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 나를 죽이지 않기를···
월요일. 무슨 일을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더운 날씨에 오래 걸었을 것이다. 기억나지 않는 날은 정말 내게 무력감을 준다. 고양이 카페가 여러 군데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고양이 카페에서는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판다. Catmosphere cafe, Cats on ice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 카페에 입장할 때는 밖에서 손을 씻고 다시 손소독제로 손을 닦고 들어가야 한다.
내게도 고양이가 있다. 아기 고양이를 데려와서 탁자 위에 놓으니 한동안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있는다. 그러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동해서 탁자 아래를 내려다 보기도 하고 잠시 나와 눈을 맞추기도 했다. 고양이였기에 망정이지 사람이었으면 왜 이렇게 높은 곳에 올려놨냐고 원망할 일이었다. 탁자 아래 카펫 위에 내려줬더니 멈칫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카펫 위를 조금씩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급기야 카펫 끝으로 가서 바닥의 경계에서 유심히 카펫 밖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한참 후에 한쪽 발을 바깥쪽으로 내디뎌 시각과 후각으로 미리 짐작한 저 땅이 어떤 느낌인지 촉각을 통해 확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들은 온 집안을 휘젓고 다녔고 때로는 도무지 어디에 숨었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어 집안을 발칵 뒤집어 찾다 보면 냉장고 위나 침대 밑에서 하품을 하며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는 한 거야?’하며 태연스레 나타나기도 했다. TV를 보며 소파에 앉아 있으면 화면 앞으로 뭔가 순식간에 날아간다. 뒤를 쫓아보면 이미 커다랗게 큰 고양이다. 가끔 함께 동물의 왕국을 흥미진진하게 시청한다. 덥거나 추울 때는 집안에서 가장 시원하거나 따뜻한 곳을 찾을 줄 안다. 창가에 앉아 문득 명상을 하는 듯 오랫동안 밖을 쳐다볼 때면 뭔가 내게도 명상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고양이들은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조심스럽게 세상을 열었다. 이제 감히 내 집이라고 말하기가 좀 그렇다. 고양이집에 내가 좀 끼어들어가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 동네에서 나도 고양이가 카펫 위에서 바닥으로 내려앉을 때처럼 조금씩 더 익숙해질 것이다. 호기심이 나를 죽이지 않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