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빛나는 치앙마이 대학 수영장에 관해서
태국의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치앙마이는 장기 체류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은퇴비자는 오십 세가 넘어야 신청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90일 관광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흔히 말하는 ‘비자런’이라는 것을 하러 이웃 나라로 나갔다 다시 들어와야 한다.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면 학생이 되는 것이다. 학생비자를 받으면 일단 일 년간은 그 비자로 체류할 수 있다. 그 중간에 연장 신청을 해야 하긴 하지만 비자런을 위해 재입국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수월한 방법인 것 갈다. 이외에도 유학생 비자와 그 보호자 비자인 가디언 비자로 체류하는 사람들도 있다.
치앙마이 대학의 어학원은 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 등도 배울 수 있고 학비도 일 년에 삼만 바트(약 백만 원)라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 외에 학생 비자를 줄 수 있는 사설 학원이나 시설 등도 있기는 하지만 치앙마이 대학만큼 인기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친구 덕에 청강 허락을 받고 수업을 들었다. 오후 한 시부터 네 시까지. 일주일에 화, 목 이틀이다. 수업을 나누는 것이 독특했는데 연달아 두 시간 강행군을 한 후에 삼십 분을 쉬고 다시 삼십 분 수업을 하고 끝낸다고 했다. 아. 강사의 체력도 중요하겠지만 학생들의 체력이 걱정이다. 아무도 그렇게 오랫동안 잘 알지 못하는 외국어 강의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한 달에 한 클래스씩 개설된다는 태국어 일 년 과정은 친구와 조이라는 한국 여자분. 그리고 절대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한국 남자 한 명. 외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다섯 자매의 어머니인 일본 여자분. 연인 사이인 영국 레즈비언 커플. 중국 남자. 매일 수업에 빠지는 호세라는 전 세계를 아주 오랫동안 떠돌아다닌 것 같은 원래 국적은 영국이라는 남자. 그리고 마음씨 좋게 생겼지만 국적을 모르는 다른 동양인 남자와 존재감이 없었던 서양인 남자(아마 프랑스). 대략 열다섯 명이 한 클래스였다. 클래스에 속한 사람들은 강의 내용과 강의실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서로 데면데면하고 인사조차 잘 나누지 않는. 무슨 개강 파티는 아니더라도 서로 이름 소개 정도는 해야 했지 않았나 싶은데 그런 것조차 없었다고 한다. 아무튼 다국적 클래스에 중국인 계열 강사의 영어로 진행되는 태국어 교실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청강했을 때는 재미있었다고 했다. 팔월에 개강해서 삼 개월 차인데 그중 가장 재미있었다고.
청강 후 소감은 나도 재미있었다. 삼 개월 차인데도 아직 타이 알파벳을 완전히 끝내지 못한 것 같아서 내가 듣기 좋았을 수도 있고.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조금 일찍 가서 대학교 내 수영장에 갔었다. 야외 오십 미터 풀은 그야말로 푸르게 반짝거려서 멋졌는데 아무도 수영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무실 안에 직원은 졸려 죽겠다는 듯 의자에 몸을 파묻고 있고, TV는 혼자 떠들고 있었고.
치앙마이대학에 다니는 나를 다시 그려보았다. 그게 학생이었건 선생이었건 연구원이든. 아주 오래전에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청강을 끝내고 나오면 오후 네 시. 하루 중 최고 기온을 찍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 저 아무도 없는 오십 미터 풀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처음에는 힘차게 가다가 나중에는 힘이 빠져 가슴이 터질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헉헉대고 있는 나를.
하지만 실제로는 정문으로 나가 마린 플레이스 시장을 둘러보다가 이제 막 문을 열고 있는 노천 맥줏집을 찾아 숯불 돼지고기(무사테) 한 접시를 시켜 비아 창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