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3] 혼자 여행하며 생각하기

사색하는 뚜벅초

by Jee

혼자 하는 여행의 장점은 가고 싶은 곳을 맘대로 갈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여러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마음껏 생각하고 판단해도 된다.

억지로 즐거운 척, 피곤하지 않은 척, 감상적인 척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뒤플랭 테라스에 몇 시간을 혼자 멍 때리고 앉아 있어도 아무도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충분한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내 마음 내킬 때 숙소로 돌아갔다.



눈치 보는 여행

잠을 설쳤다, 서서히 시차적응을 해나가는 중이다.

지금은 여행 중이지만 본업은 대학생인지라 수강신청 미리담기도 하고, 미적거리느라 오후 12시가 넘어서야 숙소에서 나왔다.


곧장 뒤플랭 테라스 벤치에 앉아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이스톡을 걸었다.


'나 어제 그 호텔 앞 벤치에 앉아 있어!'

‘또? 오늘은 어디 구경가? 거기는 볼 게 별로 없다던데?'



뒤플랭 테라스의 벤치

뒤플랭 테라스의 벤치에 앉으면 정면에 강 건너 평화로운 마을의 풍경이 보인다.


세인트로렌스 강 위를 유유히 지나가는 배가 보이고, 고개를 돌리면 호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들이, 호텔 앞 메이플 시럽을 묻힌 간식을 사먹는 아이들이, 그리고 그 공간을 음악으로 채워주는 음악가가 보인다.



난 이렇게 많은 것들을 보고 있는데도 가족들의 눈에는 내가 할 게 없었던 것처럼 보였나 보다.


잠깐의 통화를 마치고, 갑자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생겼다.

‘일정을 괜히 길게 잡았나? 다른 지역도 같이 볼 걸 그랬나..’


나는 이곳에 6일을 머무르면서 나만 아는 장소들이 늘어간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하루치 관광으로 왔으면 들리지 않았을 기차역 앞 공원과 알록달록한 창문을 가진 집들, 도로변의 아이스크림 가게, 음료와 과자를 파는 작은 마켓 같은 곳 말이다.


내 여행은 나의 것이니, 나 혼자 행복하면 됐다 생각하면서
눈치 보지 않으리라 다시 다짐한다.



여행 중 만난 호의를 대하는 자세

아브라함 언덕에 올랐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신의 묘가 있던 곳인데, 초록 가득한 잔디와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풍경은 다시 한번 여행을 실감 나게 하게 한다. 다시금 마음이 설레었다.


아브라함 언덕에서 본 올드퀘벡의 풍경. 언덕진 잔디 위에서 굴러 내려가며 노는 아이들도 만났다.


오늘은 사진을 찍기 위해 삼각대를 들고나갔는데 열심히 삼각대를 설치하던 중,

한 한국인 중년 부부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셨다. 익숙한 듯 잔디 위에서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는 그들은 매우 즐거워 보였고 핸드폰을 돌려드리니, 나도 찍어주신다고 했다.


처음엔 거절했다. 딱히 이유를 생각하고 거절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입에서 '아니에요, 괜찮아요!'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을 뿐이다.


‘혼자 찍기 힘들잖아~ 핸드폰 줘봐요!'

'자자, 뒤로 돌아! 앉아봐요! 옆에 살짝 봐봐요!’


사진은 부끄러워서 스티커로 가렸지만, 중년부부가 찍어주신 인생샷이었다.


포즈까지 코칭하면서 엄청난 열정으로 사진을 찍어주셨고, 우리는 서로 감사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나는 그들이 자리를 뜨고 난 뒤, 다시 삼각대를 설치해 혼자 연신 찍어댔지만,

도대체가 그 중년부부가 찍어준 사진보다 잘 나온 게 없었다.




그들이 사진을 찍어준다고 했을 때, 난 아무래도 못 미더웠던 것 같다.

젊은 사람인 내가 혼자 찍어도 그들보다는 더 잘 찍을 것이라는 편협한 생각으로 그들의 호의를 무시했다.


단지 사진뿐이 아닐 것이다.

지금껏 인생의 여러 순간에서 나는 주변의 도움에 냉소적이었다.


'내가 하는 게 낫지. 내가 더 잘할걸?'


돌이켜보면 정말 무례하고 오만했다.

이제는 인생은 혼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냉소적이지 않기 위해 경계한다.

순수한 호의에 그저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편협한 선입견은 얼마나 하찮은가?



여행은 나에게 즐거움도 깨달음도 준다.

굳이 해외가 아니어도 집 밖을 나서면 일어나는 작은 에피소드들에 나는 즐겁게 성장한다.



*2017년 여름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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