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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Choi May 28. 2018

숲 속의 작은 방-자체 고립 르포르타주 1

 
  지난해 자체 안식년을 출판으로 마무리하고 한 템포 숨을 고르기 위해 다시 고립시키기다.

 

 얼마 전 티비엔에서 시작한 <숲 속의 작은집>프로그램을 보고 '이거다!'고 속으로 외쳤다. 두 유명 배우 소지섭과 박신혜가 숲 속의 작은집에 최소 식량과 생활품, 잠자리만을 제공받고 혼자서 지내는 모습을 밀착 보도하는 컨셉이다. 하루에 하나 정도의 미션은 있다. 예를 들어 근처 숲에 사는 새들 찾아서 찍기, 1식 1찬으로 해결하기들 같은.설거지, 세수용 물은 제한된 양의 물탱크를 이용하고 태양열 전지를 이용해서 전등을 켜고 난방은 화목난로, 조리용은 간단한 부탄가스 스토브다.(제작사 홍보요원 아님ㅋㅋ) 두 실험자는 하루 종일 집에서 끼니를 손수 해결하고 나머지 시간에 책읽기, 장작패기, 음악듣기, 산책하기, 멍때리기로 소일한다. 연예인으로 바쁜 유명인들이 돈까지 받아가며 "힐링쇼"마저 독점하니 은근 배알이 편하지 않았지만 나도 꼭 해보고 싶었다."나도 잘 할 수 있는데......ㅎㅎ"

 

 방송국에서 불러주지 않으니 나도 자체 제작한다. 몇 해 전 여름 휴가를 보냈던 장성 편백나무 숲이 떠올랐다. 시원하게 쭉쭉 뻗은 편백나무는 보기만해도 힐링된다. 인터넷으로 숲 근처 숙소를 찾아보니 가격이 만만찮다. 우연히 전남 고흥의 팔영산 편백나무 숲이 검색에 걸려있었고 남녁의 끝 섬 고흥은 유자와 나로호로 유명한 곳이다. 그 곳 팔영산에 편백숲이 좋다는 블로거들 평을 믿고 휴양림에 방 하나를 며칠 눈팅하다 예약했다.

 

 다시 가족들을 두고 혼자만 떠나려니 눈치가 보인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 쉬워질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첨보다는 낫다. 그래도 찜찜함이 없는 건 아니었다. 수 십년 묵은 관습이 관성처럼 들러붙어 있다.

"그대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고 얻을 것은 세상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한 말이다.

"너 잃을 것은 노예근성이고 얻을 것은 자유한 너 자신이다. 만국의 여성들이여 일어나라!"고 바꿔  외쳐본다.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느라 이것저것 물건들을 늘어놓고 보니 먹을거리가 반이상 차지한다. '먹어야 사는 동물이군'.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으로 줄인다. 3일치 쌀, 반찬 두 가지, 티백 6개, 커피가루 한 웅큼, 사과 두 알, 오렌지 하나, 아몬드 몇 줌, 삶은 달걀 6개.

읽을 책 3권. 요즘 왕팬이 돼버린 은유의 <쓰기의 말들> 다시 두 번째 읽는 중이다. 꼭꼭 씹듯 읽을 때마다 단맛이 나는 내용이다. 김연수의 단편소설집과 산문에세이. 공책 한 권, 옷가지와 세면도구들, DSLR 카메라는 포기다. 뚜벅이에게 짐되는 물건은 최대 적이다.

 

 떠나는 설레임보다 피곤하고 불편할 걸 먼저 알아챈 몸이 스멀스멀 꼬득인다. 해가 갈 수록 아니 날이 갈 수록 몸의 방어기제가 세지는 모양이다.


그래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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