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조승우에게 물어보자
얼마 전 tvN <유퀴즈온더블록>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 조승우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봤다. 예능 출연은 16년 만이란다.
그런데 그의 필모그래피를 예고편에서 소개하며 “영화 <말아톤>에서 자폐증 환자 윤초원을 완벽히 그려내어”는 자막이 떴다. 장애아 부모들이 난리가 났다. 자폐를 '환자'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자폐인 부모들이 프로그램 게시판에 가서 항의했고, 본 방송 때는 결국 “자폐증 청년”으로 수정됐다.
장애는 병인가? 장애인은 환자인가? 장애인에게 '어디가 아프세요?'라는 말을 인사치레로 건네지는 않았는가? 물론 일시적으로 아픈 곳이 있을 수 있지만 장애는 병이 아니다. 다만 한 인간의 특징일 뿐.
단지 장애로 인한 '병증'을 고치는 것을 '치료'라고 부를 수 있다는 걸 알기까지 나는 16년이 걸렸다.
사실 아이러니하다. <말아톤> 배우 나오는 시사회를 쫓아다니던 2005년 나는 임신중이었다. 조승우의 자폐 연기에 푹 빠져 있다가 아이를 낳았는데, 갓 태어난 아이가 소아암에 걸렸고, 그 후유증으로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내가 <말아톤>을 너무 좋아해서 임신 중에 4번이나 봤다는 것과 내 아이의 장애는 논리적으론 전혀 관계가 없지만 사실 종종 떠올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이제 나는 장애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이게 운명인 건가.
16년이 지난 후 조승우의 <유퀴즈> 출연과 자막 소동을 보면서 그의 장애에 대한 예전 발언을 다시 찾아보고 소름이 돋았다. 나는 내 SNS나 언론 기고를 통해 다양성에 대한 미디어의 무신경함에 대한 글을 많이 쓴다. 그런데 조승우는 이미 16년 전 <말아톤> 개봉 당시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자폐아 흉내를 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색하고 거절한 것이다. 2005년 조승우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장애라는 다양성을 어떻게 볼지 명쾌하게 결론짓는다. “(자폐인 연기를 하면서) 정답이 무엇이란 고정관념을 어떻게 깰지 고민했어요. 결론은 답이 없다는 거죠. 정형화된 틀도, 공식도 없으니."
이 내용을 주제로 한국일보에 칼럼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