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다시 찾은 빠이의 모습
사정이 있어서(사실은 귀찮아서) 매홍손으로 가지 않고 빠이에 하루 더 있기로 했다. 예전의 추억을 되새기며 즐겨 찾던 식당도 가보고 새로 생긴 버거 퀸이나 위칭 웰 레스토랑에도 가보고 싶었다.
야시장에는 상품들이 거의 공산품으로 바뀌어 있었지만, 끝으로 가면 예전처럼 여행자들이 손수 만든 것들을 팔고 있었다. 우드 카빙도 있었고 인두로 나무에 그린 장식이나 빠지지 않고 있는 드림캐처는 인디언 문명 중에 세계적으로 가장 넓게 퍼진 것이 아닐까.
Na’s kitchen은 예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다. 주인은 아마 바뀐 것 같다. 깨끗한 주방과 맛 때문에 저녁 시간이 되면 자리가 없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방에 요리사가 많아져서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던 음식이 그런대로 빨리 나왔다. 같은 숙소에 있던 여행자와 함께 갔는데 똠얌꿍과 얌운센, 그리고 커리를 시켰는데 서로 감동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반대편의 타이거 키친은 그대로 있는데 어느새 다른 햄버거 가게들이 많이 생겨서 특색을 잃어버린 것 같다. 오랜 동양 여행으로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던 서양 여행자들이 곧 눈물을 흘릴 듯 눈이 촉촉해지면서 먹던 버거와 피자집이었는데. 마지막 감자튀김을 먹고 나서 하늘을 쳐다보던 그 녀석의 눈이 다시 떠올랐다.
아무래도 많아진 햄버거 집들 중에 버거퀸이 최고인 것 같다. 다 먹어 본 것도 아니니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그곳을 추천하기도 했고 내게도 좋았다. 식당의 아가씨들도 이쁘다.
이전에 유명했던 I.P 햄버거는 버스 정류장 맞은편 골목에 있다. 그러니까 그 멋진 목조건물로 지어진 빠이 법원 옆에 있다. (법원에 파라솔도 있고 발코니와 베란다도 있다. 정원은 정말 잘 가꾸어져 있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곳이 리조트인 줄 안다) 맷돼지와 악어, 사슴 패티도 있는 햄버거 집인데 이런 별로 맛이 없잖아. 내가 주문한 건 멧돼지였고 아무도 먹지 않아 오래돼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강변으로 나갔다. 이제 잘 정비된 느낌이 든다. ‘빠이 리버 코너’라는 자리 좋은 비싼 리조트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엉성해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은 다리를 건너니 ‘Family hut’과 같은 원두막 숙소들이 보인다. 처음에는 60밧이었다가 마지막으로 빠이를 갔을 때 100밧이었다. 지금은 더 올랐겠지만, 원두막의 품질이 아주 좋아졌다. 잘 때 벌레들이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예전에는 없었던 카페에 들어갔다. 온통 인도풍이면서 상호도 ‘Art in Chai’. 당연히 짜이를 주문했는데 정말 별로였다. 값도 비싼데. 안쪽 구석에 디저리두도 있고 시타르도 있다. 기세 좋게 칠 줄 안다며 시타르를 보니 성한 줄이 하나도 없다. 어쩌면 다행이다. 매주 목요일에 여행자들이 모여 수다를 떨거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아쉽지만 목요일 밤은 참여하기 어렵겠다.
이전의 빠이 운운하면 스스로 서운해 질 수도 있겠지만, 처음 빠이를 가면 그런대로 재미있는 곳일 것 같다. 다만 눈에 보이는 것이 그대로는 아니다. 많이 포장되어 있으니 잘 보고 다녀야 한다. 야시장의 노점상들보다 점포를 가지고 있는 상인들의 같은 제품이 더 싸고 시장 끄트머리에 있는 여행자들의 것도 내가 보기엔 너무 비싸다. 작은 나무를 베어 고리를 끼워 100밧(3,200원)이라면 내겐 너무 비싸다. 꺾인 나뭇가지 하나만 있으면 백 개라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무슨 고매한 이상이라던가 나무가 특별히 벼락에 맞은 것이라던가 그런 것이었다면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안 사겠지만.
여전히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져 깁스하거나 조금 전까지 다리맵시를 뽐내더니 다리에 커다란 흉터를 남긴 여행자도 보이고 드레드 머리와 전신 문신을 한 여인이 불도그 한 마리와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없어진 것도 있고 새로 생긴 것도 있고 그것들은 어쩌면 비슷하고 또 달랐다.
팔리지는 않겠지만 빠이에 대해서 책이라도 한 권 쓸 수 있을 것 같다. 쓸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