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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눈박이엄마 Jan 07. 2021

펜스, 공식적으로 트럼프 패배 선언

만신창이 미국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점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미합중국 대통령 선거결과 발표하겠습니다. 델라웨어 주 출신 조 바이든, 306표의 투표인단 표를 획득했습니다. 플로리다 주 출신 도널드 트럼프, 232표입니다. 부통령 선거결과 발표하겠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출신 카멀라 해리스, 306표, 인디애나 주 출신 마이크 펜스, 232표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hs63HyYcT0

"제가 졌습니다"


1. 이로써 미 대통령 선출을 위한 마지막 공식 절차가 끝났다.  트럼프는 선거결과를 무효화하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다 썼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선거조작' 바람몰이를 하려고 트럼프가 생각한건 이 때부터...  원래 경합주에서의 표차가 아주 적어서 선거부정 바람몰이가 가능했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표차이가 적지 않았다는 게 함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트럼프는 다음 액션을 취한다:


-경합주 선거결과 무효소송(60여개)

-재검표 요구(조지아 위스콘신주)

-경합주의원들 불러들여 선거결과와 다르게 투표인단 선거 투표하라고 회유하기(미시건주)

-음모이론 퍼뜨리기 ("(2013년에 사망한)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미국 개표기계 '도미니언'을 조작했다!")

 -주 선거위원회 공무원 협박하기 (조지아주 등 )

-상하원에서 투표인단 선거결과 발표할 때 이의 제기하라고 공화당 의원들 겁박하기...  



2. 그 맨 마지막 과정의 키를 쥔 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다.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인단 투표결과를 최종 발표하는 게 상원의장인 부통령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마이크 펜스는 트럼프에게 단 한번도 불복한 적이 없었던 충복이다. 트럼프를 절대 넘어서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신임을 받았다.


그래서 펜스가 과연 대선 투표결과 발표라는, 여느 때라면 '상징적인 의식'에서 과연 불복할지가 주목됐다. 본인 입으로 직접 '내가 패했다'고 발표해야 하는 셈이니까.  


3. 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긴 했다. 2000년 부시 vs 고어 대선에서 고어가 플로리다에서 단 몇백표 차이로 주 선거인단을 부시에게 넘겨주며 전체 득표수는 앞섰으나 선거인단 표수에서 부시에게 뒤지며 그야말로 아깝게 졌을 때였다.


하지만 고어는, 대법원이 플로리다주 재검표를 불허하자 깨끗하게 인정하고, 이후 당시 부통령 자격으로 상원에서 선거인단 투표 발표를 진행했다.


4. 펜스가 실제로 민의를 거스를 수 있는 헌법 근거는 없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어제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대에게 "나는 선거결과 승복 못한다. 펜스가 선거결과를 뒤집을 거다"며 선동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vMXOO34JGk

브런치 트럼프 썸네일 왤케 싫어해... 자꾸 지우는게


흥분한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으로 난입하면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게 펜스의 마지막 인내심을 건드렸다.    




5. 펜스는 상원에서 대선 투표인단 승인 회의를 진행하기 전 단호하게 "폭력을 규탄합니다. 사망자와 부상자에게 위로를 표합니다. 그러나 신성한 미 의회 유린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제, 본업으로 돌아갑시다." 라고 말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펜스에게 '배신자' '반역자'라며 저주를 퍼부었다.  


6. 트럼프를 지지하던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일제히 선을 그었다. 진보세력이 가장 증오하는 공화당 의원 투톱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린지 그레엄 법사위원장도 펜스와 같은 편에 섰다.  


https://www.youtube.com/watch?v=jvdFraD3HMM&t=106s

"이렇게 끝내고 싶진 않았다. 난 트럼프를 완전 많이 도왔다규. 근데 참을만큼 참았어!" 린지 그레엄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 출마해 트럼프 지지자들의 표를 받기 위해 상원에서 대선결과에 불복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던 조지아주 켈리 뢰플러 상원의원도 "어제 그 폭력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어차피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배했고 돈이 엄청 많기 때문에 아쉬울 게 없을 듯 -- 상원의원 중 최고 부자, 뉴욕증권거래소 사장 아내, 조지아주 농구팀 구단주)



7. 원래 미국 제 3의 정당이 진보 쪽에서 출현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오늘 이 사태를 보니 공화당이 둘로 쪼개지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펜스나 매코널도 트럼프가 마뜩치는 않았지만, 어제의 의사당 폭력 사태가 트럼프와 선을 긋기 위한 일종의 명분을 준 셈이다.  


8. 문제는 그동안 공화당이 트럼프를 너무 밀어주고 빨아준 나머지 '넥스트 트럼프' 대안이 없다는 거다. 트럼프가 좋게 말하면 '워낙 카리스마가 세고' 나쁘게 말하면, 그동안 성향을 숨겨온 극우 유권자를 죄다 규합했는데, 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큰 나머지, 예전 대선 출마했던 밋 롬니처럼 중도 온건 보수는 RINO(Republican in name only: 무늬만 공화당)라며 트럼프의 빈정거림을 듣는 신세가 됐다. (한국도 뭐... 정치색이 좌우로 강하거나 자극적인 기사를 쓰는 언론사들의 열성구독율이 높지 않나)  



9. 미국은 트럼프 시대를 거치며 극단주의 유권자층이란 괴물을 키웠다.


이는 부익부 빈익빈이 강화되는 자본주의의 부산물이며, 소셜 미디어로 강화된 확증편향의 산물이다. "재수없는" 엘리트주의를 증오하는 나머지 이성과 과학을 죄다 부정해버리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반이성주의를 자랑스럽게 전시하는 게 파워라고 믿는 사람이 급증했다.  


10. 쪼개진 미국을 보며 느낀다.


먹고사니즘을 해결하지 못하면, 부가 집중되는게 장기화되면, 생각할 겨를은 없는 사람들에게 '생각하지 말라'는 악마의 소리가 주입되면, 위선을 견디느니 위악을 택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 트럼프 같은 이기적 포퓰리스트에 민주주의가 망가진다. 그리고 그 피해는, 모두가 본다.  


#미국대선 #이제제발이주제로쓸일이없었으면 #그러나또글쓰게되겠지 #트럼프는안꺼져주실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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