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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Choi Apr 15. 2018

길 위의 안식년

-Sabbatical Year on  the road

Day 9 최소의 음식, 최고의 맛, 최선의 삶

    (시수르메놀에서 푸엔테라레이나까지 19.7km)


  초록 작물(?)이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광대한 밭을 양편에 끼고 그 사잇길을 걸었다. 보리인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빵의 주곡물, 밀인가?
  만약 인간이 한 곳에 붙박이로 정착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자연에 가깝고 신께 가까운 삶을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길 위에선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다 들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음식마저 그날그날 필요한 최소의 양이어야 한다. 길을 걷는 동안 우리 영혼은 끊임없이 내면의 자아와 가까워지고 신과 대화하며 무소유의 자유를 깨닫는다.
  최소의 음식, 최소의 생필품을 소비하는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가 길 위에서 가능하다.
  매일매일 육체의 한계를 겪으며 도전받는 삶이지만 자연의 일부로서 온 우주의 기운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는 유기 생명체임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삶이기도 하다. 인간이 자연의 지배자인 양 착각하며 자연을 파괴하고 소비한 지구, 결국 인간의 운명이 향하는 곳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길

  영혼의 깊이를 더하고 신과 소통하며 함께 동행하는 길

  소박한 한 끼 음식으로 최고의 맛을 느끼며

  감사로 이어지는 최선의 삶을 선사받는 길

  

  그 길이 끝없이 이어짐에 또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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