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에서 태어난 아이>

나의 출생일지

by Jeeae

그 아이는 바다의 울음소리 대신, 분당의 아침 공기 속에서 태어났다.

성남시 분당구. 계획된 도시, 반듯한 도로, 일정한 간격의 가로수들이 처음부터 자리를 잡고 있던 곳. 태어날 때부터 세상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었고, 아이는 그 질서 안에서 첫 숨을 쉬었다.


분당의 아침은 늘 조용했다.

차들이 많아도 시끄럽지 않았고, 사람들은 바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는 흙냄새와 풀냄새가 섞여 있었고, 그 냄새는 아이에게 안전하다는 감각을 심어주었다. 이곳에서는 무너질 일보다, 버텨낼 일이 더 많았다.


아이의 유년은 공원으로 이어진 시간이었다.

집 앞 놀이터,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탄천, 더 걸으면 만나는 율동공원. 분당은 아이에게 “밖으로 나가도 괜찮은 동네”였다. 어른들의 시선이 닿는 거리, 길을 잃지 않는 구조,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세상.


학교로 가는 길은 늘 같았다.

같은 횡단보도, 같은 편의점, 같은 가로수. 반복되는 풍경 속에서 아이는 안정감을 배웠다.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삶, 하루하루 쌓아가는 리듬. 분당은 아이에게 요란한 꿈 대신 지속되는 성실함을 가르쳤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도 아이만의 세계는 있었다.

집 안에서 혼자 음악을 틀고 몸을 움직이던 시간, 거울 앞에서 남들 몰래 연습하던 동작들. 분당의 집들은 방음이 잘 되어 있었고, 아이는 그 안에서 자신을 숨기며 키워냈다. 조용한 동네는 아이에게 혼자 집중하는 힘을 주었다.


분당의 아이들은 늘 “잘 자란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더 스스로를 단단히 다져야 했다. 아이는 튀지 않았지만, 포기하지도 않았다. 겉으로는 얌전했지만, 안에서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탄천의 물처럼—빠르지 않지만 멈추지 않는.


시간이 흘러 아이는 분당을 떠나 다른 곳으로 향했다.

더 빠른 도시, 더 시끄러운 사람들, 더 많은 시선 속으로. 하지만 어디에 있어도 아이의 기준은 늘 분당에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아.”

“이만하면 충분해.”


그 말들은 분당에서 배운 감각이었다.


아이가 다시 돌아올 때면, 분당은 늘 같은 얼굴로 맞아주었다.

크게 변하지 않은 거리, 여전히 단정한 공기, 조금 낡았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아파트들. 그 속에서 아이는 안심했다. 세상이 아무리 요동쳐도, 태어난 곳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 아이는 분당에서 태어났다.

요란하지 않지만 단단한 곳에서.

그래서 아이도 그렇게 자랐다.


조용히, 그러나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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