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이 없다.
쓰고 싶은데
아니,
써내야 하는데 아무것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키보드 위에 올려진 내 손가락들은 가지런히 오지 않을 무언가를 기다리다
기어코 갈길을 잃고야 말았다.
글감이 없다는 것은 존재의 빈곤.
글감이 없다는 것은 인식의 한계.
도무지 한 글자도 쓸 만한 것을 찾지 못한 내 존재는 얼마나 빈곤하고,
내 삶과 인식의 한계는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
삶의 공허와 충만함
삶의 의미와 무의미
고통과 권태
단순한 삶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도모했던 한 미니멀리스트는
정신적 빈곤과 존재론적 불안, 실존적 공허라는 정서상태로 미니멀리즘과 그렇게 멀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