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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Sep 03. 2021

비혼주의자가 되어가는 과정

혼자의 기쁨

이쯤되면, 실로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매력적인 존재를 만나지 못 했던 것이아니라, 함께라는 것에 조금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으나 일반적이고 평범한 사회적인 통념들로 인해 나는 그저 끊임없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를 부단히 찾아내며 결국 끝을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최근에 한전에 다니던 사람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전까지는 그저 나는 눈이 조금 높다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는 누가봐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좋은학교에 우리나라 최고의 직장, 괜찮은 외모 착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고 세네번을 만났다. 이야기는 잘 통했고 재미없거나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좋은 사람이었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낼 일련의 이유는 하등 없었다. 마지막 약속에서 약속시간을 앞두고 문득 이 사람을 만나러 가기가 귀찮아져버려서 일이 생겼다고 한 후 연락을 끊어버렸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그뿐인 것이었다.

물론 그 사람이 내가 좋아할 만큼 충분이 예쁘지 않았거나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분명한 것은 혼자 있지 않을 이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는것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이정도는 아니었다. 주말에는 심심하고 퇴근 후에는 공허했다. 심심과 공허와 같은 감정들은 누군가를 필요로 하게 만들었고 맥주 한잔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기위해 어떤 형태로든 약간의 노력은 기울였다.


사랑은 고사하고 누군가와 유기적이고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것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에 따라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게 되었고 인스턴트 같이 억지로 이어가던 실낱같은 작은 관계들도 곧 끊어져 버렸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것의 출발은 어쩌면 독서에 있지 않을까, 혼자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책을 읽는것에 쓰면서 책 읽는 시간외의 행위들에 대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들여 이동하여 누군가를 만나서 잡담을 하다보면 문득, 이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더 건강하겠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었다.

독서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이정도의 생각이 든다는것은 절대로 좋은 현상은 아닌듯 하다.


사회적인 관계를 통해 내가 얻는 심리적인 안정이나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인것에 동의하고 혼자서는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지금의 내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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