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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Jan 14. 2023

아무도 없는 국립수목원 다녀온 이야기


또 금요일,


오랜만에 비가 온다.


이대로 겨울이 끝났으면 좋겠다.



보통 일상에서는 맑은날 보다 비가 오는 것을 좋아하는


태생적으로 감성적이고 어두운 성격이라 이런 날은 몸이 가볍고 기분이 좋다.



안개하고 습도가 대기중에 가득 차 있음으로 오늘 같은 날은 숲에 가면 더 좋다.


숲의 향과 맛이 극도로 진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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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전 농사일을 마치고 바로 근처에 있는 국립수목원으로 갔다.


4번 정도 왔더니 이제는 내가 좋아 하는 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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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큰한 낙엽 냄새가 온 사방에 진동을 한다.



숲에 가득찬 미세한 수분들이


전도체가 되어 활발히 폐속 깊숙히 들어온다.








그러고 보면 이 냄새 만큼은 잘 변하지도 않는다.



일부러 이 냄새를 맡으려고 이런 궂은 날씨에 일부러 여기까지 온 것 같았다.









평일 오전에다 비까지 오는 겨울이라 사람이 없었다.


비오는날 혼자 수목원에 오는 요상한 성격 탓에 또 이런 호사를 누린다.



그러고 보면 이런 즐거움은 도대체 언제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











사진을 보다 보면 알겠지만 쓰러진 나무나 죽은 고목들이 많다.


예전에는 이런 나무들이 미관을 해친다고 바로바로 제거 하고 청소를 했었다.


영감탱이들 민원도 많았을거고.







하지만 나무는 죽은 뒤에도 숲의 훌륭한 구성원이 되어


생을 다한 후에도 멋진 삶을 살아간다.


그러고 정말로 나무는 아낌없이 주는구나.



위 사진의 곧은 나무에 압도된다.









원래 위 길만 걷고 집에 가려 했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그냥 돌아가기엔 아쉬웠다.


이쪽 호수 쪽은 별 볼일 없는 곳인데 얼음이 많이 녹았는데 물소리 엄청 크게 들려 와봤더니. 이 또한 장관이다.



아무도 없는 얼어 붙은 호수와 모든 나뭇잎을 떨어트린 채 겨울을 지내고 있는 나무들.


그 사이로 유영하는 안개들 까지.








모든 장관은 사람이 없음으로 시작하는 듯 하다.


자연만 남았을때 장관이 시작된다.









전나무 숲이다.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 중 하나라고 한다.


몇번을 와봤지만 여기까지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그이유는 ..혼자 온 것도 처음이기 때문이다.


맘 놓고 이렇게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다 다녔다.













밝기를 낮췄더니 초록색이 진한게 필름카메라로 찍은 느낌이 난다.


새들도 전부 어디로 갔는지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멀리서 부터 흐르는 물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












한쪽에는 새로 심은 것 같은 전나무들이 귀엽게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은


이곳과 월정사, 내소사이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길의 끝을 봤다.


이때 시간이 13시 30분


커피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더니 슬슬 출출하다.



집에 가는 길에 짜장면을 하나 먹었다.














그러고 조금 누워있다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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