/watch?v=YsW7e0zGZ-M

Trump campaign drops lawyer Sidney Powell : Reuters


3. 뿌리깊은 흑인 유권자 탄압 역사를 돌려내 '공화당주' 조지아를 '민주당 지지'로 바꾼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이번 조지아주 상원 선거 결과에서는 흑인의 압도적 민주당 지지가 있었다.


미국에서 투표를 하려면 투표자 등록을 따로 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한데 조지아주는 거의 100여년 동안 흑인 유권자의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노골적이거나 은근한 유권자 탄압이 자행된 곳이다. 이번 조지아주 상원 투표가 '50% 넘는 출마자가 이기는 결선투표제'가 된 이유도 전체 인구의 35%를 차지하는 흑인 표를 몰빵하더라도 그들이 지지하는 당선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노골적 인종차별의 결과다. 이렇게 투표에서 배제된 흑인들은 '어차피 찍어도 보람도 없고 바뀌지도 않는다'는 무력감에 선거를 포기하곤 했다.


2018년 조지아주 주지사에 민주당으로 출마했다 분패한 흑인 여성 스테이시 에이브럼스는 바로 이 모든 것을 바꾸고자 했다. '공정한 싸움을 위한 행동(Fair Fight Action)'이란 단체를 만들어 흑인들을 비롯해 투표에서 배제되었던 유권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뛰었다. 이런 현장 참여 독려가, 조지아주를 조 바이든 지지로 바꾸어 놓은 결정적 요인이 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Tyq1luSKrmg

Stacey Abrams Details Her Efforts To Boost Georgia Voter Turnout | NBC News NOW


4. 조지아에서 1달 동안 현장 유세와 가가호호 방문한 앤드루 양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 중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앤드루 양이다. 조지아주 결선투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예 1달 동안 조지아로 거처를 옮겼다. 여기서 양은 "숨은 공화당원"이라고 불리우는 아시아계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스테이시 에이브럼스의 방식대로 가가호호 유권자를 방문하는 등 두 민주당 후보를 적극 지지했다.


양은 미 민주당이 '노동자 정당'으로서의 인식을 잃어간 게 지난 2016년 트럼프 승리의 결과라고 정확하게 진단하고 대선에 출마했던 인물이다. 민주당은 지난 상하원 선거 때 자금력을 기반으로 (코로나 우려도 있으니) 현장에서 유권자를 만나기보단 TV광고 위주의 안일한 선거전략을 택했다가 상하원 장악에 실패했다. 이걸 양은 명민하게 읽어냈고 조지아에서 직접 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현지에서 흑인 인기가 높은 마틴루터킹 3세 목사와 함께 조지아의 흑인밀집지역 등을 방문해 선거 안내를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uMnFmMly9I

Andrew Yang campaigns with Georgia Senate candidate Raphael Warnock / The Hill


양은 뉴욕시장 출마가 거의 확정적이다. 이 정도 민주당에 기여했기 때문에 뉴욕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더 나아가서는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가 제 3의 정당을 차릴 수도 있는데 민주당이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5. 만신창이 공화당에 그나마 한줄기 빛. 조지아주 국무장관 라펜스퍼그를 비롯해 조지아주 선거 담당 공무원들


공화당은 조지아주 주지사직, 의회, 주 공무원 주요직까지 몽땅 장악하고 있다. 조지아주 선거 총책임인 라펜스퍼그 주 국무장관은 트럼프의 압력에 굴하지 않았다. 스스로 트럼프 지지자임을 밝힌 라펜스퍼그는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란 단호한 입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견지했다. 트럼프 극렬 지지층에게 살해 위협을 받고 있어 경호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https://www.wabe.org/georgia-secretary-of-state-brad-raffensperger-on-elections-criticism-hes-faced-and-toll-on-family/


트럼프가 전화로 아예 1만표 이상을 바이든 지지에서 자기 지지로 바꾸라는 걸 암시하는 듯 "내 표 찾아내라. 안그러면 재미없어"라고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데도 "선거는 정당히 치러졌습니다"라며 단호히 그 위협에 정면 대응했다.


조지아주 국무장관실에서 총책임(Chief Operating Officer)을 맡은 가브리엘 스털링도 '나의 정치적 신념과 공복으로서의 임무'를 혼동하지 않은 줏대있는 인물이다. 트럼프가 조지아주 선거결과를 흔들고 조지아주 선거위원회의 말단 공무원들까지 살해위협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건. 너무. 지나칩니다(It has all gone too far)"라는 분노의 연설로 유명해졌다.


가브리엘 스털링의 연설 비디오

https://youtu.be/jLi-Yo6IucQ

몇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엄청 멋있다. 



이런 줏대있는 공무원들이 있기에 그나마 조지아주 선거가 제대로 치러졌고, 미국의 선거 민주주의가 유지되는 것이다.


트럼프 지지층에 구애하면서 아직까지도 선거부정을 논하는 미 상하원의원들(그래 바로 당신! 테드 크루즈! 조시 할리!)이 이 공화당 공무원들에게 배웠으면 좋겠다.


미국 민주주의를 끝없이 흔드는 트럼프. 그 지지자들은 조지아에서 정말 무력 폭동과 민란을 일으킬 수 있다. 1월도 여전히 미국은 트럼프 망령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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