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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Choi Jun 25. 2018

길 위의 안식년

-Sabbatical Year on the road

Day 38  Who is crazy?

(포르토마린에서 팔라스델레이까지 24.9km)


  새벽 6시 전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오믈렛과 빵을 토마토소스와 함께 먹고 출발하자니 6시 30분밖에 되지 않았다. 밖이 깜깜했다. 출발하는 일행이 있나 눈치보다 스페인 가족 6명을 따라나섰다. 어제 갈라져 나온 지점까지 가서야 다음 코스 방향 표시를 찾을 수 있었다. 날씨까지 흐려서 해 뜨는 시간이 더 늦어지는 모양이다. 휴대폰의 손전등을 켜고 산길을 올라야 했다. 휴우~ 이 일행을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등골 오싹한 산행이 될 뻔했다. 40분 정도 오르고 나서야 손전등을 껐다. 6명의 스페인 가족은 나를 잘 인도해주고 앞서 나갔다. Buen Camino!


  얼마 걷지 않아 곱실한 파마머리 스페인 중년 여성 헬리와 동행하게 되었다. 난 스페인어를 모르고 그나마 그녀는 영어를 아주 조금 해서 손짓, 발짓, 의성어까지 총동원해서 대화를 시도해본다. 그녀는 이틀째 걷는 중이고 내가 한 달이 넘었다고 하니 “crazy(미쳤니)?”라고 외치며 눈알을 떼굴떼굴 굴리면서 쳐다본다. 그녀는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를 위해 기도를 하러 산티아고에 간다고 했다. 5일간 휴가를 내서 일요일에 산티아고 성당에 갈 계획이라며. 내가 스페인이 참 아름다운 나라라고 하자 “ci, ci(그래, 그래)”라고 맞장구치며 사모라(Samora), 톨레도(Toledo), 세비아(Sevia)에 꼭 가보라고 권했다.


  40세인 헬리는 북한의 김정일을 뉴스에서 들었다며 “나쁘다(bad)”고 말하면서 흥분했다. 이미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이 지도자가 되었는데 외국인들은 대체로 독재자 김정일을 언급하며 한반도와 세계정세에 대한 관심과 걱정을 표시했다. 정확한 팩트는 아니었지만 세계의 화약고 중 하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고, 50년 이상 남북이 휴전 상태이면서 흔치 않은 부자 세습 정권이 이어지는 북한 소식이 그들에게도 각별하긴 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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