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비어 있는 시간에 남긴 몸의 기록

못추는게 없다

by Jeeae

나는 매일 같은 강의실로 들어간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공간의 공기다. 수업이 끝난 뒤라 책상은 정리돼 있고, 의자들은 가지런히 들어가 있다. 누군가의 목소리도, 칠판을 긁는 소리도 없다. 그 정적 속에서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벽에 기대 세운다. 이 강의실은 잠시 동안 나 혼자의 무대가 된다.


나는 음악을 틀기 전에 잠깐 가만히 선다.

오늘 몸 상태가 어떤지, 숨은 얼마나 깊게 들어오는지 느껴본다. 몸은 늘 솔직하다. 피곤한 날엔 발바닥이 무겁고, 괜찮은 날엔 어깨가 먼저 풀린다.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다. 오늘의 춤은 오늘의 몸이 결정한다.


음악이 시작되면 나는 천천히 움직인다.

처음부터 크게 추지 않는다. 손끝, 손목, 고개, 어깨. 작은 움직임들이 하나씩 이어지며 흐름을 만든다. 바닥을 밟는 소리가 강의실에 또렷하게 울리고, 그 소리가 리듬처럼 따라온다. 의자 사이를 지나고, 칠판 앞에 서서 방향을 바꾸고, 다시 중앙으로 돌아온다. 이 공간의 구조를 몸으로 외우듯 움직인다.


나는 매일 같은 음악으로도 다른 춤을 춘다.

어제는 감정이 앞섰다면 오늘은 기술이 앞선다. 어떤 날은 동작이 깨끗하고, 어떤 날은 흔들린다. 하지만 그 모든 게 기록이다. 완벽한 날만 남기고 싶지 않다. 흔들리는 날의 영상도, 숨이 가쁜 날의 춤도 다 나다.


촬영은 늘 여러 번이다.

한 번에 끝나는 날은 거의 없다. 틀린 동작, 늦은 타이밍, 마음에 들지 않는 시선 처리. 멈추고 다시 찍는다. 다시 음악을 누르고,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간다. 반복은 지루하지만, 그 안에서 분명히 쌓이는 게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정확한 동작, 조금 덜 흔들리는 균형.


가끔은 몸이 말을 걸어온다.

손목이 아프다고, 다리가 무겁다고, 오늘은 쉬고 싶다고. 그럴 때 나는 의자에 잠깐 앉는다. 강의실 맨 뒤에 앉아 숨을 고르고, 바닥을 본다. 그 순간에도 나는 생각한다. ‘오늘도 찍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서 다시 일어나 중앙에 선다.


나는 춤을 출 때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는다.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남기기 위해 춤을 춘다. 이 강의실에서의 시간은 누구의 평가도 없다. 오직 내 몸과 음악, 그리고 반복뿐이다.


매일매일 같은 공간에서 춤을 추지만, 나는 매일 다르다.

그래서 이 영상들은 단순한 춤 영상이 아니다. 하루하루의 몸 상태, 감정, 포기하지 않은 기록이다. 강의실은 다시 수업을 위해 비워지겠지만, 그 비어 있는 시간에 나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리고 내일도, 나는 다시 이 강의실로 들어와

아무 말 없는 공간에서

몸으로 하루를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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