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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눈박이엄마 Jul 07. 2021

언더독이 주류 후보가 됐을 때

앤드루 양의 뉴욕시장 민주당 경선 패배와 그 교훈

앤드루 양은 2020년 미 대통령 선거에 나와서 기본소득 공약으로 파란을 일으킨 대만계 미국인이다. 

앤드루 양에 대하여 썼던 이전 글.


*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 동안 쓴 글 

미국 대선후보 중 가장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는 앤드루 양 

미움 없이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희망, 앤드루 양 


* 대선 경선 사퇴 후 쓴 글 

앤드루 양의 재난소득 실험, Humanity Forward

이재명과 앤드루 양

팬데믹 시대 나를 위로한 책 - 앤드루 양의 <보통 사람들의 전쟁>


* 뉴욕시장 출마선언 후 쓴 글 

성경의 소프트 파워와 앤드루 양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서의 앤드루 양의 처신)


1.


뉴욕시장 11월 본선을 앞두고 치러진 민주당 경선이 7월 6일 현재 부재자투표 개표만 남겨놓고 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확고한 1위 자리였던 앤드루 양은 4위로 밀려나며 패배를 시인했다. 대선경선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시장후보 중 인지도가 가장 높았던 양이 어떻게 4위까지 추락했을까?



6월 14일 당시 뉴욕시장 민주당 경선 순위 (출처:  CBS New York)



2.


양 스스로는 이렇게 진단한다. 유권자의 최고 관심사가 양의 캠페인 공약의 핵심이었던 코로나 이후 경기회복에서 범죄로 바뀌었고, 경쟁자인 에릭 아담스의 전직 경찰 이력을 이기질 못했다고. 주류 언론들이 양의 소소한 말실수를 침소봉대했다고. 아시아계에 대한 은근한 차별이 깔려 있었다고. (예를 들어 뉴욕데일리뉴스의 만평 같은 것)



뉴욕데일리뉴스의 앤드루 양 만평. 북적거려서 뉴욕시민들이 싫어하는 타임스스퀘어가든이 본인의 최애 지하철역이라는 양의 말을 비꽜다. 전형적 '찢어진 눈'으로 묘사해 인종차별논란 빚음




3.


그러나 많은 선거 전문가들은 이렇게 진단한다.



1) 뉴욕시장은 미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복잡한 자리다. 양은 뉴욕시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는데 배우겠다는 자세 대신 이긴다는 자신감만 캠프에 가득했다.



2) 2백만에 달하는 팔로워의 SNS 계정에 메시지를 올릴 때는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올 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때 유태인 유권자에 집중한 나머지 너무 빨리, 너무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옹호 메시지를 냈다. 양의 메시지는 테드 크루즈와 같이 친이스라엘, 극우 성향 정치인들에게 찬사를 받는 한편 (물론 양은 이들과 정치색이 전혀 다르다) 뉴욕주 하원의원이자 진보의 아이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 (하단 뉴욕타임즈 기사 참조)





4.


내가 봤던 양의 패배 원인은 이렇다.



양은 선거캠페인을 하면서 대선 경선때 보여줬던 매력을 많이 잃었다. 그의 전매특허는 ‘아이디어’ ‘긍정성’ ‘숫자에 강하다’는 것이었는데 캠페인을 하며 그 이미지 모두가 퇴색됐다.



앤드루 양은 대선경선 때 MATH(Make America Think Harder)란 슬로건을 활용했다. (출처: QZ.com)



1) '아이디어를 어떻게 팔로업할지 대안을 내지 못했다': 양은 기본소득 공약으로 전국적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뉴욕시장 출마하면서는 ‘극빈층에 대한 기본소득’ 공약을 냈는데 결국 “어디에서 그 재원을 충당할 것인지?”라는 공격에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나마 다른 후보들이 유사 공약을 내놨다.



2) '팩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양은 구체적인 뉴욕 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이슈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극빈층 쉼터가 이미 있는데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던지, 그린벨트 지역에 카지노를 짓겠다는 공약 등이다. 팩트와 숫자에 강하다는 그의 브랜드가 퇴색됐다.



3) '즐겁고 긍정적인 도전자도 상대방 네가티브를 피해가지 못했다': 캠페인 막판 몇 주간은 상대후보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며 양이 갖고 있던 ‘무한 긍정’ 이미지가 탈색됐다. 초반에 앞서가던 양은 뒤쫓던 후보인 에릭 아담스가 양의 지지율을 추월할 때쯤 네가티브 캠페인을 했다. 아담스가 사실은 뉴저지에 있는 자기 집에 머무르면서 뉴욕시 아파트에서 생활한 척 했다는 공격을 세차게 한 것. 양 스스로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 자신의 뉴욕시 아파트에 머무는 대신 교외 지역의 넓은 집에서 지내면서 어떻게 뉴욕시장으로 출마하냐는 공격을 일찍이 받은 데 대한 반격이었다. 이런 진흙탕 공격으로 그를 잘 모르는 유권자들은 ‘똑 같은 정치인이군’이란 인식을 갖게 됐을 것이다. 양이 대선 기간 동안 쌓아왔던 '행복한 워리어(happy warrior)'의 이미지가 우루루 무너졌다. 양은 대선경선을 치르며 할말은 하지만 언제나 여유있고 즐겁게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 줘서 큰 인기를 얻은 바 있고, 그 이미지 그대로 뉴욕시장 선거에 나섰었다. 


앤드루 양이 대선 캠페인 동안 했던 조크를 모은 비디오 (출처: Thinking Harder 유튜브 채널)


5.


사실 앤드루 양에 내가 관심을 가졌던 가장 큰 이유는 정치인으로서는 드문 그의 솔직담백한 커뮤니케이션이었다. 그래서 이스라엘 관련 트윗 이후, 양을 줄곧 응원했던 진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왜 이스라엘을 옹호하냐’는 질문에 줄곧 동문서답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생경했다. 뭐긴 뭐야. 유태인 유권자들을 잡기 위해서지. 시청하는 내가 다 답답했다. 진보 채널 진행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솔직히 밝히던 양의 모습이 사라진 데 대해 실망감을 표출했다.




유튜브 채널 <Secular Talk> 카일 쿨린스키와  <Breaking Points> 진행자 크리스탈 볼이 앤드루 양에게 질문하고 있다 (출처: <Secular Talk>)



6.


양의 캠페인이 주는 교훈은 이렇다.



1) ‘할 말은 하는 언더독’이 주류 후보가 되면 혹독한 검증을 겪게 된다. 이 때 ‘나 자신이 아닌 척 행동’하는 순간 기존 지지층도 등을 돌릴 수 있다.



2) 높은 지지율에 안주하기보다는 늘상 배우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내가 가고 싶은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샅샅이 숙지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의 관심사가 바뀌었을 때 빠르게 전환을 하면서 상대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7.


그래도 여전히 앤드루 양은 아시아계 정치인으로서는 드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책을 한 권 더 쓸 거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수정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미국에 대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할 것이다. 좀더 자신다운 모습으로 공직/정치 쪽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언젠가는 사놨던 앤드루 양 굿즈들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내가 양갱이었음'을 자랑스러워할 날이 아마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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