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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박 Dec 02. 2021

말과 후회

나는 말을 안해서 후회해 본 적은 없다. 말을 많이 한 날은 후회를 한다. 더 많이 들을 걸... 덜 말할 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전화를 했다. 일에 치이다 오후 휴가를 내고 쉬었다고 한다. 건강이 나빠져서 병원을 가려다 오늘 갈 수가 없다고. 쉬는 동안 그냥 내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 했다. 하릴없는 시간에 나를 떠올려 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임원인사 발표 후에 변화없는 내 인생에 헛헛함을 느끼던 나에 대한 걱정도 해주었다. 퇴근 후 별 일 없으면 저녁이나 하자고 했다.


가능하면 월수금엔 빠지지 않고 운동하려 노력 중이다. 오늘은 마침 목요일. 그녀 얼굴을 본지도 오래 되어서 반가운 마음에 약속을 잡았다. 저녁 6시 강남역 이자카야. 꼬치와 하이볼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찾은 곳이다. 여의도에 사는 그녀는 오후 반차 중이니 강남까지 오겠다고 했다.


뭐든 가까이 있으면 더 늦어지는 법. 그녀는 30분 일찍 도착하고 나는 15분쯤 늦었다. 맛있는 꼬치와 나베를 정신없이 먹었다. 그녀가 얼마나 고생 중이었는지, 정신적으로 얼마나 답답한지 얘길 들었다. 듣는다고 들었는데... 내가 들은 얘기가 많은지, 그녀가 들은 얘기가 많은지 잘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의 얘기를 읽고 듣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내 인생과 내 문제에만 함몰되어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집중이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고맙게도 늘 내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내 글을 읽어준다. 나는 그들이 내게 쏟는 에너지의 얼마쯤을 그들에게 쏟고 있을까.


날이 갈수록 내향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 정확히는 성향이 강해지는 것인지, 예전 성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세상에 나가서 사람들과 교류하기보다 책을 통해 동서고금 지성인들과 교류하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들처럼 살고 싶다. 조용히 내 안에 지성을 쌓고 다듬어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이상 대화 후에 마음 속에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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