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의 인연설 중에서...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함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 주지 않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 원망치 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을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오늘 팟개스트 '이이제이' 방송에서 만해 한용운 편을 들었다. 공식적으로는 약간의 한학과 불교를 공부한 것이 그의 학문의 전부였지만, 만해는 서양철학 등의 신학문도 스스로 공부한 노력파였다고 한다. 다양한 학문에 대한 편식 없이 공부를 놓지 않았던 그이기에, 가슴과 머리를 울리는 명문들로 가득한 시들을 남길 수 있었으리라. 인연설은 크게 세 단락으로 이루어진 시인데, 오늘 방송에서는 2편을 낭독해 주었다. 세상에 태어나 인연을 맺은 상대가 부모, 자식, 연인, 조국, 또는 그 밖의 무엇이든, 어떠한 상황에서든 가장 아름답고 지혜롭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듯하다.