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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완 Dec 13. 2015

큰누나 시집 가던 날

3/3 : 결혼식

드디어 결혼식 날. 이른 아침 신랑측 대표로 남자와 여자 분이 한 분씩 오셨다. 그리고 부신랑과 친한 친구 몇이 동행했다. 아마도 이른 새벽에, 아직 날이 밝지도 않은 새벽에 출발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일찍 도착하지 못했을테니까. 그들은 누나를 데리고 갔다. 


큰 누나의 시댁까지 45인승 관광버스가 동원되고 하객들은 몇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결혼식장으로 떠났다. 때론 마당에서 전통 혼례를 하거나 사진관 부설 결혼식장을 빌려 하기도 했고 둘 다를 하기도 했다. 


신랑은 결혼식 전후에 신랑상을 받는다. 오늘만은 세상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를 위한 잔칫상이다. 

결혼식이 끝나면 이제 사진 촬영을 가는 일이 남았다. 신랑과 신부가 결혼 예복과 웨딩 드레스를 입은 채로 친구들과 함께 근교로 사진 촬영을 간다. 


절대로 후진해선 안되는 신랑과 신부를 태운 1호차는 동네에서 가장 좋은 승용차가 배정되고 누구랄 것 없이 믿음직한 친구가 운전을 맡게 되고 부신랑과 부신부, 그리고 전 우주에서 그날만큼은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가 탄다. 뒤를 따르는 승합차에는 친구들이 잔치 음식과 술을 잔뜩 싣고 따른다.

신랑, 신부가 웨딩 촬영을 하는 동안 친구들도 사진도 찍고 음식도 먹고 게임도 한대나. 그러다 정분나서 누구누구는 결혼했다나.


신랑은 신부집에서 첫날밤을 보내거나 예약해 둔 호텔에서 밤을 보내고 보통 다음 날 신혼여행을 떠난다. 할아버지는 신혼여행이 없었고, 아버지는 근교로 당일 여행을 했고, 큰 누나는 제주도 일주를 했다. 요즈음은 다음 날 해외로 간다더라고.


정작 결혼식 당일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어제 축하객들은 다 다녀갔고 며칠이나 잔치를 도와주던 마을 삼촌들도 이제는 몇 남지 않았다. 이모나 진짜 삼촌 같은 친척들만 남아 결혼식을 치른다. 


삼 일째 되는 날은 돼지 고기도 다 떨어지고 정오 쯤 혼례를 마치고 다 떠나고 나면 남은 음식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삼일동안 끓인 진득한 국물이 남는다. 국물 속에는 돼지 뼈만 남아 있다. 


몇 가지 채소와 메밀을 넣어 죽처럼 걸죽해진 국을 뼈와 함께 낸다. 이건 ‘좁짝뼈국(접짝뼈국이라고도 함)’이다. 텁텁하지만 따뜻하다.


신부는 신부 방에서 좀처럼 나오지도 못하고 긴장해서 식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혼례식이 끝나고 여자 삼촌 한 분이 문틈으로 밀어주는 음식이 있는데 그게 좁짝뼈국이었다. 


며칠동안 긴장해서 식사를 못한 김에 식도 끝났으니 그걸 맛있게 먹는데 기름진 음식은 종종 탈이 났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게 되는데 제주 화장실에는 아시다시피 밑에 돼지가 있었다. 우리는 버리는 것이지만 돼지에게는 그렇지 않다. 잔뜩 먹으려고 고개를 들이 밀었는데 그게 그만 너무 묽다. 돼지 머리라고 해야 할지 얼굴이라고 해야 할지 하는 곳에 온통 그 묽은 것을 뒤집어 썼으니 비에 젖은 강아지 물기 털듯 털어내야 한다. 그러면 신부 하얀 속바지에 온통······.


큰 누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흔치 않은 일이었다고 들었다.


눈물로 보낸 큰 누나는 서귀포에 살았다. 시집 가면 영영 안 오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울었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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